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같이 둘러앉은 밥상이 행복인 거구나.....
오늘 대구는 무척 더웠습니다. 일요일이라 늦잠을 좀 즐기고 싶었는데 시어머니께서 몸이 불편하다는 연락이 와서 아침도 못 먹은 채 시댁으로 달려갔었어요. 밤새 얼굴이 가렵고 화끈거려 잠도 못 주무시고 힘들었다는 어머니. 병원 응급실을 찾으니 어제 점심 때 마을회관에서 드신 돼지고기 때문인지 알레르기 반응 같다는 진단을 받았지요. 밤새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은 것이.... 늘 그렇지만 죄스럽고 마음이 쨘~~해지는 것이....
주사를 맞고 조금 덜한 것 같다는 어머니와 시장에 갔었습니다. 연로하시기도 하고 날씨도 더워지고 하니 입맛이 없다는 어머니를 위해 찾은 시장.
어머니는 제 지갑이나 남편의 지갑이 열리기 전에 미리 주머니에서 꺼내 들고 계시던 돈으로 물건 값을 지불하려고 하시는 겁니다. 그런 어머니의 귀에다 대고 이렇게 말씀 드렸어요.
“어머니~~~, 이건 비밀인데요오~~ 아범이 이 물건 값 낼 정도는 벌어요.”
무슨 큰 비밀 이야기를 하나 싶어 귀를 기울이던 어머니께서 ‘푸하’ 웃음을 터트리시더니 제 귀에다 대고 그러시는 겁니다. 속삭이듯이
“그려? 그 정도는 번다고? 내가 안네도 되것나?”
저희의 귓속말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네에~~ 그러셔도 돼요.”
“알었다. 그럼 아범이 내라케라.”
이러는 저희를 가게 주인도 남편도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더군요. 저희 어머니의 매력은... 늘 느끼지만 수줍은 소녀 같다는 거예요. 구순이 넘으신 어머니는 무슨 큰 비밀을 공유한 듯 의미심장한 눈빛을 제게 주시더군요. 그 모습이 너무... 어른께 이런 말씀 드리면 안 되지만 귀엽고 예쁘셨어요.
장을 봐서 집으로 돌아 온 저희들은 어머니의 텃밭에서 뽑아 온 상추를 밥상 절반은 차지할 정도로 큰 바구니에 담아 양볼이 당길 정도로 한 입 가득 상추쌈으로 맛있는 조금 이른 점심을 먹었답니다.
“점심을 너무 많이 먹었더니 다른 것은 전부 식상타.”
하시며 좋아하시는 참외도 나중에 먹으마, 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거예요.
‘이렇게 같이 하는 밥상이..... 가족이 같이 둘러앉은 밥상이 행복인 거구나.....’하는 생각과 매일 그렇게 해드리지 못하는 죄송한 마음에.....
그리고는 전부 누워 낮잠도 즐겼습니다. 어머니와 저, 정빈이는 안방에 마주 눕고 남편은 거실에 누워 오수를 즐겼지요. 도롱도롱 어머니의 코고는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왔어요.
꿈까지 꿔가며 자고 있는데 남편이 2시가 넘었다며 얼른 가자며 재촉을 하더군요. 저희들만 갔었다면 저녁까지 먹고 오겠지만 올해 초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3시부터 아름다운 가게에서 두 시간 동안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정빈이 때문에 일찍 와야 했답니다. 겨울 방학 때부터 시작한 봉사활동인데 지금까지 몸이 아파 한 번 빠진 것 외에는 정말 열심이랍니다. 정빈이의 자원봉사활동은 저희 가족 전체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지요. 오늘처럼 시댁에서 일찍 와야 하는 것도 그렇고 일요일 오후에는 웬만해서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정빈이의 활동을 적극 지원을 해주려고 노력을 하지요.
열다섯 정빈이에게 일요일 오후의 2시간(평소 혼자 오갈 때는 오고가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4시간)은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주말에만 하는 인터넷을 할 수도 있는 시간이고, 휴일 오후 뒹굴뒹굴 휴식을 취하는 등등 참 소중한 시간인데, 그런 귀한 시간을 나눔의 시간으로 선택하고 열심히 해주고 있으니, 팔불출 엄마가 자랑을 안 할 수가 없잖아요. 이해해주세요.^^
남편도 처음에는 그저 몇 번 가다 말겠지, 했는데 열심히 하는 정빈이가 아주 대견하다고 합니다. 창고에서 물건 정리부터 판매까지 다양한 일을 한다는 이 봉사활동은 정빈이에게 이제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나눔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그로 인한 기쁨을 알게 해주고 싶었는데 정빈이도 예슬이도 자신들이 찾아서 이렇게 열심히 해주니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요. 조금 더 크면 자신의 장래 희망과 연결된 일을 찾아 해보고 싶다는 계획도 생겼다고 하니 이렇게 아이들은 조금씩 생각이 커지고 깊어지면서 자라나 봅니다.
오늘은 정빈이가 쓴 독후감도 함께 소개할까 합니다. 올 들어 정빈이에게 공부법에 관한 책을 몇 권 읽게 했는데 가장 최근에 읽은 ‘박철범의 공부 특강’에 관해 쓴 글입니다.
