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우리 품을 떠나갈 아이들
비가 부슬부슬 내린 일요일이었습니다.
며칠 동안 늦더위가 정말 대단하더니 기온도 뚝 떨어져 언제 더웠냐 싶은 것이....
요즘 예슬이를 보면 정말 ‘품안의 자식’이라는 말을 실감한답니다.
영화 동막골을 보고 싶대서 같이 보러 가자고 했더니 친구들과 같이 간대요. 책 살 것이 있다기에 그럼 서점에 같이 가자니 친구들과 같이 갈 거니 돈이나 달라네요. 결국 예슬이 혼자 친구 만나러 외출을 했답니다.
찐 감자 뚝딱 먹고는 ‘다녀 오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가는 예슬이의 모습을 보면서 ‘품안의 자식’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더군요.
정빈이가 요즘 크려고 하는 지 부쩍 많이 먹는답니다. 아프고 난 다음이라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남편이 김천에서 사온 포도가 정말 맛이 있는데 정빈이는 하루 종일 포도 그릇을 안고 삽니다. 삶은 달걀도 먹고, 그것도 모자라는 지 고구마도 구워달라지 뭡니까? 남편이 김천 시장을 뒤져 ‘물고미’를 찾았지만 구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하며 사온 고구마는 여전히 저희 두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랍니다. 남편은 놀러 나가고 없는 예슬이꺼 까지 굽자고 하고, 저는 나중에 돌아오면 구워줘도 된다고 말리고. ‘그래도 예슬이꺼...’하던 남편은 따뜻한 거 먹이는 게 낫지 않느냐는 말에 겨우 포기(?)를 하더군요. 이런 남편에게 저는 자주 질투를 느낀답니다.
‘아이들에게 하는 거 십분의 일만 마누라에게 해봐봐요.’
아래 사진을 봐주세요. 저어기~~~ 골목을 내려가는 자전거 보이시죠? 분홍색 우산도요.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 남편은 체인이 자꾸 벗겨진다는 정빈이의 자전거를 수리점에 가지고 가고 있는 길입니다. 저보고는 걸어오라고 하고서는 남편은 모자를 쓴 채 앞에 타고 정빈이는 우산을 들고 뒤에 타고 가고 있는 중입니다. 수리점까지가 꽤 되거든요. 이 비 오는 날 가야겠냐며 말렸건만 내일이라도 날이 개면 자전거 타고 싶어 할 거라며 자기가 있을 때 가야한다면서(제가 고치러 안 간다는 걸 너무 잘 아는 지라)먼저 출발한 제 곁을 휘익 스쳐 지나 골목을 내려가는 것을 찍은 것입니다. 결국 횡단보도에서 만나기는 했지만요. 신호 대기 중 만난 정빈이의 얼굴에는 정말 행복이 가득했었습니다.
우산을 들고 아버지의 허리를 잡고 자전거를 타고 오는 동안 무척 재미있었던 모양이에요. 비가 오고, 기온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말렸었는데...
남편은 정말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는 비결을 너무 잘 알고 있나 보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전거를 고치고 돌아오는 동안 비가 그치자 정빈이는 놀이터에서 놀고 싶다고 해 저와 정빈이는 누가 더 높이 올라가는 지 그네타기 시합을 하고 남편은 자전거를 타고 놀았답니다.
저도 자전거 타기를 무척 좋아하는 지라 체중으로 인해 자전거에게 가해질 충격이 적지 않음을 알면서도 자전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는데...
“아버지 어머니 말려요. 자전거 부서지겠어요.~~~~”
꿋꿋하게 자전거를 타는데 지나가던 703호에 사는 친구가 한 마디 하더군요.
“아줌마 뭐하고 있는 거야, 지금? 자전거 부서져.”
그 말에 저는 아무렇지 않은데 남편이 무척 멋쩍어 하더군요. 저희 집 남자 마누라 얼굴 크고 뚱뚱한 것에 무척 맘 쓰여 하거든요. ㅎㅎㅎ
정빈이가 자전거를 타는 동안에는 저희 부부가 그네 하나씩에 차지하고 앉아 누가 멀리 올라가나 시합을 하기도 하면서 일요일 오후를 보냈습니다.
정빈이와 함께 하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겠지요. 언젠가는 우리 곁을 떠나갈 아이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은 최대한 같이 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