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자식 농사라는 게....

착한재벌샘정 2003. 6. 9. 11:22
자식 농사를 잘 짓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명절에 친척들이 모이면 의례 아이들의 공부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설은 입시를 치른 뒤에 오는 명절이기에 부쩍 아이들 공부 이야기가 많다.

'이번에 누구네 집 아들은 서울대에 붙었대요.'
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모두들 입을 모아

'아이구, 그 집은 자식 농사 잘 지었구먼.'한다.

명절 전에 파마를 해야겠다고 미장원엘 갔는데 거기서 아는 사람을 만났다.

서로 긴 시간도 보낼 겸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 공부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명절에 식구들 모이면 제일 스트레스 받는 게 아이 성적 이야기예요.

맏동서 집 조카 둘 모두 서울 대 다니죠, 둘 째 동서 아이는 늘 전교에서 일등만 한대죠.

시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이번에는 몇 등 했느냐고 물어대죠.

우리 아이도 할머니 집에 갈라치면 공부 이야기가 나올까봐 제일 겁을 내요.

나도 속상하고요. 뭐 자랑할 게 있어야지요.

안 그래도 이번에도 아이에게 우리 할머니 집에 가지 말래? 라고 이야기를 했다니까요.

오죽했으면 그랬겠어요? 아이는 또 이러는 내가 야속한지 입을 삐죽거리고.

그러더니 나도 일등 한다고 해. 할머니나 다른 사람들이 확인할 것도 아닌데 그냥 일등 한다고 해버리면 되잖아요, 이러는 거 있죠"
하면서 명절이 겁이 난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얼마 전 "꿩 새끼를 몰며 크는 아이들"이라는 책을 읽었다.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과 그를 표현 방법이 참으로 대단하신 분들이었다.

아마도 그 분들 스스로가 삶을 사랑하고 긍정적인 가치관으로 세상을 보기에 그런 것들이 의도하지 않아도 가슴에서 우러나오지 않았나 싶다.

어쩌면 이렇게 아이들을 잘 키웠을까? 내가 말하는 것은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의 부모의 역할을 말한다.

부럽기도 하고 배울 점도 참 많았고 아직 서투른 내 자신을 많이 반성도 했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 이 아버지의 자식 사랑이, 자식 교육이 왜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책까지 나오게 되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그 분들 자녀들은 아마도 참 아름다운 사람들이리라.

그런 관심과 사랑 속에서 자란 사람들이기에.

그러나, 정말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식 다섯을 모두 명문대에 보냈다는 것이 세인의 주목을 끌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지만,

결국 자식 농사의 잘, 잘못은 아이들의 명문대 입학이란 말인가?

물론 그 것이 다는 아니겠으나 그 분의 자녀들이 고등학교만 나와 산업전선에서 일하고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난 아무래도 자식 농사를 잘 지었다는 말은 못들을 것 같다.

일단 아이 수에서 엄청나게 열세이고 우리 아이들은 공부에 썩 흥미를 나타내지 않고 있는데다가 부모 또한 그것에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있으니.

아마도 못난 내 심보가 심술을 부리는가 보다.

그리고 한 편으로 참 씁쓸하였다.

그 분보다 더 한 사랑으로 자식들을 키워 비록 명문대에는 못 보냈지만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부모에게 효도하고, 이웃을 아끼고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키워 낸 그 많은 부모님들.

그 분들의 자식 사랑과 그 깊은 배려는 어디에서 빛을 발하게 될까?

아마도 작지만 따스한 빛이 되어 세상을 밝혀주고 있으리라 믿어 본다.

[서점에 가면 이 책 한 번 보세요.]

###당신이 그리운 건 내게서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가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서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 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오랜만에 시집을 꺼내 읽어보았다.

시는 역시 소리 내어 읽어야 제 맛인가 보다.

한 시인의 시집을 즐겨 사기도 하지만 이렇게 여러 시인의 시를 한꺼번에 모아 둔 시집은 또 그 나름의 맛이 있다.

겨울밤에 마음에 드는 시를 혀끝에 굴려 보기를 바라면서.

[아이들과 영어로 이야기해요.]

***화장실에서***

화장실에 간 정빈이

정빈 : Mommy, mommy, mommy!(어머니, 어머니, 어머니∼이)

정빈이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어디 있는지 알지만 모른 척.

나 : Where are you?(어디 있는데?)

정빈 : Here I am.(저 여기 있어요.)

나 : What are you doing now?(지금 뭐하고 있는데?)

정빈 : I'm pooping.(응가하고 있어요.)

조금있다가

정빈 : I'm done.(저 다 했어요.)

나 : So what?(그래서?)

정빈 : Would you clean my bottom? (어머니가 좀 닦아주세요.)

이런, 여섯 살이나 된 아이가! 떡국도 먹었으면서, 좀 달라져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