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평가 과제 기한을 넘긴 아이들에게 쓴 편지
사랑하는 공주님들에게
선생님이 오늘 편지를 쓰는 이유는 책 만들기 과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이야. 속상한 마음 잠시 접어두고 이 편지를 꼼꼼히 잘 읽어주기 바란다. 그리고 이 편지에 담긴 선생님의 생각과 마음을 우리 공주들이 잘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야.
선생님이 왜 그렇게까지 할까에 관해 우리 공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뭔데, 그렇게 매일 남아서 쓰라고 까지 했으면서 왜 안 받는데?”
“기껏 하루 늦은 걸로 너무 심하잖아.”
“안 한 것도 아니고 다 했는데, 받아는 주고 100점은 아니더라도 점수를 조금은 줘야지.” 등등
아마도 많은 생각과 불만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선생님과의 지금까지의 시간을 한 번 되돌아봐 주기 바란다. 선생님은 지금까지 우리 공주들과 수업하면서 늘 모든 중심을 우리 공주들에게 두면서 왔다고 생각해. 어떻게 하면 우리 공주들을 잘 도와줄까, 무엇을 하면 우리 공주들이 과학을 쉽게 배울 수 있을까, 어떤 자료들을 준비하면 우리 공주들이 과학 시간 동안만큼은 호호호, 꺄르르 웃을까 늘 생각하고 고민하고 선생님 나름으로 최선을 다해 수업을 준비했고 매 시간마다 선생님의 최선을 다하면서 온 시간들이었어. 선생님에게 있어 늘 우리 공주들이 1순위였어. 그랬던 선생님이 이렇게 중요한 과제를, 2학기 과학성적의 30%나 차지하는 엄청난 과제에 대해 왜 이렇게 할까..... 그 이유는 정말 무엇일까?
이제는 우리 공주들이 미워져서 그러는 걸까? 진짜 그럴까?
우리 공주들은 학교에 왜 다니는 지? 과학 과제하고 학교 다니는 것 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오로지 시험 잘 쳐서 좋은 점수 받는, 그것만이 우리 공주들이 학교에 오는 목적일까? 선생님은 우리 공주들이 시험 점수를 잘 받도록만 도와주면 되는 존재일까?
선생님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 선생님은 우리 공주들이 학교에서 살아가는 것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배우기를 바라고 있어. 우리 공주들에게는 과학 점수가 가장 절실하겠지만 선생님은 이 번 일로 우리 공주들이 ‘정해진 기간 안에 과제를 제출해야한다’는 정해진 원칙,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내가 아무리 잘한 과제도 정해진 시간이라는 것을 넘겨버리면 아무 의미 없어져 버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말이야.
아이들은 이야기 하지.
겨우 하룬데..... 다 했는데......
하지만 시간의 중요성은 겨우 하루가 아니라 1초, 1분이 지나버려도 되돌릴 수 없을 때가 많아. 그리고 선생님이 늘 이야기 했던 것. 자기중심적인 생각의 위험성, 내 편의대로 생각해서 일을 처리하는 안일함에 관해서도 우리 공주들이 생각을 해주기를 바라.
책 만들기를 다 한 사람일수록 그 속상함과 억울(?)함이 더 클 거라 생각해.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까 당연히 그렇겠지.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한 과제라도 그것을 가치 있고 의미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열심히 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도 꼭 알았으면 해.
한 아이가 그러더구나.
“여기가 회사도 아니고 학교에서 그 정도는 봐 줘야지.“
그래, 바로 그거야. 선생님이 이렇게 하는 이유가. 이해가 안 된다고?
학교니까 봐 줄 수 있지. 그런데 그렇게 늘 봐주면서 기한을 넘겨도 받아주면 어떻게 될까? 며칠 정도는 당연히 봐주더라....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
선생님은 학교니까 여기는 아이들을 제대로 잘 가르쳐야 하는 곳이니까, 그런 습관이 들지 않도록 힘들지만 연습과 훈련의 과정을 경험하게 해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
이곳은 배우는 곳이야. 과학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지만 과학보다 더 큰,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도 배워야 하는 곳이 학교라고 생각해.
이 모든 것들이 우리 공주들은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하는 거라는 것을 꼭 이야기 하고 싶어.
2009년 11월 20일 우리 공주들을 많이 사랑하는 과학선생님이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