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사탕을 가지고 간 이유는?
어제 저희 반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종례를 하러 들어 갔더니 아이들의 자리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에 자리를 바꾸었다고 하더군요. 저는 될 수 있으면 학급의 일을 아이들이 학급 회의를 통해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는데 당연히 그렇게 하여 자리가 바뀐 줄 알았습니다. 회의를 언제하고 오떻게 바꾸었느고 물었더니....
아이들은 회의없이 점심시간에 바꾸었다고 이야기를 했고 그 와중에 몇 몇 아이들이
"선생님, 저는 자리가 없어요."
"아이들이 마음대로 바구고 저보고 빈자리 아무데나 앉으라고 했어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알아 본 결과 사연은 이렇습니다.
아이들 몇 명이 저희 반 한 아이에게 자리를 바꾸자고 하였고, 그 아이가 주관이 되어 점심시간에 교실에 있던 아이들에게 자리를 바꿀까를 물었답니다. 교실에 있던 대부분의 아이들도 그러자고 했고 해서 자리를 바꾸었다. 점심시간에 밖에서 놀던 몇 명의 아이들은 종이 치기 직전에 왔고 자신의 자리에 다른 아이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물으니 자리를 바꾸었으니 어디 빈자리 알아서 앉으라고 했다는 겁니다. 종은 쳤고 선생님이 들어오시니 그 아이들은 빈자리 중 한 곳에 가서 앉았다고 하네요. 여기서 일을 진행시킨 아이들의 주장입니다.
1. 몇 명의 아이들이 강력히 자리를 바꾸자고 했다.
2. 점심시간에 교실에 있었던 아이들도 대부분 그러자고 했다. 부실장이 있기는 했지만 별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
3. 자리에 없는 아이들을 기다릴 수 없었고, 그 아이들이 왔을 때는 이미 종이 친 상태여서 이 문제를 다시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4.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미 자리를 옮겼으니 그 몇명의 아이들이 이 상황을 받아들였으면 한다.
여기서 문제는 무엇일까요?
1. 자리를 바꾸는 문제는 학급회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는데 실장, 부실장도 아닌 아이의 주관으로 진행이 되었을까? 교실에 있던 아이들의 대부분이 그렇게 하자고 동의를 한 점과 그 아이는 자신이 그 일을 진행해도 된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2. 자리를 바꾸자고 강력히 건의한 학생은 왜 그 아이에게 이야기를 했을까?
3. 부실장은 그 자리에 있었으면서도 왜 방관했을까?
4. 실장은 왜 이 상황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지 못했을까?
5. 자기 자리에 다른 친구가 앉아 있어 빈자리르 찾아 가야했던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담임에게 이야기 하지 않고, 심지어 종례에 들어갔을때도 잠자코 있다가 담임이 어떻게 된 일이야고 묻자 그 때서야 볼멘소리를 했을까?
학급에서 자리의 문제는 아주 예민한 문제이지요. 어떻게 하더라도 29명의 아이들을 다 만족시키지는 못합니다. 그러기에 더더욱 학급회의를 통해 결정되기를 바랐습니다. 방관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회의를 통하여 방법을 찾아가기를 바란 것입니다. 물론 이런 식의 갈등이 분명히 있을거라는 예상도 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과정도 아이들에게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제가 이 문제에서 많이 고민했던 것은 안타깝지만 29명이 함께 생황하는 교실에도 힘의 구조가 생긴다는 것과 방관과 주인의식, 책임과 소통입니다.
실장은 원래대로 되돌리려 노력을 해 봤지만 이미 자리를 바꾼 많은 아이들이 그대로 있자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 사이에도 부실장은 마치 나와는 별개의 문제인냥 방관자로서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요. 빈자리를 찾아가 앉았던 아이들은 선생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그것이 부당하다고 이야기해주자 갑자기 봇물을 터트리듯 불만을 이야기 하고.
아이들이 교실이라는 작은 세상에서 이미 힘이 논리에 익숙해지고 그 틀 안에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 가장 마음이 아팠습니다. 자리 바꾸는 일을 주관한 아이는 4주동안, 아니 초등학교에서 부터 그런 힘을 발휘하고 자신의 힘을 다른 아이들이 느끼도록 하는데 익숙해져 있었는 지도 모릅니다. 그 아이는
"아이들이 저 한테 이야기했고, 대부분의 아이들도 그러자고 이야기했어요."
그렇기때문에 이 일로 선생님이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은 너무 억을하고 부당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 일을 진행한 것 보다 더 문제는 왜 아이들이 그 이야기를 자신에게 했는 지,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러자고 했는 지에 관한 인식이 없는 거지요. 자신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아이들에게 휘두르고 있는 힘에 대한 인슥의 부재가 저는 가장 큰 문제라는 생각이었습니다. 4주 동안 예민하게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저에게도 너무 강력하게 느껴지던 힘이었거든요.
