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아이들

선생님 흉터보다 더 큰 흉터 있는 사람???

착한재벌샘정 2011. 5. 13. 23:23

저희 반 예쁜 공주님들이 5월 16일부터 태어나 처음으로 교복을 입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오늘 종례시간에는 질문이 어찌나 많은지.... 다른 날보다 5배는 더 길어진 듯 합니다.

"훌륭한 선생님, 16일 꼭 교복을 입어야 합니까?"

"꼭 안 입어도 됩니다. 하지만 될 수 있는대로 빨리 준비해서 입으세요."

"훌륭한 선생님, 공동구매한 교복은 16일에 학교로 온다는데 그날 바로 교복으로 갈아 입어도 됩니까?"

"바로 갈아 입어도 되고 그 다음 날부터 입어도 됩니다."

"훌륭한 선생님, 흰 양말만 신어야 합니까? 그림이 그려진 것은 안됩니까?"

"교복에 노란색에 짱구 얼굴 그려진 양말은 어떨까요? 스스로 생각해보면 판단이 서지요?"

"훌륭한 선생님 흰색에 선이 좀 그어져 있는 것은 어떻습니까?"

"글쎄요... 정확히 어던지를 모르니....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단 한 번 신고 와 보세요."

"훌륭한 선생님, 얇은 살색 스타킹을 신고 양말 신어도 됩니까?"

"스타킹은 안됩니다."

"속바지, 아니 훌륭한 선생님, 속바지 꼭 입어야 합니까?"

"네에~~ 속바지는 꼭 입어야 합니다. 아침마다 선생님이 속바지 검사합니다. 삼각 팬티만 달랑 입는 공주님, 제발 참아주세요."

"훌륭한 선생님, 속바지 색깔은 어떤 걸 입어야 합니까?"

"어떤 색이어도 괜찮습니다. 꽃무늬도 됩니다. 속바지만큼은 자유를 마음껏 누려봅시다."

"훌륭한 선생님, 치마 길이가 무릎까지 오면 안됩니까?"

"무릎 밑이라고 했습니니다."

"선생님, 아니 훌륭한 선생님, 살 때 무릎까지 밖에 안오는 건 더 길게 내려야 합니까?"

"네에~~ 내리십시요."

등등

저희 반 교실에 놀러 오시면 아이들의 예쁜 모습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가득 번지실 겁니다. 제가 아무리 봐도, 제가 저희 학교 18학급 수업을 다 들어가는데 아무리 눈을 닦고 다시 봐도 저희 반 공주들만큼 예쁘고 귀여운 공주님들이 없더라니까요. 아, 이건 절대 담임이라서가 아니에요. 얼마 전 끝난 시험 기간에도 감독 들어오신 선생님들도 다들 그러셨다니까요. 진짜에요!!!

아이들의 큰 관심 중 하나는 얇은 살색 스타킹을 신어도 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흉터가 있어서, 털이 많아서, 다리가 굵어서 등등의 이유로.

떽, 어디 당임 앞에서 다리 굵다는 이야기를....나보다 굵은 다리가 어디 있다고 이 사람들이 정말.ㅋㅋ

그 중 흉터가 제일 신경이 쓰이겠지요. 이런 질문을 하는 공주도 있었습니다.

"훌륭한 선생님, 흉터를 밴드로 붙이고 다녀도 됩니까?"

그래서 제가 어떻게 했을까요?

약간 엽기, 아니 엄청 엽기인가? 푸하하하

제가 교실에서 스타킹을 벗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오늘 스승의날 기념식을 한다고 해서 아주 멋을 부려 제가 무지 아끼는 실크 드레스를 입고 출근을 했는데... 그 차림으로 교실에서 스타킹을 벗다니... 상상이 안가시죠?ㅎㅎ

사연은 이렇습니다.

"흉터? 흉터를 가리려고 스타킹을 신고 밴드를 붙인다고요? 선생님 다리에 있는 흉터보다 큰 흉터가 있는 사람은 그렇게 해도 됩니다."

