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사랑, 결혼하면 끝일까?

<연재 9>사랑, 결혼하면 끝일까?

착한재벌샘정 2009. 7. 8. 17:57

실제 상황 7 - 섹스 리스 부부

 

“왜 그렇게 우울해?”

“언닌 남편이랑 얼마나 자주 해요?”

“뭘?”

“그거?”

“그거? 아, 그거? 왜?”

“우린 섹스리스 부부거든요.”

“섹스리스 부부?”

“한 달에 한번 미만의 부부관계를 갖는 커플을 뜻하는 신조어에요.”

“우리말에서 러브는 ‘사랑’으로 표현을 하지만 섹스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없어. 국어사전에 섹스를 찾아보면 같은 말로 ‘성(性)’이라고 되어 있어. 성을 찾아보면 ‘남녀의 육체적 관계, 또는 그에 관련 된 일’이라고 되어 있고. 관계.... 일.... 그 어떤 달콤함도 부드러움도 느낄 수가 없잖아. 부부가 사랑을 하는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관계라고 표현을 하다니.” 

“얼마 전에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섹스리스’부부에 관해 했는데 그거 보니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한국 성과학연구소에서 기혼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네 쌍의 부부 중 한 쌍이 ‘섹스리스’래요.”

“너 심각한 모양이구나.”

“초등학교 성폭행 사건 있었잖아요. 우리 애가 다니는 학교거든요. 그래서 그거 때문에 그 일에 관련 된 신문 기사 같은 것들을 꼼꼼히 찾아 봤는데 이런 게 있었어요. 인터넷에 난 기사를 이렇게 인쇄까지 해 뒀다니까요. 한 번 읽어 보세요. 너무 공감 가는 거 있죠.

<15년차 부부가 섹스하는 것은 근친상간이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우리나라 부부 문화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섹스리스가 늘고 있지만 불륜도 늘고 있다. 성욕자체가 없어진 것이 아니다.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통해 성욕을 해소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애정표현을 건강하게 발산하는 것을 보고 자랄 때 성을 건강하게 느낀다. 어른들은 성욕을 드러내고 즐길 줄 모른다. 어른들은 젊은이들의 길거리에서 애정행위를 ‘못 봐 주겠다’고 하고, 젊은 층은 그렇게 숨길 것이면 ‘왜 같이 살아’라고 반문 한다”고.>

성욕자체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통해 성욕을 해소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는 말에 오래 눈과 마음이 머물면서 왜 그렇게 허전하고 뭔가 뻥 뚫린 것 같던지. 우리 부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요?”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에 변호사인 미란다는 일이 많아 늘 바빠. 남편과 섹스를 하면서 미란다는 대충 끝내라고 하지. 화가 난 남편은 우리가 이전에 언제 사랑을 했는지 기억하냐고, 6개월 전이라고. 미란다는 일을 가지고 있는 여자에게 그 정도는 당연한 거라고 하면서 친구들에게 물어. 일주일에 몇 번씩 하느냐고? 결국 아내와 섹스를 하지 못한 미란다의 남편은 다른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그 일로 인해 별거를 하게 되지. 남편이 믿음과 신뢰를 깨뜨렸기 때문이라고. 물론 화해를 하면서 영화는 끝이 나지만 남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어. 신뢰를 깨트린 것은 자신이지만 아내도 깨트린 것이 있다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 함께 하겠다던 그 약속. 내가 아내와 함께 하고 싶은 시간을 거절한 것도 약속을 깬 것이라고.”

“우리 부부도 영화 속 부부와 비슷해요. 내가 쌍둥이 키우면서 너무 지쳐서 남편이 옆에 오는 것도 펄쩍 뛰곤 했거든요. 몇 년을 그렇게 하다 보니... ”

“얼마나 됐어? 안 한 지가?”

“글쎄요.... 기억도 안 나요. 쌍둥이 태어나고 난 뒤에 몇 번이나 했나?”

“뭐? 쌍둥이가 벌써 학교 들어갔는데?”

“그러니 하는 말이죠. 우린 크게 싸운 적도, 그렇다고 사이가 많이 나쁜 것도 아닌데.... 친밀감이 없다고 할까? 그저 옆에 누워도.... 남편도 그런 모양이에요. 언제부턴가 보채지도 않으니.” 