그리고 나머지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은 자신들은 피해자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리 바꾸는 일은 학급 회의를 해서 하기로 했잖아. 그리고 지금은 반 아이들이 다 있는 것도 아니니 지금해서는 안된다."
고 이야기 하는 아이가 없었다는 거죠. 마음속으로 이야기 한 아이가 있었는 지는 모르지만, 의견을 분명히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아무도 없는 것이죠. 아이들은 침묵함으로서, 동의함으로서 그 아이의 힘에 스스로가 굴복하고 있음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거지요.
점심시간에 없었던 아이들은 어떨까요? 얼마나 황당했겠습니까? 자신의 자리에 다른 아이가 앉아 있고 아무 자리나 가서 앉으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도 결국은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억울하고 속상했겠지만, 종이 쳤으니, 이미 다른 아이들이 다 앉아 버렸으니,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미 바꾼 자리니 이렇게 앉자는 말을 받아들였습니다. 제가 종례를 하러 들어 갔을때에도, 이렇게 자리를 바꾼 것은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 하기 전까지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이 아이들 중 피해자는 과연 누구일까요?
아이들은 모두 자신이 피해자라고 합니다.
친구들이 자리를 바꾸자고 하도 졸라서 총대를 매준 것 뿐인데, 귀찮은 일을 솔선수범하여 해줬는데 선생님이 잘못되었다 하니 억울하고 속상하다는 아이. 잘못이 있다면 자리 바꾸자고 졸라댄 몇 명의 아이들, 그리고 그렇게하자고 한 대부분의 아이들이지 자신은 아니라고.....
실장, 부실장이 자리 바꾸는데 관심이 없고 자리는 바꾸고 싶고, 그래서 일을 진행할만한 아이에게 이야기를 했고, 일은 결국 그 아이가 했는데.... 우리는 자리 바꾸자고 이야기 한 것 밖에 없으니 자신들 책임은 아니라는 아이들.
갑자기 자리를 바꾸자고 하기에... 그리고 우우 아이들이 그러자고 해서 그냥 가만히 있었고... 몇 몇 아이들에 의해 진행되는 대로 지켜보다가 바뀐 자리로 옮겨 앉은 것 밖에 없는, 나도 솔직히 바뀐 자리가 마음에 안들어 속상하다는 아이들. 우우~~그렇게 하자고 한 아이는 없고 자신은 그냥 가만히 있기만 했다고 주장하는 아이들.
자신도 무르게 자리가 바뀌어버렸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어 묵묵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는 아이들.
그 아이들은 모두 자신들이 피해자라 목소리를 높힙니다. 그래서 어제 퇴근은 늦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선 앞의 두 주장을 하는 공주님들과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머지 두 주장을 하는 아이들과도 곧 이야기를 할 계획입니다. 늘 느끼지만 아이들과 이야기할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전체를 아우르는 기회가 있어야겠다 싶어 오늘 아침 출근 길에 사진의 사탕을 들고 갔습니다. 그 안에는 29개의 사탕이 들어 있었어요.
아침 청소를 마친 뒤 아이들에게 사탕을 들어 보여주었습니다.
"이 통속에는 사탕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통을 잘 보아주십시요. 통은 위로 갈 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밑에 있는 사탕들은 어떨까요? 위에 있는 사탕의 무게때문에 무지 힘들겠지요. 선생님은 우리 5반이 이런 교실은 아니었으면 합니다. 위와 아래가 있는 교실, 누군가는 위에서 누르고 누군가는 밑에서 힘겹고 눌리고 있는 이런 교실은 아니기를 바랍니다. 선생님은 여러분들이 민주주의를 몸으로 느끼면서 살기를 바랍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회의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소수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배려하는 자세를 익혀가기를 바랍니다. 세상에 귀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이 통에 든 사탕은 똑같이 달콤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예쁘고 소중한 사람인 것처럼."
그러면서 사탕을 꺼내 책상이 놓았습니다.
"선생님은 우리 5반이 이런 교실이기를 바랍니다. 모두가 소중하고 모두가 같은 위치에 있는..... 선생님에게 29명이 모두 소중하듯 여러들도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기를 바랍니다. 사탕들이 이 통속으로 들어가면 또 다시 어떤 것은 위로 가서 다른 사탕을 누르고 또 어떤 것으은 밑으로 가서 눌리게 될 겁니다. 이런 교실을 만들고 싶은 지 묻고 싶습니다. "
교실을 나오면서 실장에게 사탕을 건네주고 모두 하나씩 나누어 먹으라고 했습니다. 달콤한 사탕을 나누어 먹으며 어제와 같은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서로 노력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