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엄마는 중학교 때 수학 여행 못 갔었어.

착한재벌샘정 2003. 6. 9. 11:22
4월 16일부터 2박 3일로 수학여행을 간다.

수학 여행이라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들떠 떠들게 되는 내 모습에 큰 아이가 입을 뾰족하게 오므리고 들어주고 하더니 급기야

"그렇게 좋으세요?" 한다.

"응, 좋아. 생전 처음 가는 중학교 수학여행이거든."

"처음이요? 어머니 중학교 때 수학 여행 안 가셨어요?"

"응, 엄마는 중학교 때 수학 여행 못 갔었어."

"왜요? 왜 안가셨어요?"

"못 갔다니까. 안 간 게 아니고."

"어유, 따지시기는. 그럼 왜 못 가셨는데요?"

"왜냐하면! ……."

선뜻 대답을 못하다가 겨우

"그냥…."

"그냥 이라는 말이 어디 있어요. 그럼 어머니 학교 언니야가 그냥 수학 여행을 못 간다면 어머니는 이해하시겠어요. 진짜로 왜 못 가셨는데요?"

돈이 없어서 못 갔다는 말을 하려고 하는데 왠지 말이 목에 걸려 넘어오질 않았다.

아직 어린 아이 생각에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염려와 갑자기 밀려드는 그 때의 심정으로 인해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이 얼굴만 바라보았다.

내게는 중학교 수학여행의 추억이 없다.

학창 시절에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가지를 못했고 15년째 교사 생활에서도 12년을 고등학교에서 근무를 했고 저 작년 중학교에 와서는 2년 계속 1학년 담임을 했기에 내 삶의 흔적 그 어디에도 "중학교 2학년의 수학 여행"이라는 추억은 없다.

수학 여행을 간다는 가정통신문을 집으로 가지고 가던 날,

난 참으로 들떠 있었다.

유난히 상상하기를 좋아했던 나였기에 나는 가정통신문을 받아드는 그 순간부터 벌써 몇 번의 여행을 다녀 온 터였다.

그러나 내가 들떠 내민 가정통신문을 받아 든 어머니의 힘없이 내려앉는 어깨와 가정 통신문에서 계속 머물러 있는 시선에서 나는 내 수학 여행은 이미 끝났음을 느꼈었다.

내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혼자 다녀온 상상 속의 여행만으로.

긴 시간이 지난 후 끝내 내게로 시선을 주지 못하신 채 어머니는 말씀을 하셨다.

"안 가면 안되겠니?"

수학여행을 못 간다는 것

그건 여행기간 2박 3일 동안의 슬픔이 아니었다.

수학여행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나는 참으로 철두철미하게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다.

왜 그때는 모두들 어려운 시절이었던 것 같은데 우리 반에서 여행을 못 가는 아이가 나 혼자였을까?

반 이름과 반의 구호를 정하는 일에도 반가를 만드는 일에도 장기 자랑을 준비하는 일에도 같은 방에서 잘 조를 짜는 일에도, 그 어떤 일에서도 나는 철저하게 배제된 존재였다.

아이들이 떠나고 다른 반 잔류 학생들과 교실에 남아 오전 수업을 하는 내내 창 밖 만 바라보았던 나.

그 때 본 하늘은 내 마음하고는 너무 다른 라일락이 가득한 고운 보라빛깔이었었다.

그렇게 하늘만 보면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돌아온 아이들의 쉬어서 나오지 않는 목소리.

나오지 않는 목소리 덕에 서로 너무 재미있어하며 주고받는 몸짓들을 보면서 카랑카랑한 내 목소리가 너무 생소하고 민망해 하루 종일 한마디도 못하고 지냈던 며칠.

아이들의 목소리가 회복되면서 내 이방인의 시간은 끝나는 줄 알았었다.

며칠만에 다시 멀쩡하게 돌아 온 아이들의 목소리. 그리고 사진들.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사진관에 맡겼던 필름. 그로부터 인화되어 나온 사진들.

거기에는 또 한 번의 수학여행이 있었다.

아이들은 돌아 온 목소리로 손에 손에 사진을 맞들고 또 한 번 수학여행 중이었다.

내가 끝까지 고집을 피우지 않았다면 난 수학 여행을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안 가면 안되겠니?"

라고 물었던 어머니는 며칠을 고민하시다가 담임 선생님의 몇 번의 전화, 급기야는 가정 방문까지 받으시고는 어떻게든 마련을 해볼 테니 가도록 하자고 말씀을 하였었다.

난 끝까지 가지 않는다고 고집을 부렸다.

담임 선생님께 가느다란 대나무 회초리로 손바닥을 열 대나 맞으면서도 가지 않겠다고, 절대로 안 간다고 버텼었다.

난 수학 여행을 가지 않는 것으로 어머니에게 내 서운했던 마음을 표하고 싶었는지도….

이미 내 가슴속에서 끝나 버린 여행.

다시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어 버렸다고 생각했었던가?

어쩌면 철저히 가난하고 불쌍한 아이가 되고 싶은 사춘기적 환상에 젖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생전 처음 중학교 2학년 담임이 되고 학급 아이들 모두에게 보낸 첫 편지에 공유할 수 없는 추억, 중학교 수학 여행을 이야기했었다.

한 두 달 후에 갈거니 지금부터 수학여행비를 마련해두자고.

단돈 5,000원이라도 마련해 두고

"어머니 제가 수학 여행비를 모았는데 조금(?) 부족하니 좀 보태 주십시오. 6만원 정도이니 5만5천원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라고 이야기해보면 차마

"안 가면 안되겠니?"

라는 말씀은 안 하실 거라고.

그랬는데도 역시나 전화가 왔다.

