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그 새끼 부른 지드래곤군과 양현석씨에게

착한재벌샘정 2012. 10. 7. 23:33

 

어제 교보문고 지하에서 휴대폰 충전기를 샀는데 불량이라 오늘 교환을 하러 갔었습니다. 직원이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기에 기다리고 있는데 가게 안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지용군의 목소리로 크게 울려 퍼진 노래는

 

 

Oh 날 몰라주는 네가 미워 이 기다림이 싫어

그 손 이제 놓으라고

네가 슬퍼할 때면 나는 죽을 것만 같다고 baby

 

그 새끼보다 내가 못한 게 뭐야

도대체 왜 나는 가질 수 없는 거야

그 새끼는 너를 사랑하는 게 아냐

언제까지 바보같이 울고만 있을 거야

 

자발적 19금이라던 노래가 공공장소라 할 수 있는 곳에서, 그것도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유치원, 초등학생들까지 있는 곳에서 울려퍼지더군요. 더 놀라운 것은 유치원생 정도의 아이가

“어, 이거 그 새끼다.” 라고 하더니 흥얼 흥얼 이 부분을 무한 반복하는 겁니다.

그 새끼보다 내가 못한 게 뭐야 그 새끼보다 내가 못한 게 뭐야 그 새끼보다 내가 못한 게 뭐야.......”

처음 이 노래에 관해 알게 되었을 때 글을 한 번 써야겠다 생각하다가 우리 반 우아한 엘리트들이 연달아 대형 사고를 터트리는 바람에 잠시 잊고 있었는데 오늘 그 광경을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미 모두가 알고 부르는 노래가 되어버려 이 글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말아야 하는 일에 대해 '사고'를 해야하고 더 나은 판단을 할 줄 아는  '이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 글을 씁니다.

집으로 돌아와 이 노래에 관한 글들을 검색해보니 제목 때문에 더 끌린다는 글들이 많았습니다.

노래 제목을 ‘그 XX'라고 하고 자발적 19금이라 하여 들어 봤는데 전혀 그런 내용 없고 너무 괜찮은 노래라는 칭찬들도 많더군요.

자발적 19금이라...

나도 지용군과 현석씨에게 한 마디 할게요.

정말 쑈를 했군요, 그쵸?

지금 텔레비전에서는 욕을 하지 말자는 공익광고를 연일하고 KBS, EBS 등에서는 욕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해 실제 많은 실험과 그 결과들을 보고하면서 걱정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도 작년 겨울 ‘욕’에 관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패널로 참여를 한 적이 있지요.

26년이라는 시간동안 학교에서 아이들과 지내오고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지용군과 현석씨에게 정말 큰 유감을 전합니다.

학교에서 아무리 욕을 하지 말고 순하고 바른 말을 사용하라고 교육을 해도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대중 가수, 특히 지용군처럼 아이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스타와는 비교를 할 수가 없지요. 내가 작년에 중학교에 있었는데 중학생들에게 지용군은 거의 신적인 존재이고 삶의 이유인 아이들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자신의 이름표 대신 권지용이라 적힌 이름표를 달고 있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을 정도이지요. 그런 아이들에게 지용군은 소위 ‘문화 대통령’이라 일컬어질 정도니까요. 고리타분하고 늘 잔소리만 하는 것 같은 담임은 욕을 쓰지 말라고 입에 침이 마르고 입이 아프도록 부탁을 하는데 자신의 영웅인 지용군은 하나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자발적 19금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제목에 직설적으로 ‘새끼’라 쓰지 않고 ‘XX'로 표현했다는 이유로 이 노래를 세상에 발표를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 노래를 부릅니다.

솔직하게 이 노래로 돈을 벌게 해준 사람들이 정말 20대 30대 일까요?

눈 가리고 아웅하며 엄청난 고도의 마케팅전략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건 십대들을 우롱하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통장에 들어 올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한 일일 테니까요. 그래서 학부모로서 교사로서 화가 나고 많이 속상합니다. 고등학생인 우리 학교 아이들의 MP에서도 이 노래는 수없이 흘러나오고 아이들은 그 노래를 따라 부릅니다.

아이들은 말합니다.

"쌤~~~이거 욕 아니에요. 노래에요. 그 새끼보다 내가 못한게 뭐야♬ "

그리고 친구를 향해 말합니다.

"근데 이거 졸라 잘 만들어다 아냐? 진짜 욕나올만 하잖아."

가장 무서운 것이 이렇게 아이들이 무감각해져가고 욕이 일상이 되어버린 것 조차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새끼’정도는 욕이라고 할 수도 없는 거라 말하려는 건 아니지요? 그러면 제목을 '그 XX'라 할 필요도 없고 자발적 19금이라 할 이유도 없었을 테니까요. 9월 28일자 인터넷 뉴스의 일부입니다.

 

싸이는 28일 유이, 이장우 진행으로 방송된 KBS2 ‘뮤직뱅크’에서 지드래곤의 ‘그XX’를 제치고 K-차트 1위에 올랐다.

 

지금 뮤직뱅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이런 팝업창이 뜹니다.

뮤직뱅크 시청 연령이 12세에서 15세로 변경되었다고.

15세로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자발적 19금인 ‘그 XX'가 버젓이 1위 후보까지 올랐다면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가 아닐까요?

