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하루에 아이 둘을 잡았답니다.

착한재벌샘정 2003. 6. 9. 11:22
♥큰 아이 이야기♥

큰 아이가 캠프를 간사이 남편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남편이 한 말이 마음에 오래 남더군요.

"아이 공부도 중요하고 캠프와 같은 체험 활동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니지 생각 해 봐.

방학하고 휴가 다녀 온 뒤에 예슬이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몇 시지?

내가 출근할 때까지 일어나지 않잖아.

물론 늦게 자니 그렇다고 하지만 아이의 생활 습관은 흐트러지지 않는 게 좋아.

그리고 아버지가 일어나 아침을 먹고 출근을 하는데 나이가 적은 것도 아니고 그 때까지 아이가 잠자리에 있다는 건 생각해 볼 문제야.

효와 예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인데…….

그리고 부지런한 생활이 습관이 되도록 해주는 것이 어쩌면 가장 큰 것일지도 몰라.

정주영 회장은 생전에 때 매일 아침을 살림을 난 자녀들을 아침 식사에 오라고 해서 조반을 6시에 함께 먹었대.

그건 아마도 시간의 중요성을 알게 해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해."

남편의 말에 공감을 했지요.

캠프에서 돌아 온 아이에게 남편의 말을 전하고 엄마도 같은 생각이니 내일 아침부터는 늦어도 6시에는 일어나도록 해야한다고 했더니 아이는 그럴 수가 있느냐고 하더니 캠프 갔다 온 다음 날이니, 특수한 상황이니 하루만 봐 달라는 걸 단호히 거절을 하고 어제 아침에는 내가 눈을 뜨자마자 아이를 깨우리라 마음을 먹었지요.

그런데 아이는 내가 깨는 기척에 얼른 따라 일어나더군요.

비록 잠에 취해 힘들어하는 모습이었지만 그렇게 일어나는 아이가 대견하기도 하더군요.

내친 김에 시골에 있는 시댁에도 다녀오리라 마음을 먹었습니다.

방학하고 어쩌다 보니 한 번도 다녀오지를 못했거든요.

방학하고 바로 서울에 다녀왔고 일주일은 영어 한다고 집에 데리고 있었고 지난 일요일은 가족이 함께 대구에서 드물게 하는 뮤지컬을 보러 갔었거든 요.

"아가씨와 건달들"을 보고 왔지요.

예슬이는 음악, 무용, 오페라, 뮤지컬, 연극 등 공연 관람을 참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캠프를 다녀왔으니 정말 시간이 없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영어 한다고 집에 데리고 있었던 일주일 중 제가 생각이 조금만 넓었다면 다녀올 수도 있었는데.

모처럼 마음먹고 하는 공부이니, 했던 제 짧은 생각이 부끄럽더군요.

아이들과 함께 시댁에 도착하니 아이들은 당연하다는 듯 방과 거실 청소를 하기 시작하더군요.

우리 예슬이가 할머니 댁을 청소하는 이야기는 했었지요.(청소하게 된 이야기로 바로 갑니다.)

시골이라 시원하다고는 하지만 방 세 개와 거실, 그것도 할머니 혼자 쓰시다보니 비워두기도 하고 제대로 청소가 안되어 있은 탓에 청소가 장난이 아니었거든요.

제가 부엌만 청소하는데도 입고 간 옷이 땀 투성이가 되어 물이 흐를 지경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한나절을 할머니와 보내고 돌아 와서는 저녁 식사로 밥과 상추쌈만을 주었더니 아이 눈이 동그래지는 겁니다.

예슬이가 야채를 잘 안 먹거든요. 그리고 살이 좀 찐 편이라 요즈음 운동중이기도 하거든요.

이제부터 저녁은 매일 밥과 야채 쌈만 줄 거라고 하니 아이는 하루 종일 쌓였던 걸 한꺼번에 풀어놓더군요.

캠프 갔다가 그것도 비오는 야간 산행 중에 미끄러져 두 무릎을 많이 다쳐 오고 멀미도 해 힘들었는데도 아침 일찍 일어났고 할머니 댁에 가서 청소도 말끔히 해드렸고 밀린 영어도 알아서 많이 했는데 자기가 싫어하는 야채 쌈만으로 밥을 먹으라고 하다니 그것도 매일 저녁을 그렇게 먹으라고 하다니 너무 하다며, 왜 어머니 마음대로만 하느냐고 말입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왜 그래야 하는지 충분히 설명을 했고,

할머니 댁에는 그 동안 다녀오지 않았으니 당연히 갔다와야 하는 것이었고 할머니 댁의 청소도 당연한 것이니 불평할 것 없고,

또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은 나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니 나보고 불평할 이유가 없다.

저녁을 야채 쌈으로 먹자고 하는 것은 너 혼자만 그러는 것이 아니고 다른 식구들도 함께 하는 것이고 너의 건강과 날씬한 몸매를 위한 것이니 더욱 불평할 것은 못된다, 불평은 어쩌면 너 때문에 야채 쌈으로 매일 저녁을 먹어야 하는 다른 식구들이 해야하는 것 같은데 어째 주객이 바뀐 것 같다고 했더니 입을 삐죽이 내밀더군요.

캠프 갔다 돌아 온 다음 날 너무 돌렸는지 방학 동안만 보기로 약속했던 TV의 "명성황후"도 보지 않고 잠이 들더군요.

♥작은아이 이야기♥

먼저 저희 집 요즈음 저녁 풍경을 이야기해야겠군요.