도저히 형편이 되지 않아 수학 여행을 보내지 못한다는 서러움이 잔뜩 베어있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내게로 왔다.

난 내 중학교 2학년을 이야기했었다.

결코 2박3일에 끝나지 않는 그 이방인으로서의 시간들을 이야기했다.

지금의 나이가 되어도 결코 내 것이 되어주지 않는 공유할 수 없는 그 무엇, 함께 추억할 수 없는 그 무엇, 가슴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무게에 대하여.

난 네 분의 어머니에게 네 번이나 내 이야기를 해야했다.

그 네 분의 어머니들은 6만5천3백원을 마련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했을까?

자식에게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어찌 보면 이것 또한 내 욕심이 아닐까, 엄마들에게 더 큰마음의 짐을 주는 건 아닐까 마음 조리면서도 38명 모두를 데리고 가는 나의 중학교 첫 수학 여행.

"외할머니가 엄마가 선생이 될 줄 알았었나 봐."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엄마가 선생이 될 줄 알고 여러 경험을 해야된다고 생각하셔서 엄마 수학 여행을 안 보내셨나봐. 그랬으니까 엄마가 수학 여행을 못 가는 언니들 심정을 알잖아."

"그럼 혹시 저 보고 수학 여행 가지 말라고 하시는 건 아니죠?"

"언제 가는데?"

"세상에! 이럴 수가? 어머니 수학 여행 간다고 좋아하시면서 딸이 언제 가는지도 모르신 단 말이에요? 저는 19일에 간다고 몇 번이나 말씀 드렸잖아요."

"엄마 여행 가는데 들떠서 그 말이 귀에 들어 와야 말이지? 그럼 어떡 하냐? 엄마 18일 날 늦게 도착할 건데? 점심은 싸 가지고 가야 할 거 아냐? "

"걱정 마세요. 할머니가 알아서 해주신 댔어요. 볶음밥 싸갈 거예요."

"야, 할머니께 부탁할 게 뭐 있냐? 볶음밥 정도는 니가 알아서 싸가. 너 볶음밥 잘 하잖아."

오, 이런! 나 정말 엄마 맞나 몰러!!!!!

[서점에 가면 이 책 한 번 보세요.]

### 꼭 알아야 할 English Rules 250###

<아줌마의 설렁설렁 잉글리쉬 중에서>

난 책을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주욱 보며 넘기다가 혹여 내가 알 고 있거나 꼭 써보고 싶은 말부터 다지는 방법을 택했다.

모르는 것은 일단 눈에 들어오지도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걸 어쩌란 말인가?

한번은 책을 넘기다가 방금 전에 큰아이랑 한 대화와 똑같은, 정말 너무 똑같은 상황이 있어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Mom:I'm hungry. Let's eat.
(배고프다. 뭘 좀 먹자.)

Ye-seul:What do you want to have?
(뭘 드시고 싶으세요?)

Mom:What about pizza?
(피자 어때?)

Ye-seul:I knew you were going to say that!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어요.)

You always want pizza.
(어머니는 늘 피자를 원하시잖아요.)

조금 전에 아이와 이런 대화를 나누고 피자를 시켜 먹고 책을 펼쳤는데 이런 대화가 있다니, 정말 한마디도 틀리지 않고 똑같았다. 참 영어 공부할 맛 나는구먼!

내 책에 인용한 부분이 들어 있는 책이다.

정말 바로 전에 한 이야기가, 너무 똑 같은 상황이 적혀 있어 참 많이 놀라고 그 일로 내게 엄청 소중한 책이 되었다.

이 책은 다른 영어 책과 좀 다르다.

본문을 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나는 아침 7시 30분에 기상하여 샤워를 하고 옷을 입었다.(옷을 다 입는 것이므로 'get dressed').

그리고 아침을 먹었다.

8시 30분에 코트를 입고 (코트라는 옷 한 가지를 입었으므로 'put on my coat'이다), 걸어서 버스 정류장까지 갔다.

출근하여 코트를 벗고 (take off)커피를 마셨다.

일과 후엔 코트를 입고(put on) 집에 갔다.

집에 도착하여 코트와 신발을 벗었다(take off).

자정에 나는 옷을 벗고(특정한 한 가지 옷이 아니라 옷을 다 벗는 것이므로 'get undressed') 잠자리에 들었다.

(I woke up at 7:30, took a shower and 'got dressed.'

Then, I had breakfast.

At 8:30, I 'put on' my coat and walked to the bus stop.

When I got to work, I 'took off' my coat and drank a cup of coffee.

At the end of the day, I 'put on' my coat and went home.

When I got home, I 'took off' my coat and shoes.

At midnight, I 'got undressed' and went to sleep.)

wear는 옷을 입는 동작을 묘사하는 동사가 아니라 몸에 옷을 걸치고 있는 상태를 나타내는 동사이다.

'Wear' is not an action. It is to have a piece of clothing on your body.

인용 부분처럼 설명도 아주 상세하고 쉽고 정말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부분을 어찌 이리도 잘 짚어주는 가, 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리고 설명의 핵심을 정리하면서 그 정리 문장을 아래에 영어로 표현을 해 두어 표현력을 늘리는 데도 엄청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난 2박 3일 수학 여행 짐을 챙기면서 모두 다섯 권(읽지도 못할 줄 알면서도 습관으로)의 책을 배낭에 넣었는데 그 중 한 권이 바로 이 책이다.

<<<꼭 참고 하세요!!!>>>

여기에 제가 알지 못하는 오류가 있는 듯합니다.

위의 글상자 속의 "body"가 좀 이상하죠?

앞의 "x"가 왜 붙어나오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분명 "x"를 친 적이 없는데요.

참고하여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