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앞에 앉아 공부하기 너무 힘들어요
오늘 대구의 날씨는 정말 덥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신지요?
저희 집은 예슬이는 기말고사 준비하느라 바쁘고 정빈이도 23일 시험이 있어 아주 학구적인(?) 집안 분위기입니다. 시험 공부라고는 관심도 없던 정빈이는 시험 며칠을 앞둔 어제, 문제집 하나를 샀습니다. 같이 시험 공부하자고, 문제집 들고 저희 집에 놀러 오겠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는 자기는 문제집이 없으니 얼른 뛰어 가서 사 오겠다며 호들갑을 떨지 뭡니까?
공부는 눈꼽만큼하고 저를 카메라에 담는데 저녁 시간을 거의 다 보내더니 마음에 드는 사진이 있다면서 휴대폰 화면에도 그 사진을, 그리고 이곳에도 올리라고 성화라 쬐끔 노출이 심하지만 올리게 되었습니다. 너무 더운 대구라 이해해주리라 생각합니다. ㅎㅎㅎ
정빈이에 의하면 자기는 팬티만 입은 사진도 많이 올라갔는데 뭐가 문제냐고 합니다. 참나...
정빈이의 성화에 웃는 연습 정말 무지 많이 하고 있답니다. 어때요? 미소만큼은 미스코리아감 아닙니까?
그동안 저는 인터넷을 통해 <심성계발을 위한 미술 치료>라는 연수를 받았습니다.
일주일에 5시간 이상은 인터넷을 통해 강의를 들어야 하는 60시간짜리 연수였는데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답니다. 중간에 과제 2번, 발표 1번, 온라인 시험 2번, 출석 시험도 1번.
과제와 발표, 시험도 쉽지는 않았지만 하루에 1시간은 모니터 앞에서 강의를 들어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답니다.
미술과 상담, 두 쪽 모두에 관심이 많은 저이기도 하고, 갈수록 집에 아이들이나 학교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허걱거리는 것 같던 차에 선택한 것이었지만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답니다.
그러면서 예슬이를 다시 한 번 보게 되었습니다.
예슬이는 고등학생이 된 후 학교 공부와 EBS 강의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있거든요.
학원이나 과외를 굳이 시키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랍니다. 자신이 원하고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면 저희도 기꺼이 시키겠지만 예슬이는 지금처럼 하겠다고 합니다.
지난 중간고사 준비때는 중학교때와는 달리 제가 옆에서 도와주기도 했는데 열심히 한 덕분인지 결과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예슬이 본인은 많이 아쉬워하더군요.
그러다가 6월 11일 모의고사를 쳤는데 그동안 쌓아 온 책읽기가 바탕이 되어서였는 지 깜짝 놀라만큼 좋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담임 선생님도 놀라워 하시더라면서 예슬이 스스로도 아주 기뻐했답니다.
주변에서도 '수능 체질인가 보다'라면서 많이들 격려해 주셨어요.
그래서였는지 예슬이는 이번 기말고사 준비에 아주 열심입니다.
예슬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인형을 예쁘게 꾸며 사진을 찍은 뒤 홈페이지와 동호회에 올리는 것이라 가끔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을 하는데 그것도 잠시 어느새 EBS 강의 소리가 들려 오곤하거든요.
학교 수업에서 다 이해하지 못했거나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찾아 강의를 듣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저의 연수 시간이 떠오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곤한답니다.
40분이 조금 넘는 강의를 듣고 있다보면 어느새 집중력이 떨어지고 이리저리 온몸이 뒤틀리고 해서 중간에 한 번 정도는 쉬곤하면서 아이들이 혼자 컴퓨터나 텔레비전 모니터를 보면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답니다.
조금 듣다 보면 어느새 깜빡 졸기도 하고, 멍하니 딴생각을 하기도 하고...
게다가 인터넷이니 잠시 화면 내려두고 강사의 목소리만 들으면서 괜시리 이리저리 웹서핑도 하게 되고. 그러다 강의 끝나면 뭘했지?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고. 솔직히 저는 그럴 때가 있었거든요. 연수를 받으면서 아이들의 인터넷을 통한 학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수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기회도 되었고요.
제가 학교 다닐 때 수업 시간에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거든요. 자랑이 아니니 끝까지 들어봐 주세요.ㅎㅎㅎ
제가 수업 시간에 열심히 하고 숙제도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다 해버렸던 이유는 많이 놀기 위해서였답니다. 그 당시 저 나름대로 삶의 원칙이 있었다면 '공부는 학교에. 학교 교문을 나서서 그 다음 날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까지는 무조건 놀아야 한다.'였거든요.
수업시간에 열심히 한 것은 조금이라도 노는 시간이 줄어들까 걱정이 되어서 였다고 이야기 하면 고개를 갸웃,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정말 노는 시간이 줄어들면, 그 당시는 책읽기와 영화에 빠져 있던지라 공부나 숙제가 그것을 방해하는 것을 참지 못했었답니다.
그런데 이유야 어찌되었건 <수업시간에 최대한 집중하기>는 제게 많은 것을 가져다 준 것같아요. 남들 눈에는, 심지어 가족들 눈에도 저는 일년가봐야 교과서 한 번 펼치는 일없는데 시험은 잘치는, 그래서 급기야 저희 어머니의 눈에는 '천재'로 까지 비쳐지게 되었던 거죠.
저는 어머니 눈 앞에서는 아니지만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였는데...
지금도 가끔 저희 어머니 그러시거든요.
"무슨 무슨 시험에 합격해서 자격증만 따면 돈을 아주 많이 번단다. 너 그 시험 한 번 쳐봐라. 넌 공부 안해도 시험 하나는 기가막히게 잘 치잖냐?"
공부 안하고 시험을 어찌 잘 친단 말입니까? 어머니는 아직도 저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계신답니다. ㅎㅎ
고등학교 동아리 후배 중에 제가 대학에 가면 손에 장을 지진다는 아이까지 있었으니...
간혹 그 후배 찾아 손에 장 지지게 만들어야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해봅니다.
예슬이나 정빈이에게 그리고 학교 아이들에게 늘 간곡히 부탁하는 것이 수업에 충실하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교사인 저 스스로가 어깨가 무겁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들이 저와 하는 수업이, 그 시간이 아깝거나 헛되게 흘러가는 시간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잘해야 하니까요.
이번 원격 연수를 받으면서, 그리고 예슬이의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공부란 역시 자신의 자발적인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니건만 저는 저 스스로의 목마름에 하루에 한 번씩 컴퓨터를 켤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졸기도 하고 딴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런 저 스스로를 달래기도 하고, 가끔은 쥐어박기도 하고, 때론 격려도 해가면서 강의를 듣고 과제 열심히 하고, 시험 공부하느라 끙끙대고.
생각만큼 시험을 잘 치지 못해 속상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저 자신이 그 강의를 통해 얻은 것은 적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고 이를 출발로 삼아 좀 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집 아이나, 학교 아이와의 생활에서, 그리고 멘티와의 만남에서도 도움이 되도록 배운 것을 많이 활용해 볼 계획입니다.
시험을 못쳐 속상한 기분도 오랫(?)만에 경험을 했으니 시험때문에 마음 상할 많은 아이들을 조금 더 따뜻하게 보듬어 주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요.
더운 여름, 기말고사와 이런 저런 시험을 준비를 하는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 화이팅, 이라고 크게 외쳐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