제가 큰 소리를 뻥, 칠 수 있는 이유는 제 오른쪽 다리에 무지 큰 화상 흉터가 있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은 흉터가 어디 있느냐고 궁금해 했고 오른쪽 다리에 있다고 하니까 보여 달라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스타킹을 벗어야 잘 보인다고 했더니 그럼 벗고 보여달라는 겁니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아이들은 설마 벗겠어, 싶었겠지요.ㅋㅋ

제가 누구입니까? 원피스를 입었으니 살짝 살짝 겉옷 위로 스타킹을 내일 수 있다는 건 여자라면 다 아시죠? 오늘 이미지 왕창 구겨지고 있는 건가요?하하하

아이들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더군요. 그리고는 달려 와 스타킹을 벗은 저의 다리를, 다리의 흉터를 보더니

"헉!!!"하면서 다들 이러더군요.

"훌륭한 선생님, 저는 그냥 양말만 신겠습니다."

앗싸! 저의 흉터가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은 또 몰랐네요. 정빈이가 수술 후 흉터때문에 마음 아파 할 때 무지 요긴하게 쓰인 저의 흉터 이야기는 <나에게 행복을 주는 비결>에서 이야기 했었는데 읽으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 때만큼 제 다리의 흉터가 고마운 적이 없었는데 오늘 그 다음으로 고마운 일이 또 생기더군요.^^

"선생님은 이 다리위 흉터를 가리거나 감추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건 사고로 생긴 것이고 없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이미 생긴, 이미 선생님의 몸의 일부가 된 것입니다. 내가 나의 모습을 당당하게 생각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리의 흉터만이겠습니까? 우리 학교에서 얼굴이 누가 제일 커요? 쌤이잖아요. 그래도 선생님은 이 큰 얼굴 부끄러워 하지 않고 매일 잘 다니고 있는 거 여러분도 매일 보고 있잖아요. 이쁘기만 하구만."

그 말에 몇몇 아이들은

"우웩 이쁘대~~~"

했고 저는 고개를 더 꼿꼿하게 들고 우아(?)한 손놀림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당연 이쁘지. 이쁘기만 하구만."

했더니 아이들은 까르르 넘어가드만요.ㅎㅎ

아이들은 조금 더 예쁘기를 바라고 작은 흉터도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보는 것 같이 신경이 쓰일테지요. 한창 외모에 신경을 쓸 때이니까요.

"선생님이 다리에 이렇게 큰 흉터가 있는데 몇 년을 같이 근무한 선생님들 중에 새삼 언제 흉터가 생겼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어요. 그 만큼 사람들은 선생님의 다리를 잘 보지도 않는다는 거죠. 이렇게 잘보이는 굵은 다리인데도 말이에요. 여러분이 여러분의 모습을 사랑하지 않고 감추고 싶고 부끄러워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그 사람을 귀한 사람으로 생각해 줄까요? 남의 눈보다는 자신의 눈과 마음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가게 될 거예요. 사람들은 선생님의 다리의 흉터는 기억 못해도 선생님의 환하게 잘 웃는 모습은 너무 잘 기억해주던 걸요. 선생님이 다리에 흉터가 있으니 다행이지 이 만한 흉터가 마음에 있다면 어떨까요? 남을 미워하거나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하는 못 된 마음의 흉터. 그래서 선생님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걸요. 밴드로 붙여 굳이 숨기지 말아요. 더운데 교칙을 어겨가면서 까지 스타킹으로 가리려 하지 말아요. 그것도 내 몸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이제는 더 흉터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고 자신을 아끼며 살아갔으면 해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선생님 흉터 이길(?) 수 있음 하고 싶은대로 해도 괜찮아요."

아이들은 새삼 제 다리의 흉터를 몇 번 더 유심히 보더군요.^^ 조마조마하긴 했지요. 혹여 제 흉터보다 큰 흉터가 있는 아이가 있으면 어떻게 하나... 후유~~ 다행이없더이다. 웬만해서는 제 흉터를 이길(?) 수가 없다니까요.ㅎㅎ

다음 주 월요일 교복을 입은 우리 공주님들의 모습이 너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