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7>사랑, 결혼하면 끝일까?
실제 상황 5 - 부부가 사랑하면 중증 장애인?
“부산에 사는 너희 오촌 아제가 모처럼 연락이 왔더라.”
친정어머니는 오랜만에 들른 딸에게 하실 말씀이 많은 모양이었다.
“대뜸 뭐래는 줄 아니? 저번에 이야기 하던 배씨는 잘 계신가 묻는 거야.”
“배씨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내 질문에는 대답도 안하시고 당신 이야기를 계속하시는 어머니.
“내가 그 말을 받아 이렇게 말해줬다. 배씨하고 끝난 지가 오래다. 그랬더니 그 사람 하는 말이 어허, 형수 그래도 아직 안 죽었네 하는 거야.”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지 알 수 없어 듣기만 하는데
“죽기는 왜 죽어 하면서 그 배씨 말고도 오씨 박씨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고 했더니 껄껄껄 웃더구나. 그러면서 요즘 애인 없으면 중증장애인이라는데 형수는 멀쩡하시구만요, 하는 거야. 예나 지금이나 우스게 소리 실실하는 건 여전하더라.”
아, 그 이야기셨구나. 칠순을 바라보는 어머니도 아시는구나. 요즘 애인 없으면 중증 장애인이라는 말을. 한숨이 저절로 나왔지만 주름지신 얼굴이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이야기를 전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한숨을 삼켜야했다.
당신은 ‘내가 나이가 들었어도 요즘 젊은 사람들 이야기는 다 안다’는 말씀을, 그것을 자랑하고 싶으셨을 게다. 그리고 오랜만에 통화한 친척분과의 대화에서 재치 있게 받아 넘겼다는 것도. 칠순의 노모가 사십 중반의 딸을 앞에 활짝 웃으시며 그 이야기를 하시는데 왜 이렇게 씁쓸한 것일까?
얼마 전 부부 모임에 갔을 때가 생각났다. 다들 술이 어느 정도 취하고 분위기가 고조되었을 때 남편 친구 한 사람이 우리를 보고 말했다.
“너거 동사무소 가봐라.”
무슨 말인가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는데 모두들 박수를 쳐가며 웃는 게 아닌가.
“아마 너희 부부는 직장 안 다녀도 될 거다. 부부가 서로 사랑하면 중중장애인정 받아 보조금 받을 수 있거든. 보통 한 집 당 삼십 만원인데 너희는 중중 중에도 아주 중증이라 둘이 합치면 한... 백이 십 만원은 받을 수 있지 싶다.”
부부가 서로 사랑하면 중증장애인란다. 칠순 노모조차 알고 있는 서글픈 유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