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누군가의 소중한 존재가 되어 준다는 것

착한재벌샘정 2013. 1. 14. 21:06

내 삶의 최고의 멘토는 돌아가신 할머니다. 할머니께 나는 늘 <조선에 없는 영미>였다. 나를 너무도 귀하고 자랑스러운 존재로 생각하고 불러주셨던 할머니. 귀가 너무 커서 보는 사람마다 "저 아이 귀 좀 보소"라는 통에 상처받아 집에만 있던 나를 유일하게 텔레비전이 있던 이장님댁에 날마다 데리고 가 당신 앞에 앉히시고 귀가 큰 박*희대통령이 나오는 장면마다 "봐라 저 대통령 귀 엄청 크제? 귀가 커서 대통령이 된기라. 우리 손녀 귀는 대통령 귀보다 더 크니께 우리 손녀가 더 큰 인물이 될꺼구먼"을 외쳐대던 할머니. 온 동민에게 대통령보다 크게 될 아이로 세뇌시켜버리고 나까지 큰 귀가 자랑스럽도록 만들어주셨던 할머니.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그 근거없는 자신감의 정체가 뭐냐고 묻는다. 할머니다. 스스로를 못났다 여기던 가난한 시골 아이에게 자신을 사랑할 줄 알게 만들어 준 할머니. 큰 바위 얼굴이 싫다는 나에게
"똑똑하라고 그렇체. 남보다 많은 게 들어갈라카믄 머리가 커야하니께. 그리고 월매나 잘 보이것냐? 사람들 속에 있어도 니가 제일 잘보이라꼬 그런거니 맘상해 할 거 엄따. 세상 사람 다 니를 알아보라꼬 이케 큰기다. 알제? 닌 조선에 없는 영민기라. 어떤 일이 있어도 그건 잊지마레이."
내 열등감을 모조리 자랑거리(?)로 만들어주셨던 내 자신감의 절대적 근거이신 할머니.
손녀 넷 다음에 얻은 2대 독자 손주보다 날 더, 끔찍히도, 친정어머니 표현으로 지독스럽게도 아끼셨던 할머니. 가끔 지금처럼 할머니 산소를 찾는다.

할매요, 조선에 없는 영미왔심더. 할매 손녀 영밉니더. 늘 그랜거처럼 절 지켜주시고 기운나게 해주이소. 할매요, 보고 싶고...많이 사랑합니데이. 할매는 제가 다 보이겠지만 전 할매를 볼 수 없으이까네 많이 슬픔니더. 보고싶어서...할매한테 읽어줄라꼬 책도 가져왔심더. 할매가 지한테 해준 젤로 큰 선물이 바로 책아잉교. 할매는 글자모르니께 니가 많이 읽고 재미나게 야그해도, 하며 저에게 밤새도록 책을 읽게 했었던 거 기억합니꺼? 할매한테 재미난 야그해줄라꼬 내가 참말로 책이란 책은 보이는대로 다 읽고 또 읽었는데....그기 지금의 지를 맨들고 지의 재산이 됐심더. 지난 번 새 책 나왔다 자랑하러 왔을땐 눈도 많이 오고 너무 추워 읽어드리지 못했는데 오늘은 날도 따시니께 지가 어릴적 그때처럼 할매한테 책 읽어드릴게요. 그때처럼 통째로 외워서는 못합니더. 머리크기는 여전히 큰데 총기가 예전만 못해 그러니 보고 읽어도 되지예?
할매 산소 덮고 있는 눈 치우느라 용썼더니 몸도 훈훈하니 오늘은 많이 읽어주께요. 지 목소리 또한 조선에 없는 옥구슬 굴러가는 소린거 할매도 알지예? 할매한테 지는 영원히 조선에 없는 영미 맞지요?
할매요, 할매가 제게 이토록 소중한 존재고 의지할 힘이 것처럼 지도 누군가의 힘이 되며 살도록 애쓰께요. 할매가 늘 지켜보며 힘을 잃지 않게 도와주이쏘. 늘 그랬던 거처럼 할매를 믿씸더, 지 맘 알지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