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이야기

자식에게 나처럼 살라고, 자신의 삶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착한재벌샘정 2013. 1. 15. 13:58

세면대 물이 잘 안내려가 사람을 불렀더니...오래되어 공사어렵고 다 뜯어서 하려면 타일까지 깨야한다며 관을 밖으로 쑥 빼서는 목욕탕 바닥으로 물이 나오도록 해놓고 불편해도 그냥 쓰라며 출장비 2만원 받고는 가버렸습니다. 도저히 불편하고 보기도 흉해 혹시나 해서 아파트 관리실에 도움을 청했더니 8,000원 주고 새 관 사 와서는 깔끔하게 고쳐주셨어요. 칠십은 넘어 보이시는 분이 에너지가 넘치시는 모습으로 일을 하시며 이렇게 해놓고 돈 받아가기 부끄럽지 않냐며,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내 일 같이 하는 마음 하나면 될 것을, 지 집 같음 이래 놓고 쓰겠냐며 혀를 끌끌 차시더군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내 비록 배운기 없어 이런 일을 하요만은 난 내가 참 자랑스럽소. 내 이적지 어떤 일을 해도 이기 내 일이다 내 집 식구 위한 일이다 생각하며 하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가 이 나이에도 이렇게 일을 하며 사니 얼마나 다행인지. 내 자슥들이 자랑같지만 하나는 의사고 하나는 학교 선생이오. 내 이 일로 돈벌어 키웠는디 요새도 늘 말 하지요. 내맨키로 살라고. 일 즐겁게 하고 그 일 다 내 일이다 하는 맴으로 하면 된다고."
아파트 영선반 일을 하는 그 분에게서 삶과 일에 대한 깊은 통찰이 들어 있는 철학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자식에게 나처럼 살라고, 자신의 삶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그 분을 오래 기억해야겠어요.

일하는 손 - 김 용 택

어머니께서 콩을 심으십니다
노란 콩은 메주콩 파란 콩은 녹두콩
어머니 손길 따라 땅에 묻힙니다
어머니께서 심은 콩이 납니다
두 개씩 세 개씩 심은대로 다 납니다.
검정 콩도 노란 콩도 다 콩으로 납니다
파란 콩잎으로 납니다

어머니께서 콩밭을 매십니다
몹쓸 것은 지심이요
쓸 것은 콩 어머니께서 콩밭이 훤하게
콩밭을 매십니다
어머니 손길 따라 콩밭이 훤하게 열립니다.

어머니께서 콩 타작을 하십니다
까만 콩깍지에선 까만 콩노란 콩깍지에선
노란 콩파란 콩깍지에선 파란 콩콩들이 콩콩콩 하며
어머니 손길 따라 나옵니다
어머니께서 콩을 가리십니다
까만 콩은 까만 콩대로 노란 콩은 노란 콩대로
파란 콩은 파란 콩대로
어머니 손길 따라 콩들이 가려집니다

우리 어머니 손은 일하는 손돌에 찍히고
호미 끝에 찍히고 낫에 베이고 가시 박힌
험한 손 우툴두툴 나무껍질 같은 손이지만
어머니의 손이 지나간 곳이면
논이고 밭이고 훤하게, 훤하게 열리고
어머니 손끝에선 온갖 곡식들이 심은 대로
알알이 쏟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