몇 가지만 더 이야기 해보자.  

겨울 방학 때 모처럼 친구들을 만나 레스토랑에 갔을 때의 일이다.

옆 자리에 앉은 두 사람. 처음에는 부부인 줄 알았다.

‘참 다정한 부부구나. 이렇게 평일 점심시간에도 같이 점심을 먹고 있으니. 아마 남편 직장이 이 부근인가 보다. 아님 오늘 특별한 날인가.’

뭐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얼마 후 여자의 휴대폰이 울렸다.

“엄마 지금 친구 만나고 있는 중이야. 점심은 화장대 위에 올려 둔 돈으로 너 먹고 싶은 거 시켜 먹어.”

친구 만나고 있다고? 애 아빠가 아니고?

조금 있다가 또 여자의 휴대폰이 울렸다.

“왜 학원에 안 가겠다는 거야? 뭐? 모르는 문제가 있다고? 엄마가 그걸 지금 어떻게 이야기를 해 줘. 엄마 지금 친구 만나고 있다고 했잖아. 그래도 학원에는 가야 할 거 아냐. 그럼 아빠한테 전화해봐. 아빠는 사무실에 있을 테니 인터넷 검색 해 볼 수도 있을 거야. 그리고 혹시 못하면 그냥 가. 엄마 너 학원 갈 시간까지 집에 못 가니까. 자꾸 전화하지 말고.”

남의 사생활을 너무 들여다 본 것 같아 내 얼굴이 다 화끈했지만 정작 그 여자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하지도 주변을 위식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의 시간을 방해 받아 화가 났다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남자도 분명 친구일 수 있지만 왜 자꾸만 친구 이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한 친구가 말했다.

“아이 전화에 저렇게 화를 낼 거 까지 있나? 초등동창인 줄은 모르겠는데 친구도 좋지만 그만 아이 한테 가지, 얼른 집에 가지....”

그러자 다른 한 친구가 이렇게 대꾸했다.

"촌스럽기는....."

 

며칠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모처럼 이른 저녁을 먹고 혼자 집근처 산에 오르고자 마음 먹고 집을 나섰다. 산 입구 공원에 들어섰는데 두 사람이 허리를 감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의 옷차림이 등산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더욱이 여자의 하이힐은 너무 높아, 보는 내가 아슬아슬할 정도였다. 좁은 길이고 두 사람을 앞질러 가기도 그렇고 해서 뒤를 따라 가는 꼴이 되었는데 남자의 휴대폰이 울렸다.

“응, 숙제는 다 했어? 학원은? 오늘은 학원 안 가는 날이야? 그래. 아빠는 늦지. 지금 손님 만나서 저녁 먹고 있는 중이야. 엄마한테 아빠 손님 만나 늦는다고 전해 줘.”

그 때 내 휴대폰이 울렸다. 남편이었다.

“나야. 어디야? 산? 혼자서? 같이 가잘 때는 안 간다고 하더니 무슨 바람이 분 거야? 나 지금 손님 만나 저녁 먹고 있어. 오늘 좀 늦을 거야.”

손님 만나 저녁 먹고 있다고? 앞에 걸어가고 있는 저 남자도 지금 손님 만나 저녁 먹고 있다고 아이에게 말하던데? 나도 몰래 갑자기 휙휙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봤다. 마치 남편이 어디에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물론 이것이 극히 일부분이며 혹여 진실은 내가 듣고 느낀 것과는 너무나 다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위기의 부부’라는 것이 이 사회의 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옆에 있는 내 남편 내 아내와 사랑하며 살았으면 한다. 우린 서로가 서로를 선택한 사람들이지 않은가. 

누군가는 말한다. 학교에서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에 대해 배우지 못하고 부부가 되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도 배우지 못한 채 어떤 사람을 원하는 지 조차 제대로 모른 채 '위험한 선택'을 했기 때문이라고. 결혼했으니, 부부니까 무조건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은 억지 논리라고.

하지만 기억해보자. 우린 분명 그를, 그녀를 사랑했다. 그 사랑마저 부정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결혼이 사랑의 끝은 절대 아닐진대.... 분명 계속 사랑할 수 있는데.... 그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