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아이들

학부모교육...이건 아닌데....

착한재벌샘정 2012. 9. 18. 21:46

요즘 교과부에서 가장 중점을 둔 정책 중 하나가 학부모 교육입니다. 교육이 더 이상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올 1월에 <학교 폭력(청소년 폭력) 해결을 위한 방안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에 이런 부분이 있었습니다.

(http://blog.daum.net/rhea84/13728357)



3월 중순 즈음 학부모회가 있어 어머니들이 학교에 오셨는데 한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화장실 가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휴지통 밖으로 나와 있는 휴지도 기도 안차지만 여학생들이 생리대를.... 정말 학교가 뭐하는 건지... 도대체 애들을 어떻게 가르치는 건지....”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머니의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지시나요? 학교가 도대체 애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느냐고?

자신이 사용한 휴지를 휴지통에 넣는 것이나 사용한 생리대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방법은 가정에서 부모를 통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배워야 하는 것 아닐까요? 아이들이 화장실을 그렇게 더럽게 쓰는 것을 담임이 알면서 모른 척 하고 있으니 이 모든 책임은 학교와 담임에게 있다?

저는 이 문제와 학교 폭력의 문제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인성교육의 시작은 가정과 부모이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폭력의 ‘폭’자도 모른 채 잘 자라서 학교에 왔는데 갑자기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그렇게 된 것일까요?

아이들이 학교에 오기 전에는, 아니 집에서는 휴지통에 제대로 버리고 생리대도 깔끔하게 처리하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렇게 변한 것일까요? 부모님들은 제대로 잘 가르쳐 집에서는 잘 하지만 학교 선생들이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아서 학교 화장실은 그렇게 더럽게 사용하는 것일까요?

물론 교사들이 화장실 사용 지도를 가르쳐야지요. 그런데 그것은 가정에서 제대로 배워왔다면 가르칠 필요성조차도 없는 문제이고, 다 잘 배운 아이들 틈에 몇몇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학교와 교사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조차도 하지 않는다면 그건 전적으로 학교와 교사들의 잘못입니다. 이 문제는 조금 뒤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교육의 기본과 출발은 가정에서 부모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교육이 어렵다고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부모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크게 없는 현실에서 교과부에서 이제라도 학부모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저도 9월, 10월 두 달만도 학부모 교육 강사로 17번이나 출강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학교 단위 학부모 교육을 나가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 큽니다.

지난 토요일에 간 모 중학교 학부모 교육에서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지금 이런 상태의 학부모 교육은 한 마디로 귀족 교육입니다.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학부모님을 모시려 하지만 솔직히 참여하는 분들이 어떤 분들일까요? 솔직히 이곳에 오신 분들은 이런 교육이 필요 없는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평소에도 학교 행사 때마다 담임의 부탁을 받고 학교에 적지 않게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일테니까요. 그리고 그건 어떤 형태로든 아이에게 관심과 정성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겁니다. 지금 십대 아이들에게는 제대로 된 관심과 사랑이 가장 절실한 문제니까요. 정말 이 자리에 오셔야 할 분들은 여전히 오시지 않았습니다. 물론 먹고 사는 문제로 인해 못 오신 분들이 더 많으시다는 것도 압니다.

학부모교육을 위해 교사들의 업무는 엄청난 양이 늘었습니다. 계획을 세우고 강사를 섭외하고 진행하는 일도 정말 큰일이지만 제일 힘든 것은 학부모님들을 학교로 오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가정통신문을 통해 수요자 조사를 하지만 자발적 참여는 거의 전무하고, 그렇게 되면 2차적으로 담임을 통해 각 반 당 참여해야 하는 인원이 정해져 할당제가 되기 일쑤지요. 담임들은 학급에서 정말 교육에 참여해야 할 필요가 있는 학부모들보다는 학급 간부의 어머니나 평소 학교의 행사에 어느 정도 참여하는 분들께 부탁을 하게 되겠지요. 그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저이기도 합니다.

교사의 업무 폭주와 부담을 통해 적지 않은 예산을 쓰는 이 학부모 교육이 투자 대비 실효가 너무 적다는 것입니다.

물론 안하는 것보다야 낫고 첫 술에 배부르지 않다는 말처럼 이렇게 출발하여 서서히 확대되고 자리 잡아 가지 않을까 긍정적인 면도 분명 있지만.... 학부모 교육 강연 장소에 들어서는 순간 늘 느끼는 제 솔직한 심정은

“이건 정말 아닌데.....”입니다.

그럼 어쩌라고 한다면?

솔직히 크게 대안도 없습니다. 그래서 더 답답한 심정이랍니다. 학부모 상담주간이라고 하여 한 학기에 한 번씩 일주일 이상 일정한 기간을 두고 실시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30명의 학부모를 모두 만나보기에는 시간적으로 역부족인 것도 사실입니다. 수업이 비는 시간에만 가능하니 전화 상담을 할 수도 있지만 서로가 힘이 들더라도 교사와 학부모는 꼭 마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꼭 제안하고 싶은 것은 아이의 문제로 학교에 가는 일에 대한 직장에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저희 반에도 아이가 문제를 일으켜 학교로 오시라고 하면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어쩝니까?”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제가 근무시간 외에 직장으로 찾아가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고요.

아이들은 부모와 학교, 사회가 함께 키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이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때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함께 더불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인식으로 부모님들이 학교와의 소통에 관한 인식 전환부터가 시급하다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정리를 하려니 다시 원점으로 가버리네요. 지금과 같은 학부모 교육은 아니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