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날을 만들고 달력의 빨간 날로 만들겠다는 꿈을 꾸는 서동효씨를 만나다
방송일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지요.
어, 선생이 아니고 하실지 모르지만 솔직히 선생은 좋아하는 일에는 순위가 좀 밀립니다.ㅎㅎ 하지만 가장 최선을 다 하는 일에는 단연 1순위지요.^^
1주일에 한 번씩 녹화를 하던 시절을 가끔 떠 올릴 때가 있어요. 제 인생에 참 많이 행복했던 순간이었으니까요. 방송용으로는 얼굴이 커도 너~~무우~~~ 크다고 카메라 감독이 아무리 구박을 해도 그 일만큼 제 가슴을 뛰게 한 일을 없었어답니다. 그래서 늘 방송가를 기웃(?)거리는 것도 사실이에요.ㅋㅋ 굳이 제가 주인공이 아니어도, 방청객이 되기 위해 서울까지 달려가는 것도 불사하지요. 베르나르베르베르를 만나러 서울행 기차를 타던 설렘은 지금도 생생하네요. 저도 이 참에 1인 방송국을 차려 볼까 고민을 하는 중입니다.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이 막연한 기대와 근거 없는 긍정성은 뭔지....참나.
그런 저에게 눈이 번쩍 뜨이는 방송 녹화가 있었으니...다름 아닌 대구 mbc의 이야기쑈 <울림>에 모티브하우스대표 서동효씨가 출연한다는 것과 녹화 시간이... 와우 대박!!! 딱 저의 일정이 비는 날이라니. 당장 홈피에 방청신청을 했지요. 이미 숫자가 다 차서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을 하며 방송국에 전화해서 가면 되느냐는 확인 전화까지 해보았답니다.
이른 저녁을 먹고 정빈이와 함께 방송국 로비로 갔더니 벌써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나중에 울림 페이스북에 보니 140명 정도가 왔었다고 하네요. 20분 정도 줄서서 기다리다가 녹화 하는 곳으로 들어갔는데 이미 좋은 자리는 다들 차지하고 있어서 많이 아쉬웠지만 왔다는 것이 행운이라 생각하는 무한 긍정 시스템이 발동하여 마냥 행복하기만 했어요. 일단 인증 사진 한 장 찍어 페이스북에 방송국 왔다고 자랑하고.
이어지는 박수와 웃음 연습을 맹렬(?)하게 하고.
저희에게 박수와 환호 가르치느라 저 분 아마 어제 살 좀 빠지셨을 듯.ㅎㅎ
아나운서들의 리허설이 있고
드디어 서동효씨가 나타났고 홈페이지를 통해 얼굴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진짜 고등학생 같은 모습에 깜짝 놀랐네요. 31살이라며 1983년생이라는 말에 다시 한 번 화들짝. 동안임에도 놀랐지만 83학번 인 저 혼자 순간 괜시리 못 올 자리에 온 듯 한 느낌이 들면서....ㅋㅋ
아마 오늘 오신 분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분 손들어 보세요. 영화 티켓 드립니다, 했으면 당연히 저였을 거예요. 멀리선 온 분, 연인끼리 온 분, 박수 제일 열심히 치는 분 등등 영화 티켓 많이 주던데 제일 나이 많은 사람도 찾아보고 공짜 티켓 좀 주지하는 섭한 마음도...이래서 나이가 들면 섭섭한 것이 많아진다는 걸까요???
아나운서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 본격적인 서동효씨의 강연이 이어졌는데 이야기를 어찌나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지 강의에 몰입하게 하는 솜씨가 대단했습니다. 진솔한 자신의 경험담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이야기들을 재치 있는 말솜씨와 적절한 유머로 풀어내는데 강의를 많이 하는 저에게는 강연자로서 좋은 모델을 만난 것 같아 더 기쁜 시간이었답니다.
(두 눈 질끔 감고 행복하게 웃는 모습이 가장 서동효 대표님 답다 생각해 골랐으니 이해해주세요.^^)
아나운서가 소개를 하면서 세무고등학교를 졸업하고라고 되어 있는데 이게 무슨 고등학교냐고 물으니 잃게 대답하더군요.
“상고지요. 요즘 학교 이름을 다양하게 바꾸다 보니 그렇게 됐는데 제가 다닐 때는 상고였습니다.”
