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아침을 만드셨어요?
오늘 아침은 남편이 출장을 간지라 정빈이와 둘이서 먹게 되었습니다.
퇴근 후에 큰 아이 졸업작품전시회를 보러 서울을 갈 계획이어서 점심까지만 집에서 먹으면 되는지라 조금 간단히 아침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나름 여러가지 재료로 정성을 다하여 만들었는데... 정빈이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왜 이런 아침을 만드셨어요?"
"....그냥.... 사람이 살다보면 변할 수도 있고.... 이런 날도 있지 않겠니? 정성을 다하여 만들었으니 먹어 봐."
"그래도 이런 인스턴트같은 아침을 준비하다시니...."
"......."
아무말도 못하고 서 있는데 한 마디 더 하는 겁니다.
"아이참... 제가 이런 거 잘 못 먹는 거 아시잖아요."
괘씸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저를 보더니, 미안한 얼굴을 하며 나름 변명이라 하는데... 이러는 겁니다.
"솔직히 이건 다 어머니 책임이에요. 어릴 때부터 저를 이렇게 키운 건 어머니니까. 이런 걸 좀 먹이면서 키우셨음 이러지는 않죠."
사실 제가 먹는 것에 반 목숨(?)을 걸거든요.ㅎㅎ 아무리 바쁜 아침이라도 주서기로 사과당근 주스를 만들고 밥하고 국끓여 아침을 먹고 있거든요.
현미밥, 홍합 미역국, 김, 배추김치, 콩나물 무침, 낙지볶음
그전 날의 그저 그저 평범한 식단입니다. 이런 소박한 것들이 전부이지만 정빈이는 이런 밥상에 익숙한지라 아침을 샌드위치로 준비한 것이 못내 불만인 모양입니다.
결국 정빈이는 평소의 양과는 다르게 부실한 아침을 먹게 되었고 남은 거 제가 다 먹어야했답니다.ㅠㅠ
퇴근하고 2시 11분 기차를 타야하지만 점심만큼은 정빈이가 원하는 밥상으로 제대로 먹어여야겠지요. 정빈이가 좋아하는 쌀밥 이벤트로 마음을 풀어줘야겠어요.
2교시마치고 30분 동안 주말 대청소시간인데 저는 이렇게 점심 메뉴 궁리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희 반 아이들은 왜 담임이 잔소리를 하러 오지 않을까 궁금해하고 있을 것 같네요. 얼른 가서 잔소리 해야겠어요.
아이들 말에 의하면 저는
'말많고 종례 긴, 잔소리도 많은 담임'이거든요.ㅋㅋ
잔소리하면서 점심 궁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