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Birthday Party

착한재벌샘정 2003. 6. 9. 11:22
시어머니의 82번째 생신이었다.

작년 가을 아버님이 세상을 뜨시고 맞이한 첫 번째 생신이라 다른 때보다 더 마음이 쓰였었는데 7남매 중 서울 사시는 막내 시누이네만 빠지고 모두 오셨고 큰조카가 생일 케이크까지 사온 덕에 아버님의 빈자리가 그리 두드러지지는 않아 보였다.

아버님 생전에는 쓸데없는 짓이라며 혼을 낼 걸 알기에 생신 날 케이크 한 번 사오지 못했었는데….

큰 초 8개, 작은 초 2개에 밝혀진 촛불.

그 촛불을 보면서 아이들의 <생일 잔치>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예슬이가 나에게 불만인 것 중 하나가 바로 "생일 잔치"이다.

13살인 예슬이는 친구들을 초대한 생일 잔치를 두 번했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와 작년 생일에.

아이는 남들 다 하는 생일 잔치를 왜 안 해주는지가 늘 불만이다.

그리고 자신의 생일 잔치를 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의 생일 잔치에도 초대를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친구의 생일 잔치가 있는 날이면 불평을 해대곤 한다.

난 그럴 때마다 아이에게

"왜 생일 잔치를 해야하는 건데?

우리 문화에는 보통 첫 돌에 가족들이 처음으로 맞이하는 생일 축하해주고 건강을 기원해주는 것이고, 그 다음에는 가족들과 미역국이나 끓여 먹으면 되는 것인데, 생일 잔치는 무슨 생일 잔치?

그리고 이 집에서 나이로 가장 어른인 아버지의 생일에도 친구들 초대하는 잔치를 안 하는데 무슨 아이 생일 잔치야?

엄마 생일에 친구들 초대해서 잔치하는 거 봤어?

그리고 생일 잔치 초대 못 받으면 어때?"

한다.

물론 요즈음 아이들의 사이에 생일 잔치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내가 아니고 친구의 생일 잔치에 저만 가지 못하는 아이 마음이 얼마나 속상하고 서운할까를 짐작하지 못하는 내가 아니지만 아이들의 생일 잔치에 대한 반대 의견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난 왜 그리 반대를 하는 것일까?

아이 말처럼 한 10만원만 들이면 아이가 그렇게 기뻐할 것을.

새해의 달력이 집에 는 날이면 아이가 가장 먼저 묻는 것이

"올해도 생일 잔치 안 해 주실 거죠?"

난 딱 잘라 말한다.

"응"

그런 아이의 모습이 안쓰럽고 팥쥐 엄마 보다 더 지독한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던지 남편은 작년 초에 아이에게 자신이 생일 잔치를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고 아이는 달력에다 자신의 생일 인 9월 25일에 큰 동그라미를 해두고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11번 째 아이의 생일.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두 번째 생일 잔치.

피자 집에서 점심을 먹고, 오락실에서 펌프와 게임을 하고 노래방에서 노래와 춤으로 보내는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의 생일 잔치.

난 아이의 계획을 보면서, 피자 집과 노래방을 따라 다니면서 도대체 아이들에게 있어 생일 잔치는 무엇일까?

왜 아이들의 생일 잔치라는 것이 당연한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아가고 있는 걸까?

내가 알고 있는 외국의 생일 잔치라는 것은 이런 게 아닌데….

여러 가족들 중 왜 아이들의 생일 잔치만 우리에게 온 것일까?

아이들은 대부분 그렇게 비슷비슷하게 생일 잔치를 한단다.

그저 먹고 게임하고 노래 부르는, 어른들의 것을 당겨서 해보는 듯한 아이들의 모습.

올 해 초 아이는 또 물었었다.

"올해 생일 잔치 안 해 주실 거죠?"

난 딱 잘라 말했고.

"응"

난 진짜로 동화에 나오는 마음씨 나쁜 계모일까?

3월 7일이 둘째 정빈이의 생일이다.

첫 돌과 두 돌에는 병원 뛰어 다니느라 제대로 못했고 정빈이가 생일 잔치라고 제대로 해본 것은 세 돌 때였다.

잔치라는 표현이 적당하지는 않지만 식구들 모두 모여 아이의 건강함을 축하해주는 자리였다.

이제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아이.

우리가 해주는 선물에, 촛불 밝힌 케이크로 아직은 만족을 하고 있지만 그 아이도 유치원에 가거나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생일 잔치"라는 문제로 나와 또 얼마나 줄다리기를 할지….

아, 난 진짜 나쁜 엄마일까? 이러다 우리 아이들 둘 다 친구도 하나 없는 외톨이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난 왜이리 고집을 피우는 걸까?

끝없는 갈등으로 새벽을 맞이한다.

[서점에 가면 이 책 한 번 보세요.]

###내 딸이 여자가 될 때###

<책의 차례를 소개한다.>

1장 허리케인 속의 어린 나무

2장 이론적 쟁점들 - 스스로의 선을 위해

3장 발달단계상의 문제들.

4장 가족 - 그 뿌리 깊은 체계

5장 어머니들

6장 아버지들

7장 이혼 - 관계의 분열, 그 이후

8장 허리케인 속에서- 우울증

9장 마른 몸매에 대한 숭배

10장 약물 및 알코올

11장 섹스와 폭력

12장 예전과 지금

13장 상담에서 배운 것들

14장 천 송이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15장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이제 틴에이저의 나이가 된 우리 큰 아이

요즈음 난 그 아이에게서 "참 힘겹다"는 마음을 느낄 때가 있다.

그 때마다 펼치게 되는 책 한 권을 소개한다.

10대의 아이들, 그 중에서도 딸아이들의 힘겨운 시절을 실 예를 들어가며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딸이 40명이나 되는 내게 교과서 보다 더 힘이 되어주고 있다.

[아이들과 영어로 이야기해요.]

***엄마는 잔 소리쟁이 ***

학교 갔다와서는 밖에 놀러만 갔다하면 늦는 예슬이

예슬 : I'm sorry, I'm late.(죄송합니다. 늦었어요.)

이런 날이면 나의 잔소리는 시작된다.

나 : Is that it? "I'm sorry, I'm late."("죄송해요, 늦었어요."라고 하면 다야?)

What kept you so long?(왜 이렇게 늦은 거야?)

You dumped your book bag at living room.(책가방은 거실에다 내 팽겨 쳐놓고)

Where did you go?(어디 갔었어?)

이런 말을 하다보면 괜히 나 혼자 더 열 받아 사사건건 잔소리를 해대게 되는데….

나 : Remove the mud from your shoes.(신발에 진흙은 떼야 할거 아냐?)

나 : You've got something on your pants.(바지에는 뭘 묻혀 가지고.)

나 : Take a shower and change into clean clothes. Right now!(샤워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어. 지금 당장!)

샤워하고 나오는 아이 어깨너머로 똑똑 흐르는 수돗물, 또 한마디

나 : The tap is still dripping.(수도도 덜 잠그고.)

나의 잔소리는 계속 이어진다.(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