세무고등학교 졸업 후 독서대학을 2년 만에 졸업했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고를 나와 어떤 친구는 대학을 가고 또 어떤 친구는 취직해서 직장을 다니는데 자신은 그 어느 쪽도 아니니 소속감이라는 것이 필요해 스스로 만든 대학이라고 대답하더군요. 대학 등록금의 일부만으로 책을 사서 읽겠다고 생각하고 그 돈을 들고 책을 사러 서점에 가고 백 만원 어치 책을 살 수 있다 생각하니 마음껏, 이렇게 쌓이도록 계산대에 올려놓고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즐겼다고. 그리고 블로그에 자신이 사온 책을 찍어 사진을 올리고 한 권씩 읽으면서 그 책에 대한 글을 올리고... 혼자서 만들고 혼자서 다니는 독서대학에 레포트를 제출한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70권정도 읽고 글을 올리니 사람들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껴지더라고.
이력서에도 독서대학 졸업이라고 적었더니 다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묻기에 스실대로 대답을 하니 허허허, 웃더라고. 그렇게 남들 웃겨주고 취직은 못했다고.^^
그래서 자신이 회사를 하나 차렸다고 합니다. 독수리 타법으로 멋지게 명함을 만들어 어머니께 내밀며 취직했다 말씀 드리니 너무 기뻐하며 어느 회사며 연봉은 얼마나 받을 수 있느냐고 물으시는 어머니께 제가 이 회사를 만들었고 대표이고 사원은 혼자라고 말씀 드렸더니... 어머니께서 아주 냉정하게 한 마디 하셨다네요.
“밥은 니가 차려 먹어라.”
사회적 기업 모티브 하우스 대표 서동효.
현재 이 분의 직함입니다.
(자세한 것은 홈페이지 http://motivehouse.com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자신의 꿈을 만들어 가면서 다른 사람의 꿈꾸기를 도와주는 일을 하는 것으로 밥 먹고 살 수 있음이 너무 신기하다고 스스로도 말하는 서동효씨.
어제 아침에 페북에 이런 글을 썼었습니다.
<컴퓨터를 켜니 모 배우의 반전 집안이 실시간 이유 1위다. 무보님이 서울대, 형이 변호사, 누나가 교수라는 내용이다. 왜 이런 것이 기사화될까? 좋은 집안의 잣대가 여전히 소위 말하는 일류대학과 변호사, 교수 등의 직업이란 말인가? 반전이라면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은 무엇이란 말인가?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열심히 일하는 게 직업의 가치이며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며 사는가가 가족의 가장 근본이며 최고의 가치라고 가르치려는 교사보다 아이들은 이런 기사에 더 큰 영향을 받겠지....>
그 글에 공감한다는 댓글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가고 싶은 학교, 원하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 갈 테니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저런 식의 내용 없는 결과와 겉만 나열한 기사가 참 씁쓸하네요.>라고.
좋은 학교 좋은 직업이라 적지 않고 가고 싶은 학교 원하는 직업일 때 행복한 것이라는 생각이기에 진즉에 저는 서동효씨의 열렬 팬이 되지 않을 수 없었고, 서동효씨가 강연을 온다니 한달음에 달려가지 않을 수 없었던 거지요.^^
많은 사람들의 꿈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꿈을 함께 찾아주고 응원해주며 9월 9일을 꿈의 날로 만들고 달력에 빨간 날로 만들겠다는 그의 꿈을 응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응원의 마음을 담아 쓴 <스무 살엔 스무 살의 인생이 있다>를 선물로 드리며 응원의 마음을 전했지요.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어제 아나운서가 ‘사람도서관’이라는 말을 하더군요. 책을 통해 많은 것을 얻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 정말 좋은 것을 많이 알게 되어 멋진 책 한 권 제대로 읽은 느낌이라고.
어제 물론 서처럼 순수 방청객도 있었지만 알바들도 적지 않다는 것을 녹화 끝나고 알았어요. 알바비를 받기 위한 서류 작업이 있는 지 따로 남으라는 것을 보면... 방청객, 저의 또 하나의 꿈이 생겼습니다. 알바비가 절박한 사람의 밥그릇을 넘보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으니 순수 방청객으로 노후의 직업 중 하나로 등록해 놓아야 겠어요. 좋은 강연 공짜 들으니 돈을 버는 것 못지않은 재산이 쌓여 갈 테니까요. 근데 방청객에도 나이 제한이 생기면 큰일인데...
아, 울림 방송 시간은 금요일 밤 11시 25분이고요, 이 번주는 디자이너 최범석씨 편이 방송된다고 합니다. 추천하고 픈 책도 이 참에... 제가 한 오지랖하는 건 다 아시죠?ㅎㅎ
제 강의에서도 빠지 않고 이야기가 되고 있는 분이고 책이거든요.^^
어제 저희가 참여 한 녹화는 다음 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