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나는 촌지를 많이 받고 싶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조커>가 1년에 딱 1장씩 내게 있었으면 한다.
스승의 날, 선생과 학부모의 만남(?)을 아예 차단 하고자 그 날을 학기 중 방학으로 하는 학교가 있다는 신문과 방송 보도.
꼭 그날만 날인가? 그래서 미리 바쁜 학부모들이라는 기사를 덧붙이기도 한다.
스승의 날을 아예 없애자는 말도 있고 "교사의 날"이라고 해서 "어린이 날"처럼 하루 놀려 달라는 일부 교사들의 의견도 있다.
"어버이 날"도 놀지 않는데 무슨 "교사의 날"에 놀기까지? 하는 반박도 만만치 않고.
그럼 "은행원의 날", " 상인들의 날", "일반 공무원의 날" 등등 모든 직업의 날이 있어야하고 그 날을 모두 놀아야하지 않느냐며 엄청 비약을 해 흥분하는 목소리도 있고.
"그 놈의 촌지, 한 번 받아나 보고 이런 취급받으면 억울하지나 않겠다"는 동료 교사를 보며 마음이 편치를 않다.
37명 아이들 중 정부로부터 학비를 전액 지원 받는 저소득층 자녀가 15명, 무료 급식을 먹는 아이가 7명.
우리 반과 별반 다른 것이 없는 옆 반 그 옆 반들.
학교에서 어머니 컴퓨터 교실을 열어도 안경 공장으로 염색 공장으로 양말 공장으로 3교대 근무를 나가느라 지원자가 2명의 어머니뿐인 우리 학교.
결석하는 하는 이유를 물으니 엄마가 공장에 나가야 하기에 아픈 동생을 돌보느라 못 왔다는 아이.
2박 3일 야영 훈련을 가고 싶어도 단 둘이 사는 동생을 맡길 때가 없어 못 간다는 아이.
지각하는 이유가 새벽시장에 나가는 엄마 대신 동생들 챙겨야하는데 동생이 학교 가기 싫어해 학교 교실에 데려다 주고 오느라 늦었다며 땀투성이가 된 얼굴에 눈물을 보태는 아이.
자신의 성은 "J", 아버지의 성은 "S". 이유를 물으니 새 아버지가 호적에 올려 주지 않아 동거인으로 올라 있어 그렇다며 아침 먹는 게 눈치 보여 전교생 중 제일 먼저 학교에 오는 아이.
"마침 아버지께서 주워 오신 책이 과학에 대한 책이라 읽고 독후감을 쓴다."
로 시작하는 아이의 독후감.
과학 독후감 쓰기 숙제를 해야하는데 마침 청소를 하시다가 주워 오신 책이 과학에 관한 책이라 너무 기쁘다는, 아버지가 환경 미화원인게 이렇게 기쁘고 고마운적이 없었다고 적고 있는 아이.
무료 급식 대상자가 되지 못해 굶는 아이의 급식비를 내 주시는 선생님.
수학 여행이다 야영이다 행사 때마다 함께 데리고 가고 싶은 마음에, 나중에 출세해서 갚아야해, 한 마디 하시며 자신의 주머니를 터시는 선생님.
소풍갈 때 사복 입는 다는 말에 눈에 눈물이 고이는 아이 데리고 시장으로 손잡고 가시는 선생님.
특기적성 수업료가 없어 무료인 독서반으로 가는 아이 대신 수업료를 내 주시는 선생님.
등록금을 내지 못해 졸업장을 못 받을 제자를 위해 밀린 2년 치 등록금을 선뜻 내주신 선생님.
부모 없이 동생과 사는 아이를 위해 한 번씩 반찬을 해다 날으시는 선생님.
집 나간 아이 찾으러 밤거리를 헤매고 다니는 선생님.
선생이 된 덕분에 경찰서와 무지 가까워졌다며 서부 경찰서 형사님들 중에 아는 사람 많다며 자랑(?)하시는 선생님.
그 선생님의 억울하다는 마음, 빈말이 아니다.
군대 간 애인을 기다리다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여자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도 3년 잘 기다려 준 여자 이야기에는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분명 기다려준 여자가 절대적으로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유는 두 가지라는데
돌아서 버린 애인 이야기를 끝간데 없이 해대는 남자의 과대 광고, 자신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떠나버린, 한 때의 애인을 매도할 수밖에 없는 남자의 이기심이 잔뜩 베어 있는 광고성 떠벌림과 희극보다는 비극을 더 즐기는 우리네 묘한 심리때문이라고.
기다려 준 여자 이야기는 너무 당연해서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하고 그걸 남들에게 전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누군가가 이야기했었다.
촌지 문제를 그리 비유하면 너무 억측일까?
촌지(물론 진정한 의미가 아닌 변질 된 이 시대의 촌지를 의미함)를 받는 선생은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여자, 아이들을 사랑하고 진실 된 교사의 길을 걷는 선생은 누구의 관심거리도 되지 않는 3년을 고스란히 사랑의 마음으로 기다려준 여자에 비유를 한다면.
그러나 난 이렇게 우겨보고 싶다.
그 여자는 영원히 한 남자의 가슴에는 아로새겨지게 될 것이다. 사랑의 이름으로.
그러기에 자신의 길을 열심히 가고 계시는 많은 선생님들은 아이들 가슴 가슴 마다에 사랑으로 기억되리라고.
난 스승의 날 선물을 받고 싶다.
『스승의 날이라 실장이 반 전체가 편지를 쓰는 것이 돈도 제일 안 들고 남 보기에도 좋다며 단체로 구입한 편지지를 주기에 편지를 씁니다.이라는 편지가 절반은 되는 단체 편지 선물만큼 사람을 초라하고 슬프게 만드는 것이 있을까?참, 할 말이 없네요.
