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이야기

바깥에 갇히다 - 정용화

착한재벌샘정 2012. 12. 7. 11:37

바깥에 갇히다 - 정용화

우리 집 현관문에는 번호키가 달려있다
세 번, 비밀번호를 잘못 누르면 가차 없이 문이 나를 거부한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 지갑도 휴대폰도 없이 제대로 바깥에 갇히고 말았다.
안과 밖이 전도되는 순간 열리지 않는 문은 그대로 벽이 된다.

계단에 앉아 있는 30분 동안 겨울이 왔다.
바람은 골목을 넓히려는 듯 세차게 불고 추위를 모르는 비둘기는 연신 모이를 쪼아댄다

내 것이면서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것이 어디 문뿐이겠는가.
낡을 대로 낡아버린 현수막이 바깥에 갇힌 나를 반성도 없이 흔든다.
걸터앉은 계단이, 제멋대로 흩어지는 길 위의 낙엽이, 새들이, 자유롭게 풀어놓은 허공이, 나를 구속하고 있는 바깥이라니!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나는 지금 바깥이다.///

아이 학교 데려다 주고 어제 경비실에 맡겨진 택배를 찾아야지, 했는데 깜빡하고 올라와

다시 내려갔는데..무거운 박스 들고 현관 앞에 서니, 아차 열쇠뭉치두고 와 결국 경비실 호출로 현관을 통과하며 생각난 시입니다.ㅎㅎ
몇 년전 유난히도 사고를 쳐대던 공주들이 있었어요. 일년을 정성을 들였고 제눈에는 진짜 멋지게 변했습니다.

아이들이 이별 선물로 고급레스토랑 구경을 해보고 싶다고, TV에 나오는 그런 곳에. 쌤과 가면 두렵지 않을것 같다고..

아는 주방장이 있는 곳으로 다들 우아하게 갔는데...

마중나온 주방장, 공주들을 보더니 당황해하며 제 귀에다 대고 쌤 학교서 제일 문제아만 데리고 왔냐고..ㅠㅠ

제 눈에는 정말 괜찮은데...아무표도 안나는데..멋지기만하던데 말입니다.

전 그 아이들의 일년전을 알기에 그들의 <변화>를 알지만 처음 본 주방장 눈에는 여전히 '꼬라지 대단한 놈들'일뿐이었던 겁니다.
안으로 들어 갈 수 없는, 바깥에 갇혀 있는 아이들...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시인처럼 어떻게 세상에 들어가야 하는 지 모르는 아이들.

시인의 집안에는 아무도 없지만 세상이라는 집에는 어른들이 있는데...

그 .아이들을 위해 안쪽에서 어른들이 문을 열어주기를..바깥에 갇혀있는 아이들..

세상이, 어른들이 느리지만 분명 변하고 있음을 알아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