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살아보고 싶다며 집 떠난 스물 한 살의 청춘
여름방학을 하고 지난 토요일에 집에 왔던 예슬이는 3일을 집에서 지내고 다시 집을 떠났습니다. 예슬이의 이번 여름 계획은 ‘마음대로 살아보고 싶다’라고 합니다.
학교 기숙사가 아닌 월세 아파트를 빌려 놓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통보를 하더군요.^^
그동안 공부만 하고 살았는데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다 해보고 싶다고.
방학동안 집으로 돌아간 선배의 아파트를 두달 빌려 쓰기로 했다네요. 물론 아파트 월세도 자신의 힘으로 해결을 하겠다고.
“제 마음대로 한 번 살아보고 싶어요. 아무 것도 묻지 말고 그냥 그렇게 알고 보내주세요.”
저희는 그렇게 알고 보내주었고 아이는 저녁도 먹지 않고 서두르듯 떠났습니다.
수리를 맡기기 위해 가져 왔던 노트북에 크기와 무게가 만만찮은 재봉틀까지 가져가려니 짐이 마치 이삿짐 같았지만 아이의 몸은 마치 바닥에서 몇 센티미터 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답니다.
아이는 무엇이 그렇게 하고 싶은 걸까요?
저는 그 나이 때 어땠었던 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니 아이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겠는 거 있죠?
지금쯤 자취생활 만 하루를 보내고 있을 스물 한 살의 청춘, 예슬이. 지금 기분이 어떨까요?
아이가 떠나고 난 뒤 제가 해 준 것은 우체국 산지 직송으로 토마토 1박스를 보낸 준 것과 이불 빨래 한 것과 함께 미니 믹서를 택배로 보낸 준 것이 전부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먹는 것은 잘 챙겨 먹어. 딴 건 걱정 안 해.”
“그 걱정도 안하셔도 되요. 저만큼 먹는 거 챙기고 몸 챙기는 애도 드물어요. 이번 학기 술 한 잔 입에 대지 않았는 걸요. 그래도 학기 중에는 늘 바쁘니 인스턴트도 많이 먹고 했는데 방학 때는 집에 있을 때처럼 먹거리에 신경 써야지요.”
자기 관리 하나는 정말 믿을만한 아이거든요. 운동도 하루도 빼지 않고 열심히 해요. 학교에 다닐 때는 학교 헬스장에서, 주말에 집에 오더라도 꼭 1시간 이상 걷는, 조금은 지독한 면이 있는 있을 정도랍니다. 마음대로 살겠다는 이번 방학동안에도 학교 헬스장을 이용한다면서 등록을 하더군요. 에구, 숨쉬기 운동만 하는 엄마하고는 비교가 안됩니다요.ㅠㅠ
“너 일 구해서 돈 벌면 어머니 좀 줘야해.”
“방 값 내야지요. 살아야 하고.”
“그것도 하고 늙은 어머니 봉양도 해야지. 네 힘으로 돈을 벌게 되는데 많든 적든.”
“아이구, 아직은 그렇게까지 봉양 안 받으셔도 될 것 같은데....”
“아니야, 받고 싶어. 그러니까 꼭 줘.”
아이는 대답 대신 빙그레 웃기만 하더군요.
그동안 마음대로 못 산 것도 아닌 것 같고, 특히 대학가서는 계속 집을 떠나 기숙사에서 살았는데.... 그리고 집에서 지내면서도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제 생각이지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 않나 봐요. 마음대로 살아보고 싶다니 그렇게 한 번 살아봐야지 않겠어요? 걱정은 안 되고 은근 부러운 건 왜 일까요?ㅋㅋㅋ
앞으로 두 달이라는 시간이 예슬이에게 어떻게 다가오고 지나가고 남을 것인가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입니다. 제가 이런데 예슬이는 더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