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잠만보"가 되는 엄마!
잠만보는 작은아이가 내게 붙여 준 별명인데 잠만 늘어지게 자다가 가끔 잠에서 깨면 엄청나게 먹어대는 포켓몬이라고 한다.
우리 집에서 주말에 남편이 식사 준비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남편은 장을 보는 것에서부터 모든 일들을 잘한다.
아이들과 부엌에서 요리를 하면서 웃고 장난치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침대 위에서 잠만보가 되어 있다.
식사 준비가 다 되갈 때면 어김없이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빈아, 가서 잠만보 깨워라. 어서 가서, 잠만보 보고 일어나서 밥 먹으라고 해."
정빈이의 콩닥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고
"어머니, 진지 드세요. 일어나세요."
하며 나를 흔들어 댄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킨다.
"잠만보 밥 먹으러 일어나 볼까?"
아이는 잠맘보에다 슬리피까지 합하여
"어머니를 슬리피잠만보라 부르자."고까지 하니….
이렇게 토요일 일요일은 난 호강스러운 잠만보 아줌마가 되곤 한다.
워낙에 잠이 없는 우리 아이들이다 보니 주중에는 거의 매일을 12시 넘어 자는 게 보통인데 그 몫을 내가 하니 주말만큼은 난 늘어지게 잠만 자는 잠만보가 되곤 하는 것이다.
난 잠맘보가 되어 누워 있으면서 가끔 시어른들이 참으로 고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작년 가을 여든 일곱에 세상을 떠나신 아버님과 올해 여든 셋인 어머님.
그 분들은 그 연세에 보기 드문 생각으로 자식들을 키우신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의 형제는 모두 셋인데 두 분 형님들도 그렇고 모두들 어찌나 부지런하신 지….
명절이라고 해도 남자라고 그냥 방안에 앉아 있는 사람이라고는 없다.
가끔씩 우리 집에 오신 날이면, 그저
"아범아, 뭐든지 니가 해라. 에미 직장 다니느라 바쁘니 서로 돕고, 조금이라도 힘든 일은 아범이 하거라."
하시며 남편의 집안 일을 적극 독려를 해주시니 이런 고마울 데가.
이처럼 한 사람의 성장과정에서 부모님의 가치관은 엄청나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한다.
집안 일은 여자들의 몫이니 남자인 너는 아예 할 생각을 말아라, 라는 사고를 가진 부모님 과 함께 생활하였다면 아마 지금의 남편 모습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남편의 가사 일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러다 보니 가끔씩 TV에서보는 주부들의 일상으로 그려지는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곤 한다.
"어머니, 30분 동안 저 아주머니가 몇 가지 일을 한 줄 아세요?
자그마치 7가지 일을 했어요. 그러는 동안 아저씨는 담배 피우고 아들과 바둑 두고 TV보는 일밖에 안했다구요.
저 드라마를 쓴 사람은 여자예요 남자예요?
왜 저렇게 아주머니에게는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식사 준비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아가 돌보고, 시장 봐 오고, 할머니 시중들고, 빨래 개고, 이런 일들을 하도록 쓸까요?
거기다가 이불 펴는 것까지 아주머니가 하네요?"
아이들을 돌봐 주시는 친정 어머니께서 간혹 우리 집에서 TV를 보시는데 그 때 오며가며 본 드라마에 대한 큰 아이의 평 중의 하나이다.
주말이면 잠만보가 되어버리는 엄마와 자신들과 함께 시장을 보고 식사 준비를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자연스러운 우리 아이들, 엄마가 재미있게 책을 읽고 있으면 자기네 셋이서 맛난 거 해먹고 날 약올리는 재미가 쏠쏠한 우리 아이들.
가끔 어머니는 이런 걱정을 미리 하시곤 한다.
"야들도 나중에 저거 아버지 같은 남자를 만나야 할텐데."
난 믿는다.
세상의 아들 가진 엄마들이 모두 잘 키워 주실 거라고.
집안 일 잘하는 남자로 키워달라는 말이 아님을 물론 아실 게다.
우리 두 딸은 잠꼬대에서조차 시집 안 간다는 소리는 안 하는 아이들이므로.
아니, 입만 떼면 시집간다는 말을 하는 아이들이니 아마도 곧 사위를 볼지도 모르겠는데 어디 좋은 사윗감 없는지 모르겠다.
###쉿! 엄마 깨우지 마!###
다섯 째 아기 원숭이가 말했어요. "뭔가 타는 냄새 안 나니?" 다섯 마리 아기 원숭이는 엄마가 자고 있는 방 앞을 막 뛰어 갔어요. "쉿! 엄마 깨우지 마!" "어휴, 케이크가 모두 넘쳐 버렸네." "빨리 오븐을 꺼!" "케이크를 구출하라!" "쉿! 엄마 깨우지 마!" 다섯 마리 아기 원숭이가 엄마의 생일 날 아침 생일 케이크를 구우면서 일어나는 소동을 아주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는 그림책이다. 아기 원숭이들의 귀엽고 익살스러운 모습과 너무도 꿋꿋이 자고 있는, 잠만보인 나를 연상케 하는 엄마의 모습, 불을 끄기 위해 달려 온 소방차까지. 아, 그런데 이게 웬일? 무슨 일일까요? 궁금하지 않으세요? ***엄마는 잔 소리쟁이, 그 세 번째 이야기*** 식탁에 앉자마자 음식 투정을 하는 아이 나 : Stop complaining about these foods.(음식에 대해 불평하지마.) 예슬 : I'm tired of Doejang jjigae.(된장 찌개는 지겨워요.) 나 : It's very good.(맛있잖아.) 예슬 : I don't like the taste of it.(맛없어요.) 나 : And it's good for your health.(몸에도 좋고.) 입을 삐죽거리더니 하는 말, 예슬 : Do I have to eat all this rice?(이 밥 다 먹어야 해요?) 나 : Of course.(물론.) 급하게 밥을 먹는 아이에게 Take your time. You'll get indigestion.(천천히 먹어. 체하겠다.) 급히 먹으니 흘릴 수밖에 나 : Don't spill soup.(국물 흘리지마.) TV 보고 싶은 마음이 급해서인지 밥 먹으며 한 쪽 다리를 덜덜 떠는 아이 나 : Stop jiggling your leg!(다리 좀 떨지마.) 밥을 반도 체 먹지 않고 일어서는 아이 예슬 : May I be excused from the table, mother?(어머니 저 먼저 일어나도 되죠?) 나 : Have some more.(좀 더 먹어.) 예슬 : No thanks. I'm full.(아니요. 배불러요.) 당신 잔소리만으로도 배가 그득할 거라며 남편이 한마디한다. 나 : Did I go too far?(내가 너무 심했나?) 나도 한 마디 하고 싶다. "나도 잔소리 안 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