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이야기

고운말 - 이해인

착한재벌샘정 2012. 10. 11. 13:50

고운말 - 이해인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지요
언어가 많아도 잘 골라써야만 보석이 됩니다

우리 오늘도 고운말로 새롭게 하루를 시작해요
녹차가 우려내는 은은한 향기로
다른 이를 감싸고 따뜻하게 배려하는 말

하나의 노래 같고 웃음 같이 밝은 말
서로 먼저 찾아서 건네보아요

잔디밭에서 정성들여 찾은 네잎 크로버 한 장 건네주듯이-

'마음은 그게 아닌데 말이 그만…’
하는 변명을 자주 안 해도 되도록
조금만 더 깨어 있으면 됩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고운말 하는 지혜가 따라옵니다

삶에 지친 시간들 상처 받은 마음들
고운 말로 치유하는 우리가 되면
세상 또한 조금씩 고운 빛으로 물들겠지요?
고운 말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선물이지요?///

자중한다 했으면서 또...ㅎㅎ
어제 모신문사에서 힐링을 주제로 글을 써달라고 하더군요.

치유도 순 우리말은 아지만 언제 부턴가 힐링이란 단어가 우리곁에 와 있어 안타깝다고, 훼손되고 상처받은 것을 치료하여 고치는 것이 치유인데 우리 말의, 언어의 치유가 절실하다며 글을 시작했어요.

영어가 더 그럴듯하고 폼나보이는 세상...방송도 힐링을 외쳐대고 신문도 힐링을 거침없이 사용하고 있는 현실...

우리말에 이토록 상처를 주고 있음을 인식조차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방송프로 제목이 힐링캠프고 신문의 기획기사 주제가 힐링이라니...
알러뷰보다 사랑해, 쌩유보다 고마워라는 우리의 고운말로 마음을 전해보세요. 숙제도 낼게요.ㅎㅎ
한용운님의 <가갸날에 대하여>를 꼭 읽어보세요.
<'축일(祝日)', '제일(祭日)' '데이', '시즌'  위에 가갸날이 났어요.>라는 대목은 참 큰 의미를 주는 구절이죠. 1926년에 발표된 시라는데 지금 우리들에게 하는 말인듯 해요.
<가갸로 말을 하고 글을 쓰셔요.
혀끝에서 물결이 솟고 붓 아래에 꽃이 피어요.
그 속엔 우리의 향기로운 목숨이 살아 움직입니다.>
라는 구절에서는 숙연해지기까지 하지요. 말속에 우리의 목숨이 들어 있다는...고운 우리말로 마음 전하길..

 

숙제 못하시는 분을 위하여^^

 

가갸날에 대하여  - 한용운

 

아아, 가갸날
참되고 어질고 아름다와요.
'축일(祝日)', '제일(祭日)' '데이', '시즌' 위에 가갸날이 났어요, 가갸날.

끝없이 바다에 쑥 솟아오르는 해처럼
힘 있고 빛나고 뚜렷한 가갸날.
'데이'보다 읽기 좋고 '시즌'보다 알기 쉬워요.
입으로 젖꼭지를 물고 손으로 다른 젖꼭지를 만지는 어여쁜 아기도 일러 줄 수 있어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계집 사내도 가르쳐 줄 수 있어요.

가갸로 말을 하고 글을 쓰셔요.
혀끝에서 물결이 솟고 붓 아래에 꽃이 피어요.
그 속엔 우리의 향기로운 목숨이 살아 움직입니다.
그 속엔 낯익은 사랑의 실마리가 풀리면서 감겨 있어요.

굳세게 생각하고 아름답게 노래하여요.
검이여, 우리는 서슴지 않고 소리쳐 가갸날을 자랑하겠습니다.
검이여, 가갸날로 검의 가장 좋은 날을 삼아 주세요.
온 누리의 모든 사람으로 가갸날을 노래하게 하여주세요.

가갸날, 오오 가갸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