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 - 노태웅
나이테 - 노태웅
우리도
나무처럼 볼 수 없는 곳에
둥근 원을 긋고 살았겠지
가슴 깊은 곳에
희망의 금을 긋고
사랑의 금도 긋고
곰삭은 아픔도
좁은 가슴에 새기며 살았겠지
오늘
짚고 넘어온 세월의 둥근 금을 세다가
나이 탓만 하고 있다오
얼굴은 보이는데 이름이 떠오르지 않고
이름은 떠오르는데 얼굴이 흐려지고
아마도
나이테에 건망증의 금이 더해가네 보네
아니면
새겨 놓은 금 하나 지워지고 있나봐.///
어제 우편물이 유난히 많아 종이 분리수거를 하겠다며 들고 나가서 수거함에 종이들을 사뿐히 내려놓고 몇걸음 걸어가는데 뭔가 허전한것이 느낌이 이상한겁니다. 제가 걷거나 운전할때 폰으로 늘 틀어두는 녹음 파일이 있는데 어째 조용한 것이...
오 마이 갓뜨~~~
종종 걸음으로 돌아가 폐휴지통을 들여다보니 저의 휴대폰이 그 안에서 열심히 소리를 내고 있는겁니다.ㅋㅋ 종이와 같이 들고 있다가 폰도 같이 폐휴지함으로..
그저께 마흔넷인 후배가 사는게 재미없는 걸보니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나이드니 너무 슬프고 속상하다며 '언니도 그렇죠?'하길래 아니, 라고했다가 핀잔 무지하게 들었네요.ㅎㅎ
깜빡하는 바람에 업무 실수하고 그 스트레스로 MRI까지 찍 어대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후 순리대로, 라는 말을 좋아하게 됐어요. 흰머리, 주름, 깜빡깜빡하는 건 담담히 받아들이게 됐지요. 눈이 침침해지는 건 적당히보고 웬만한건 넘어가라는 의미라는 말에 고개 끄덕이며. 원시가 오는 건 너무 눈 앞에 것에 연연하지 말고 조금 멀리 보라는 의미일거라 혼자만의 철학까지 세워가며...
폐지함에서 폰을 꺼내면서 예전같음 서글픔을 느꼈을지 모르지만 유쾌하게 웃을 수 있었던건, 이 이야기 듣고 빵 터질 딸아이의 얼굴이 떠오르고 같이 까르르 웃을 일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싶었기때문이에요. 폰을 영 잃어 버린것도 아니니 다행이다 싶고. 나이테에 담담함이 그려져 얻 은 행복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