선생님 감사합니다.그럼 이만.』
언제부터인가 스승의 날 학급의 아이들이 단체로 편지를 스는 것이 유행처럼 되었다.
어떨 때는 엽서 내지, 편지지까지 조금이라도 절약을 해보자며 단체로 구입을 해서는
"야, 편지 모레까지는 부실장한테 꼭 내라.""할말도 없는데 뭐 쓰노?"
"그냥 몇 줄 적어 내면 된다. 안 내면 안 된다 알겠제? 이게 제일 돈 안 들고 폼 나는 선물인 거 알잖아. 모레까지다. 포장해야 하니까 알겠나?"
이렇게 강제 수집 된 편지들로 이루어진 편지 다발 선물.
아이들은 자기 혼자만 그렇게 쓴 줄 알고 있을 것이다.
『스승의 날이라 실장이 반 전체가 편지를 쓰는 것이 돈도 제일 안 들고 남 보기에도 좋다며 단체로 구입한 편지지를 주기에 편지를 씁니다. 참, 할 말이 없네요. 선생님 감사합니다.그럼 이만.』
그런데 아이들 마음이라야 별반 다를 게 없으니 읽는 나는 그런 비슷비슷한 편지를 최소한은 여섯 일곱 통은 읽는 게 보통이고 어느 한 해는 절반 가까이가 그런 편지여서 집에 가지고 가 거실에 패댕이를 치고는 엉엉 운 적도 있었다.
그건 모두 내가 한 것에 대한 결과였기에 더 더욱 나를 힘들게 했었던 것이다.
난 한 줄이라도 진심이 적힌 편지를 받고 싶다.
물론 이제까지 많은 편지가 아이들의 진심이란 걸 모르지 않는다.
그 마음이 담긴 편지들로 인해 내가 여기까지 오고 있다는 것도.
늘 이런 식이다.
지각하는 아이때문에 제 시간에 와 있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를해대는, 그래서 그 아이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끝내는 억울하게 하는...
이 자리를 빌어 내게 진정한 마음을 주었던 더 많은 학생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말도 안 듣고 애를 먹이던 아이들이 스승의 날이면 하나같이 그리 감사하는 마음이 넘칠까?
무에 그리 감사하기만 한 걸까?
그래서 바로 스승의 날이 필요하다고, 그런 날이 있기에 아이들이 선생에 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거라고, 그래서 이 날은 꼭 있어야하는 날이라고하면 난 할말이 없어지지만 과연 정말 그럴까?
난 진심이 담긴 편지를 촌지로 받고 싶다.
난 정말 욕심이 많은 가 보다.
며칠 전 우리 반의 한 아이가 내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전 선생님이 쓰신 책 다 못 읽었습니다.라고 적힌 편지를 내게 준 아이.전 원래 영어를 싫어하는데 책에 모르는 영어가 너무 많기도 하고 지겨워서 읽다가 그만 둬버렸어요.
다음에는 좀 쉽고 재미있는 책을 써 주세요.
다른 아이들은 재미있다고 하지만 전 재미없었어요.
이렇게 이야기해도 선생님 화 안 내실거죠?』
진정 나를 사랑해주는 아이라 믿는다.
나는 촌지를 많이 받고 싶다. 이런 것이라면 매일 받아도 좋지 않을까?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본문 중에서>
"내 이름은 위베르 노엘이다.
나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예전에는 나도 어렸었단다) 산타 클로스 할아버지라고 불렸지.
나는 그런 이유에서 선생인 되었단다.
그리고 선물 주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나는 너희들에게 매일매일 선물을 줄 작정이다.
학과 수업 선물, 책 선물, 기술 선물, 동사 변화법 선물, 수학 선물, 과학 선물.
인생이 내게 준 모든 것을 선물 할 건데, 그 속에는 '천재지변'들도 포함되어 있다!"
"선생님, '천재지변'이란 게 무슨 말이에요?"
선생님은 사전을 집어들며 말했다.
"자, 여기 마법의 선물이 또 하나 있단다. 이 책에는 모든 단어들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들어 있단다."
【노엘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주신 조커 중 몇 개】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자신의 모든 것을 선물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할아버지 선생님의 모습에 저절로 주눅이 들고 한 편으로는 한없이 부러웠다.
아이들에게 인생에는 필요 할 때마다 꺼내 보이며 그 상황을 잘 지내갈 수 있는 "조커"가 있다는 걸 가르쳐 주고자 하신 선생님.
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조커"를 주는 선생일까?
***우리 언제 돌아와요?***
모처럼 남편이 가족 나들이를 하자는데
예슬 : Mom, do you know when we will be back?
(어머니, 우리 언제 돌아와요?)
나 : I'm not sure?
(엄만 모르겠는데.)
예슬 : You are not sure?
(모르신다구요?)
나 : Why?
(왜 그러는데?)
예슬 : I was just wondering.
(그냥 좀 궁금해서요.)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
남편 : Why? What's wrong?
(왜 그래? 무슨 일 있니?)
예슬 : I have to go there at 7.
(7시에 거기에 가야되거든요.)
남편 : Where?
(어디?)
에구구, 내 정신 좀 봐. 전자 실험 연습하러 가야하는 걸 잊고 있다니.
나 : It slipped my mind! She need to go to teacher's house.
(깜빡 했네. 걔 선생님 댁에 가야하는데.)
남편 : Don't worry. We'll be back by then.
(걱정 마시게. 그 때까지는 돌아올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