살아가는 이야기

저, 팔불출이 되어 돌아왔어요!

착한재벌샘정 2003. 6. 9. 11:22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들을 만나보지 못한 사이 여름의 한가운데에 와 있습니다.

모든 분들 건강히 잘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그 동안 성의 없다 나무라신 분들 많으시리라 생각하며 그 동안 만나 뵙지 못한 거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립니다.

그 동안 전 팔불출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저를 팔불출로 만든 우리 예슬이랍니다.

예슬이가 과학 경진 대회에 나간다는 말씀은 언제 한 번 드렸었지요.

학교 대표로 교육청 예선에 나간다고 자랑을 했었는데 교육청 예선에서도 제일 좋은 성적을 거두어 대구시 대회에 나갔었습니다. 지난 6월 23일에 대회가 있었어요.

거기에서 은상을 받았답니다.

그런데 제가 예슬이가 은상을 받았다고 자랑을 하면 많은 분들이 금상을 받지 못해 아쉽다고 서운해들 하시더군요.

금상을 받았으면 전국대회에 나갈 수 있을 텐데 하면서 말입니다.

그래도 우리 집은 경사가 났다고 좋아만 합니다.

물론 예슬이는 많이 아쉬워합니다.

6학년이니 중학교 가기 전에 전국대회에 한 번 나가 보고 싶어하며 정말 열심히 했었기에 아쉬움이 많은 가 봅니다.

하지만 저희 부부는 그저 좋기만 합니다.

아이가 상을 받아 좋기도 하지만 이번 대회까지 온 길을 되돌아보며, 많은 경험을 하고 훌쩍 커버린 예슬이의 모습에 그저 기쁘기만 하지요.

학교 수업 말고는 집에서 동생이랑 열심히 싸우면서 놀고, 만화책에 코가 닿아 있는 아이인지라 그 대견함이 더 크고요.

며칠 전에는
"난 인생을 헛되게 살고 싶지는 않다"고 친구에게 말을 했다면서 일단 과학고등학교에 가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말을 하더군요.

그러면서 과학고등학교에 갈려면 맨 날 1등을 해야 하느냐며 제법 진지하게 묻기도 하고.

공부로 1, 2 등을 해본 적은 없는 아이인지라.

그리고 이제야 저의 긴 기다림의 보람이 나타나는 가 봅니다.

드디어 예슬이가 영어를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말을 한 거지요.

과학고등학교에 진학을 하려고 해도 영어를 잘 해야겠고 외국어고등학교에도 관심이 생겼다면서 이번 여름방학에는 영어에 도전을 해보겠다면서 큰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에 가서는 과학 경진 대회처럼 영어 경시 대회에도 한 번 나가 보고 싶다는 야무진 포부도 가지고요.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에 대해 공부를 하려고 해도 외국어는 잘해야할 것 같다면서요.

제가 이런 날이 오기를 꼬박 4년을 기다렸다는 것 아닙니까?

예슬이가 3학년이 되면서 아이 영어 때문에 시작한 영어였는데 저만 신나서 떠들어 대고 정작 아이는 그저 엄마 영어 구경만 하는 것 같아 내심 조바심도 나고 서운하기도 했었는데 그래도 스스로 가장 절실한 영어에 대한 동기가 생기기를, 스스로 영어에 한 번 푹 빠져 보겠다고 할 때까지 참고 기다렸는데 이제야 그 동기를 찾은 것 같습니다.

이번 여름방학은 휴가도 짧게 다녀오고 아이와 영어의 바다에 풍덩 빠져 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제가 욕심을 좀 내었습니다.

듣기평가 문제집을 사서는 조심스럽게 아이에게 한 번 해보자고 했더니 선뜻하겠다는 겁니다.

시작도 안한 아이에게 듣기 평가라니?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며 자신 없다며 포기하면 어떡하려고 이러나 싶기도 하고.

이제까지의 엄마와는 다르게 왜 이러나 싶어 아이가 당황하며 영어에 부담을 가질 수도 있을 텐데 내가 정말 왜 이러나, 하면서 집으로 오는 길 내내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했었지요.

그런데 뜻밖이었어요. 싫다거나 나중에 영어를 본격적으로 한 뒤에 하자고 할 줄 알았는데 선뜻 해보겠다고 하지 뭐예요.

30쪽쯤을 하더군요.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이라는 말이 틀리지는 않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틀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었지요.

일단은 자신감을 주기 위해서이고 어느 정도 실력이 생기면 그 때가서 다시 들어보면 저절로 틀린 것들을 찾아 낼 테니까요.

