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아이들

사랑하는 우리 공주님들에게

착한재벌샘정 2005. 5. 14. 07:07

오늘 왜 이렇게 학교에 가기 싫을까? 우리 공주님들도 이런 날이 있겠지? 새벽부터 잠을 설치며 일어나 쓸데없이 옷 정리도 해보고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도 펼쳐 보며 심란한 마음을 달래지 못하고 있다가 우리 공주들에게 편지를 쓰면 좀 나아질까 해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어제 스승의 날 특집 방송 녹화를 하면서부터 선생님은 많이 힘들어.

‘나는 정말 이 자리에 나와 이렇게 웃으며 이야기 할 만큼의 좋은 선생님일까?’라는 생각에 그리고 2년 전 세상을 떠나 선생님을 통곡케 한 제자 생각이 너무 나서 이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단다.

 

그 아이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혼자 살고 있는 아이였었는데, 학교 제자가 아니라 자주 볼 수가 없었단다. 선생님을 엄마로 누나로, 친구로 생각하며 기다리던 아이였어. 보고 싶다고 왜 자주 보러 오지 않느냐는 문자에 지금은 바쁘니 조금만, 며칠만 있다가 갈게, 라는 대답으로 많이 기다리게 했었지. 전화로 들려오는 그 아이의 ‘보고 싶지요.’라던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한데....

그 때는 왜 그렇게 바빠서 자주 얼굴 보여 주는 것도 못했었는지....

 

며칠을 기다리게 하고 매일 전화를 하게 만든 후 밤 10시가 넘어 그 아이를 보러 가던 중이었는데 너무 피곤하다는 이유로 차를 돌려 집으로 오고 말았단다. 그런데 그 아이는 몇 분 후 친구와 외출을 했고 뺑소니차에 치여 아주 멀리, 영원히 보지 못하는 곳으로 가 버렸지. 그 때 선생님이 그 아이를 보러만 갔었더라도 아이는 외출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더라면.... 그렇게 기다리는 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제자 하나도 지켜주지 못한 내가 이렇게 ‘좋은 선생’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뻔뻔하게도 방송을 하고 있다는 것이 나를 너무 힘들게 만들었어. 방송을 마치고 같이 가 주었던 고마운 우리 공주들을 버스 정류장에 내팽겨(?)치다시피 하고 아이가 있는 절에 가서 통곡을 할 수 밖에 없었단다.

 

스승의 날이라.... 우리 공주들에게 과연 선생님들은 어떤 존재일까, 가끔 궁금해. 너희들을 귀찮게 하고 괴롭히는 존재? 잔소리 대장? 힘들고 짜증나게 하는 존재?

 

선생님은 자식을 가슴에 묻어 본, 영원한 이별이라는 것을 경험해 보았기에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 줄 알아. 그래서 지금 선생님과 함께 있는 우리 공주들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것도. 그래서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해주고 싶어. 그것이 가끔은 너희들을 힘들게 할지도 몰라. 그렇다고 선생님이 많은 것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도 아니야.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에서 최선을 다 하려 노력할 뿐이지. 그래서 못해줘서 미루어서 가슴을 치며 통곡을 하는 일은 없기를 바랄뿐이야.

 

서른다섯 명의 공주들을 선생님이 다 알아서 챙기지 못해. 그래서 늘 미안한 마음이기도 하고. 우리 공주들이 선생님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힘들 때 손잡아 달라고 손을 내밀어 준다면, 우리 공주들이 곁에 와서 기쁜 일이 있으니 함께 기뻐해 달라 먼저 말을 걸어준다면 하고 바랄뿐이지.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 것은 너무 작을지 몰라. 하지만 선생님이 최선을 다 한다는 것만 알아주기를...

 

우리 공주들 안에는 각자의 빛나는 보물들이 들어 있어. 정말이야. 선생님 눈에는 다 보이거든. 선생님의 가장 큰 바람은 바로 너희 안에 그 보물들을 너희 스스로 알아내고 그것이 세상으로 나와 빛을 발하는 거야. 너희들은 정말 대단한 존재들이란다.

너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너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것을 인식하며 살아가기를 바래. 너희들에게 해주지 못해 후회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선생님도 많이 노력할게. 사랑해 공주님들.

 

2005년 5월 14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선생님이 사랑을 담아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