편입을 마음먹은 동생이 퇴근 후 저희 집으로 와 저녁 시간 동안 저와 함께 영어 공부를 하고 있지요.

함께 공부라고는 하지만 동생 혼자서 열심히 영어 책을 읽는 것이 전부입니다.

토플이나 토익 시험을 칠 사람에게 무슨 영어 책읽기냐고 하시겠지만 제 생각은 그래요.

어차피 하는 공부, 그저 시험만을 위한 것으로 그치지 않고 영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를 바라거든요.

그래서 문법이나 문제집을 푸는 대신 영어 책읽기를 시키고 있지요.

이게 무엇인지 아시겠지요?

제 책에서도 소개를 했던 제 영어의 우리 아이들 다음의 2등 공신인 소형 녹음기입니다.

읽는 것을 녹음해서 듣고 또 다시 읽고 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거든요.

영어는 언어이니 듣고 자신의 입으로 말을 해보는 것이 가장 먼저라는 게 제 생각이고 제 경험이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해서 영어라는 것이 내 입에 와 붙고 내 귀에 와 닿으면 일단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영어가 정말 재미있어지거든요.

동생의 영어 책읽기는 일단 동생 마음에 있는 영어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을 없애고 영어와 친해지고 또 한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가 선택을 한 것입니다.

남편은 당연히 문제집을 펴야 할거라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제가 하는 방법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못내 의심스러워 하지만 정작 동생은 이제 영어를 너무 재미있어하고 마음에 있던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데 성공했다고 저에게 너무 고마워하며 제가 하자는 대로하겠다며 거의 맹목적인 추종을 맹세(?)하곤 합니다.

동생은 매일 저녁을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정말 열심히 영어 책을 큰소리로 읽곤 합니다.

이 때 우리 정빈이의 역할이 뭐냐하면 바로 이모의 발음이 틀렸을 때마다 파리채로 이모를 한 대씩 때리는 것이었어요.

이모의 영어책 읽기는 저와 저의 두 아이 모두의 영어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가르치면서 가장 많이 배운다고 제가 늘 이야기하고 있으니 저야 당연히 도움을 받고 있고 저희 두 아이는 이모의 발음에서 틀린 부분을 찾아내야 하니 귀를 종긋해서 들을 수밖에 없으니 큰 도움이 되어주고 또한 이모의 열심인 모습도 보이지 않게 아이들에게 큰 자극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모가 틀리면 내가 이모 한 대씩 때릴까요?"
하는 정빈이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게 실수였습니다.

정빈이는 이모가 틀릴 때마다 한 대씩 이모 엉덩이를 때리곤 하더니 아, 이모를 대하는 태도가 마치 자기 친구 내지는 동생을 대하는 것 같아졌지 뭡니까?

게다가 예슬이가 영어 책을 들고 있으면 어찌나 방해를 하는지.

괜히 발로 책을 툭툭 차기도 하고, 예슬이가 책을 읽으면 더 큰소리로 고함을 질러 방해를 하고.

그래서 이래서 안 되겠다 싶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느라 이모나 언니가 나름대로 얼마나 힘든지를 알게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정빈이에게 글자를 읽어보라고 하는 것이었어요.

정빈이는 아직 한글을 모르니 언니나 이모가 영어 책을 보면서 새로운 언어를 배워 가는 것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하게 해보는 것이 제일 낫겠다는 생각에서였지요.

제가 요즈음 정빈이에게 자주 읽어주는 책들입니다.("읽는 재미" 시리즈 중 1단계입니다. 4단계까지 있는 책입니다.)

이 책 열 권을 모두 가지고 오게 해서는 책제목을 한 번 씩 읽어 주고 따라 읽게 하고는 정빈이 혼자 읽어보라고 했지요.

왜 글자 공부를 시키느냐고 묻더군요.

"이모하고 언니가 영어를 배우는 것과 똑같잖아.

이모와 언니도 엄마가 읽어주거나 테이프에 나오는 소리를 듣고 영어라는 글자를 공부하고 있어.

정빈이가 엄마가 읽어주는 것을 따라 읽으면서 모르는 글자를 읽으려니 쉬워 어려워?어렵지?

이모와 언니도 지금 네가 어려운 것과 똑같이 어렵게 공부하고 있는 거야.

그런데 너 이모 틀릴 때마다 재미로 한 대씩 때리면서 이모를 바보라고 놀리기도 하고 언니 공부하는데 옆에서 자꾸 방해하고 그러잖아.

누구든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는 거야.

너도 오늘 처음 읽는 거 해보니 힘들다는 거 알겠지?

정빈이가 이거 읽으려고 집중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누가 방해하면 너 기분이 어떻겠어?

그동안 정빈이의 태도가 어떻다고 생각 해?"

그러면서 정빈이에게 그 열 권의 책제목을 다 읽도록 붙들고 앉혀 시켰더니 아이의 태도가 싹 달라졌지 뭡니까?

온 저녁 내내 데리고 아이를 잡았더니 말입니다.

읽다가 틀리면 후다닥 스스로 파리채로 자신의 엉덩이를 살짝 때리기까지 하는 걸 보니 자신이 이모 엉덩이를 때렸던 것이 미안하기는 한 모양입니다.

언니에게도 얼마나 잘 해주는지요. 언니 힘들지? 하면서 말입니다.

우리 정빈이는 생전 처음 엄마가 다잡아 뭘 시키는 것에 놀라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체험을 통해 알게 되었지요.

힘들었나 봅니다.

12시는 넘어야 자는 아이가 10시도 안 되어서 연신 하품을 하더니 어제는 일찍 자지 뭡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