대중가수의 노래 한 곡이 무슨 그리 큰 영향을 주겠냐고 말하고 싶다면 스스로의 가치를 한 없이 떨어뜨리는 것이고,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했는데 십대들이, 지들이 하고 싶어 불법 다운받는 것, 그 노래를 좋아하고 따라 부르는 것 까지는 우리가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그리고 뮤직뱅크나 일반 가게에서 그 노래를 트는 것도 우리의 책임은 아니지 않느냐고 한다면 대중의 인기와 대중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조차 없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요.

19금 노래를 듣지 못하도록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부모와 교사들 탓이라고 한다면 눈물로 그 질책은 받아야겠지요. 그 점은 참으로 절절히 통감을 하면서 궁색한 변명이란 걸 알지만 변명을 해봅니다. 부모와 교사는 대중매체의 파급효과와의 싸움에서는 거의 승산이 없습니다. 이 시대는 미디어없이는 살기 힘들지만 미디어의 역기능 또한 치명적이지요. 아무리 성교육과 가치 교육을 열심히 시켜도 유명 연예인이 혼전 임신을 했지만 책임을 지고 결혼하겠다는 발표가 나오면 아이들의 입에서는

“우와 짱 멋있다.”

라는 말이 나오고 아이들은 임신과 출산에 대한 환상마저 가지게 되는 게 현실이니까요. 혼전 임신과 출산 등은 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이기는 하지만 스스로 공인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은 그들의 말과 행동이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철학을 가지고 정말 많은 고민을 해주었음 하는 바람입니다.

결혼했음 되는 거잖아, 라고 할 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책임지고 결혼한다는 것보다는 임신을 했다는 것은 혼전 섹스를 했다는 거잖아, 그럼 피임도 안했다는 거네, 와우 대박, 이 말이 가장 먼저 나오는 현실입니다. 이야기가 좀 다른 곳으로 갔지만 같은 맥락이기에 이해하리라 생각합니다.

지용군과 현석씨에게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나는 솔직히 지용군과 지용군의 음악세계에 대해 잘 모르는 곧 오십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입니다. 하지만 지용군이 십대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누구보다 잘 알고 느끼는 사람입니다. 만약 욕하지 말고 바른말 순한 말을 쓰자는 공익광고 대신 그런 내용이 담긴 지용군의 노래 한 곡이면 수십 아니 수백, 수천 배의 효과가 있을 거라는 걸 아는 사람이기에 부탁하는 거랍니다. 자신의 음악 세계도 중요하지만 지용군이 이 땅의 십대들의 멋진 멘토가 되어주었으면 하고요. 이미 지용군이 선택해 걸어가고 있는 길을 통해 많은 십대들이 지용군을 멘토 삼아 자신을 꿈을 꾸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아니까요. 그들의 사랑으로 지금의 지용군이 있는 것이기도 하니 그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었으면 하는 부탁을 하고 싶습니다.

지용군은 <대중가수>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잖아요. 대중과 대중 가수에서 굳이 갑과 을을 따지자면 나는 대중이 갑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많은 대중가수들이 자신이 갑의 위치에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지용군도 계약을 해보았으니 이 글의 의미를 이해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인이란 어때야 할까요? 공인은 자신보다 공익을 조금 더 먼저, 많이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석씨에게도 부탁을 드립니다. 지용군에게 현석씨는 소속사 사장님을 넘어선 인생의 멘토일거라라 생각합니다. 더 크게 생각하여 주실 수는 없는 건지요? 그리고 현석씨에게도 사랑하는 자녀 두 자녀, 유진과 민석이가 있지요? 그 천사 같은 아이들의 입에서

“어, 이거 그 새끼다. 아빠 나 이 노래 너무 좋아요.” 라고 하며

“그 새끼보다 내가 못한 게 뭐야 그 새끼보다 내가 못한 게 뭐야 그 새끼보다 내가 못한 게 뭐야.......”

를 무한반복 한다면요?

내 아이는 절대 그럴 리 없다? 하실까요?

아님, 노랜데 어때? 하실런지요?

이 땅의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들의 아이들입니다. 우리 어른들의 아이들이라는 생각으로, 내 아이라는 마음으로 바라봐주시고 그들을 조금만 더 생각해 주십시오. 현석씨도 현석씨의 사랑하는 아이들이 좋은 세상에서 좋은 사람들과 순하고 아름다운 말을 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느 부모와 같을 거라 생각합니다. 내 아이만 잘 키울 수는 없답니다. 내 아이의 친구, 내 아이의 이웃들이 함께 잘 커야 내 아이가 살아갈 사회 전체가 조금 더 순하고 따듯하고 아름다워야, 그 속에서 내 아이도 진정으로 행복하게 잘 자랄 수 있을 테니까요.

그 새끼라는 노래에 관한 속사정을 모르지만 나는 지용군보다 현석씨가 더 많이 야속합니다. 현석씨는 어른이고 부모니까요.

아래 주소를 눌러 내가 몇 해 전에 쓴 <왜 욕을 하는 걸까요?>라는 글도 함께 읽어주기 바랍니다.

 

http://blog.daum.net/rhea84/13728152

 

덧붙여 쓰는 글입니다.

이건 지금 저희 반 학생의 의견 중 하나입니다. 느껴지는 것이 있으신가요?

 

그리고 이건 고1 때 경북여상 우리 반이었던, 지금은 대학생이 된 아이의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