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이야기
봄비, 간이역에 서는 기차처럼- 고미경
착한재벌샘정
2013. 2. 18. 12:35
밖에 보슬비가 온다고, 봄꽃보면 나를 먼저 떠올릴 것 같다는 문자에 감동하고 설레며 <스무살 인생>을 펴고 읽은 시입니다.
-뭐 하세요?
로 시작하는 이 시 뒤에 적어 놓은 저의 글을 읽으며 혼자 빙그레 웃었지요. 어제 저녁 문자를 새벽 한 시가 넘어서야 봤는데...
<-문자도 못 보는 거 보니 정신없이 일하고 계시죠? 지금 밖에 비 와요. 고개 돌려 비도 보고 차도 한 잔 마시고 일하세요.(중략)
봄비는 보슬보슬 옵니다.~~~~~>
이 글 속의 그녀와 이 문자를 보낸 그녀는 서로 모르는 사람인데...얼마 전 너무 비슷한 선물을 해 준 모르는 두 사람이 떠오르며 갑자기 네 사람 모두가 울컥하며 고맙고 보고 싶어졌습니다.^^
얼굴 본 지 좀 된 것 같다는 그녀의 글을 떠올리며 이 부분을 다시 읽어봅니다.
<숨가쁘게 달려만 가는 이들은 이런 사랑을 알지 못하리.>
잠시 멈추고 그리운이를 만나야겠지요.^^
봄비처럼 누군가를 촉촉히 적셔주는 따듯한 한 주가 되시길 바랍니다.
봄비, 간이역에 서는 기차처럼
-고미경
간이역에 와닿는
기차처럼 봄비가 오네.
목을 빼고 오래도록 기다렸던
야윈 나무가 끝내는 눈시울 뜨거워져
몸마다 붉은 꽃망울 웅얼웅얼 터지네.
나무의 몸과 봄비의 몸은
한나절이 지나도록
깊은 포옹을 풀지 못하네.
어린 순들의 연초록 발바닥까지
스며드는 따스함으로 그렇게
천천히, 세상은 부드러워져갔네.
숨가쁘게 달려만 가는 이들은
이런 사랑을 알지 못하리.
가슴 안쪽에 간이역 하나
세우지 못한 사람은
그 누군가의 봄비가 되지 못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