이 책은 항상 읽던 공부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과 비슷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든 것이다. 박철범씨는 꼴등에서 한 학기동안 1등까지 간 사람이다. 이 사람이 공부법은 보통 책에 쓰여진 방법과 별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런데 이 방법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은데 왜 1등은 많지 않을까? 제 1강 ‘꼴찌에서 일등까지 나의 경험을 말한다’에서 내가 처음 생각한 것은 저자는 전직 생날나리, 흔히 말해 ‘잘 나가는 학생’이었다. 가정형편도 어렵고, 학교생활도 어렵고 빚쟁이까지 찾아오는 최악의 조건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꼴등에서 일등까지 한 것일까? 학원 갈 형편도 안 되고 과외도 더더욱 안 되는데 어떻게 일등을 한 것일까? 그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공부법을 ‘자기가 스스로 실천’한 것에 있었다.
모두들 공부법을 읽으면 ‘또 이 방법이야?’하면서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물론 나도 그랬다. 책속에 항상 같은 말, 같은 방법을 설명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게 가장 좋고, 인증된 방법인데 사람들은 더 편하고 좋은 방법만 찾는다. 그러나 박철범씨는 그 방법을 인증해 준 또 한 명의 사람이자 그 공부법을 알려줄 사람인 것이다.
항상 책을 읽던 무엇을 하던 공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스스로 실천’하는 것이다. 박철범씨도 같은 반의 재수 없는 일등을 이겨보고자 하는 목표로 ‘스스로 실천’하여 공부해 일등을 한 것이 아닌가. 이 ‘스스로 실천’은 공부의 지름길이지만 또한 사람들이 되지 않는 제일 중요한 것이다. ‘스스로 실천’은 말이야 쉽지만 진짜로 실천해 보려면 상당히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상위 1%는 ‘스스로 실천’했기 때문에 상위 1%가 된 것이고 중하위권은 ‘스스로 실천’하지 못했기에 중하위권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위권과 중하위권의 차이는 그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는 공부하는 자세도 자세히 적혀 있고, 다양한 Tip도 적혀 있었지만 나에게 가장 와 닿는 것은 그 ‘스스로 실천’의 효과가 아닐까 한다.
(책 이미지는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가져 온 것입니다.)
책에서 소개한 공부 계획표가 저자의 고등학생 때의 것이다 보니 정빈이 말을 빌면 이렇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하루 종일 공부만 해요? 아침에도 공부, 쉬는 시간에도 공부, 급식 먹고나서도 공부.... 아 몰라 몰라 일단 이런 공부는 고등학교에 가서 하고"
그 말에는 저도 동감입니다. 정빈이에게 책을 읽힐 때는 보옽 제가 먼저 읽어보거든요. 읽힐만한 책인지도 알아보아야 하고 전부 읽힐 것인 지 부분만 읽힐 것인지고 결정해야 할 때도 있거든요. 그리고 읽고 난 뒤 그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려면 저도 읽어야 가능하니까요. 책에 관해 이야기만 할 것인 지 독후감도 쓰개 할 것인지도 책에 따라 결정하곤 해요. 이 책은 독후감을 먼저 쓰게 하고 대화도 나누었습니다.
정빈이의 말이 계속 이어지더군요.
"그렇게 하루 종일 공부만 하고는 저는 못 살아요. 아시죠? 지금은 제게 맞게 변형을 시켜서.... 주말에는 무조건 좀 쉬어야 해요. 토요일에는 도서관에 가고 일요일에는 자원봉사 가니 그걸 됐고. 물론 주말에 그러기 위해서는 주중에 열심히 해야한다는 거 알아요. 아, 정말 스스로 실천.... 이거 쉽지 않아요. 그리고 이 책에서 공부하는 곳과 쉬는 곳을 구분하라고 했는데.... 침대는 자는 곳은 책상은 공부하는 곳이라는 것을 뇌에 입력시켜야 겠고, 이번 주 부터 시험 기간 시작이니 바짝 땡겨야 하는데 구체적인 계획부터 세워야겠어요. 그리고 공부는 시간보다 양이라는데 조금씩 양을 늘려가며 공부를 해보아야겠고, 감정 컨트롤도 필요하고......"
6월 28일부터 시작하는 2차지필고사 계획을 세우고 나름 공부를 하고 있는 정빈이. 그런 정빈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험 끝날 때까지 어머니는 너에게 공부하라는 이야기 안 할게. 네가 알아서 해 봐."
정빈이가 책에서 가장 크게 느꼈다는 스스로 실천도 중요하지만 계획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 지도 경험을 통해 알아가야 할 부분이고요. 자신의 생각과 계획으로 하는 공부,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책임 또한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아가겠지요.
한 교육전문가가 그러더군요.
"아이들에게 부모에게, 누군가에게 핑계를 미룰 빌미를 주지마라. 엄마 때문에 이 번 시험.... 동생때문에 이번 시험.....아이들은 어떻게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회피하고 싶어한다. 자신의 공부에 관해 자신이 책임 질 수 있도록 해라.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자신에게 맡겨두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이 오롯이 자신의 것이라는 경험을 하게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