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들의 결정에 맡기지 않은 영화 <글러브>
지난 주 일요일 아침 8시 10분 조조로 정빈이와 함께 영화 <글러브>를 보았습니다. 9시 10분 조조도 있었는데 어차피 일찍 일어날 거 8시 10분 거 보자는 정빈이의 말에 영화를 보기 위해 7시 반에 집을 나섰지요.^^
영화관 안에 들어서니.... 저희들이 1등이었습니다. 그래서 기념으로 찰칵.ㅎㅎㅎ
야구를 잘 모르는 정빈인지라 혹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을까 살짝 걱정했었는데 그런 부분은 전혀 없었어요. 영화 이야기는 최대한 안 할게요. 오로지 여러분들의 느낌만으로 영화를 보셨으면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아쉬운 점은 너무 유명한 배우들이 나오니 영화에 몰입하기가 좀....^^
영화를 보는 동안 가장 가슴에 남는 부분이 얼마 전 다시 보았던 죽은 시인의 사회와 오버랩이 되어 마음이 많이 아팠답니다.
닐을 죽으로까지 몰고 간 아버지에 의해 결정되어버린 아이의 삶.
글러브에도 야구팀의 해체를 두고 어른들이 교장실에 모여 회의를 합니다. 그 때 교장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 온 코치가 이런 의미의 말을 합니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 채 다른 사람에 의해 자신들의 미래가 결정되기를 기다리는......
결국 닐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것도 스스로의 미래를 자신이 결정할 수 없음이었을 겁니다. 자신이 주인이 되어 살지 못하는 삶이란 죽음과 다를 바 없음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거라 생각하지만 솔직히 저는 그 영화에서 가장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아들의 열망을 무시한 채 하버드 의대를 강요하는 아버지와의 갈등. 수없이 많은 닐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들이 닐과 같은 선택까지 생각하며 고통스러워 한다는 것을 알기에 영화 글러브에서의 그 대목에서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어요.
작가가 되고 싶지만 외교관이 되라는 엄마의 말에 서울대 정외과를 가야했던 아이. 그 아이가 서울대 간 이유는 오로지 작가가 될 기회를 얻기 위해, 엄마의 말처럼 외교관이 되고나면 몇 줄 긁적여도 세상은 책을 만들어주고 관심을 가져 준다는 그 말에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원하지 않은 대학에 진학했던 아이. 왜 엄마는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응원해주지 못하는 지를 눈물로 이야기 하던 아이. 그리고 수없이 많은 그 아이와 같은 또 다른 아이들.
정빈이는 닐의 선택을 끝내 이해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남편에게 그랬습니다.
“당신, 참 좋은 아버지에요. 정빈이는 왜 아버지와 이야기를 하면 될 문제를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어요. 소통이 잘 되는 아버지가 있는 정빈이로서는 닐과 닐의 아버지를, 닐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 한편으로 당신 참 고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빈이에게 언제든 소통이 가능한 아버지가 되어주어서 당신 참 멋지고 고마워요.”
아이들과 함께 영화 <글러브>를 꼭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말에, 아이들의 꿈에 귀와 마음을 열어주세요.
영화 <글러브>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지만 그 선택에 참으로 중요한 '의미있는 타인'의 존재를 강하게 깨닫게 해주어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이 영화를 보았으면 하는 바람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오로지 혼자만의 힘으로 선택하고 살아가지 못합니다. 수없이 많은 타인들과의 관계속에서 살아가지요. 그럴 때 얼마나 '의미있는 타인'을 만나는 가는 인생에서 너무도 중요한 일이니까요.
야구부 아이들에게 코치라는 타인, 코치에게 야구부 아이들이라는 타인처럼.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부모와 교사의 역할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 새삼 절감한 것이 그 어떤 것도 '교육', '가르침'은 일방적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동반성장'이라는 말이 영화를 보는 내내 제 마음 한 가운데를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아이들보다 코치가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답니다.^^
제가 그렇거든요. 아이들오 부터 제가 배우는 것이 더 많거든요.
아, 저는 영화 <글러브>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람은 철수, 아니 찰스였습니다. 사진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는.
영화를 보는 내내
'내게 찰스와 같은 친구가 있는가?'
'나는 누군가에게 찰스와 같은 친구가 되어 주고 있는가?'
를 자꾸만 묻게 되더군요. 영화 <글러브>는 조금 많은 것을 담으려한 욕심이 있었나 싶기도 하지만 결론은 꼭, 꼬옥~~~ 보시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