그 때는 스스로 어처구니 없어하며 아니면 너무 재미있어할 수도 있을 테니 스스로에게 맡겨두자 싶어서 말입니다.

제가 마주 앉아 한 말은
"엄마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 너랑 이렇게 마주 앉아 네가 영어 듣기 평가를 하는 걸 보니 너무 기쁜 거 있지. 맨 날 엄마 혼자서 했었는데. 너무 행복 해."

"우와∼∼∼!!! 너무 잘한다. 엄마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하네. 넌 역시 어학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어."

3월부터 6월 말 까지 과학 경진 대회 준비로 바빴던 아이인지라 지금은 정말 푸욱 쉬고 있습니다.

컴퓨터도 하루 30분이라는 약속을 은근슬쩍 어겨가면서 하기도 하고 만화책 빌리는데 용돈 다 털어 넣고 진짜 신나게 놀고 있는 중이지요.

전 아이에게 초등학교 6년 동안은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하며 자유를 주겠다고 약속을 했었어요. 아이는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았고 그것을 계기로 많은 일에 자신감이 생겼고 그 동기로 드디어 영어에까지 의욕을 보이기 시작하니 제가 어찌 기쁘지 않겠습니까.

제가 팔불출이 되어 돌아 온 이유를 아시겠지요?

오랜만에 다시 만나면서 자식 자랑만 늘어놓는다고 마음 상해하실 분 계실는지 모르겠지만 전 우리 아이가 참 대견하답니다.

전 늘 우리 아이는 2년 늦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으며 지금까지 왔거든요.

욕심부리지 않으려고 제 딴에는 참 많이 애쓰며 온 시간들이었답니다.

저희 친정 어머니조차도
"요새 애를 니 같이 키우는 에미가 어디 있느냐? 얼마나 많이 가르치고 똑똑하게 키우는데……."
하시면서 꾸지람을 하시기도 했었거든요.

지금 저의 친정 어머니 우리 예슬이 변한 거 보며 너무 대견해 하십니다.

말이 너무 늦어 소아 정신과를 찾아볼까 고민하고 학교를 너무 재미없어 해 대안학교를 알아보느라 발바닥에 땀이 났던 시절도 있었군요.

모처럼 사촌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사촌 언니의 딸도 예슬이와 같은 6학년인지라 중학교 진학 때문에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하려 한다면서 우리는 어떡할 거냐 묻더군요.

전 학군보다는 교정이 예쁜 학교에 갔으면 한다고, 교실 바닥이 마루이고 교정에는 꽃과 나무가 많고 운동장이 넓은 학교,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재미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은 꽃동산이라도 있는 그런 학교에 갔으면 좋겠다고 대답을 했지요.

우리 예슬이의 영어에 이 엄마가 좀 보태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어머니 딸이니 자기도 잘 할 수 있다고 말을 해 절 밤새 울게 한 딸이랍니다.

엄마가 해 낸 일이니 엄마를 닮은 자기도 당연히 해낼 거라고 자신 있다면서요.

방학 시작하면서 전 우리 딸을 위한 영어 책을 쓸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또 다시 출판할 책을 쓰는 건 아니니까요.

영어 책이라 하니 거창한 것 같지만 그런 건 아니고 방학동안 열심히 영어에 접하다 보면 듣고 말하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영어를 공부로 해야 하는 단계가 오겠지요.

그 때를 위한 준비를 해 두고 싶어요.

우리 예슬이 만을 위한 영어 책을 준비해두고 기다리고 싶거든요.

아이가 간혹 지치기도 하고 힘들어 할 때도 있을 겁니다. 그 때에 저를 위한 준비를 하고있는 엄마를 보면 용기가 생기고 마음을 추스르는데도 작은 도움이 될까하여서요.

아이가 열심히 하는 동안 저도 아이만큼 열심히 뭔가를 하면서 같이 가고 싶거든요.

그래서 한 동안은 칼럼이 영어로 가득 찰 것 같아요.

아이를 위해 준비하는 것을 여러분들과도 나누고 싶거든요.

아이를 위한 준비이니 깊고 많은 내용은 아닐 겁니다. 혹여 주변에 이제 영어를 공부로 시작하려는 학생이 있다면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약간 문법 쪽에 치우치니까요.

아이를 위한 제 마음이라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고 지켜봐 주세요.

영어 공부와 관계없다 생각하시는 분들도 <독자한마디란>에서 저와 자주 만나기로 해요.

지금까지보다 더더욱 열심히 칼럼에 정성을 쏟을 거니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하고픈 이야기들은 충분히 나누리라 생각합니다.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