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제가 드디어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착한재벌샘정 2009. 1. 13. 21:50

어제 드디어 정빈이로부터 바이올린을 배웠답니다. 지금 제게 가장 아쉬운 것은 강의 일정이 꽉 차 있어 정빈이와 같이 할 시간이 적은 것입니다. 그래서 열일을 제쳐두고 바이올린 배우기를 청했지요. 외출했다 돌아 와 옷을 갈아입는 저를 보고 예슬이가 한 마디 하더군요.

“갈아입어도 외출복이에요.”

그 말에 저희 모두 폭소를 터트렸지요.

제가 집에서도 옷을 챙겨(?)입고 있는 사람이라 세탁소 아주머니도 현관문을 열어드리면 이렇게 말씀하시곤 한답니다.

“어머, 어디 나가시려던 길인가 봐요?”

아니라고 하면 또 한 마디 하시죠. 지금 막 퇴근하신 모양이라고. ㅋㅋㅋ 그냥 집에서 그러고 있는 건데...

제 생각은 그래요. 가족들에게 가장 예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불편하지 않느냐 물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전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회색 니트에 제가 엄청 좋아하는 호피무늬 스카프까지 두르고 드디어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짜잔~~~

뭐든 기록으로 남겨한다는 약간의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저는 바이올린을 잡는 법을 배우자마자 일단 기념사진부터 한 장 찍고!!!

어때요? 폼이 좀 나나요?

정빈이 말에 의하면 제가 연주 실력은 어떨지 모르지만 바이올린을 들고 이리저리 동작을 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아주 ‘우아’하다고. 칭찬을 할 줄 아는 선생님이더구만요.

 

 

 

그런데 이런 장벽에 부딪힐 줄이야. 손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손이 너무 크다는 것과 손톱이 길다는 것. 그리고 또 한 가지.

제가 줄을 잡는 것을 몇 번 보던 정빈이가 그림으로 그려서 무엇인 지 문제인가를 찾아내더군요. 정빈이가 그린 자신과 저의 손가락 모양입니다.

 

위의 것이 정빈, 밑의 것의 저의 손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위의 그림에 표시를 해 둔 지점으로 줄을 눌러야 하는데 자기 손은 손가락 끝이 동그스름하여 줄을 누르기가 아주 적합한데 저는 손톱이 긴 것도 문제이지만 손가락 끝이 홀쪽한 것이 가장 큰 ‘구조적인 문제’라고 하더군요. 저도 정빈이가 그림으로 그려 설명을 하기까지 제 손끝이 그렇게 생겼는 지 몰랐답니다. 정빈이와 비교해 보니 진짜 차이가 나는 것이 유난히 뾰족하더군요.

그러면서 자신은 신체구조까지 바이올린을 위해 태어난 것 같다면서 어찌나 어깨에 힘을 주던지요. 참나 원~~~

자세를 위해 거울을 보여주기도 하고, 동영상 촬영을 해서 보여주는 열성을 보여주기도 하고 손가락의 구조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를 그림까지 그려가며 고민하기도 하고. 팔의 자세를 자신의 말처럼 하지 않는 저를 보면서 ‘도를 닦아야 할 것 같아요.’라며 힘들어 하기도 하였답니다.

 

 다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 조심조심하고 있는 지라 메일 답글 기다리는 분들을 수십명이나 기다리게 하는, 죄송스러운 상황에 있으면서도 바이올린 배운 첫 날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어 짧게나마 새로운 저의 배움의 시작에 관하여 올립니다.

너무 열심히 하다가 결국 왼손 가운데 손가락 손톱이 부러지는 사고(?)가 나기도 했답니다.

아, 갈등이에요. 손톱을 잘라야 하는 건지....

그래도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은 늘 신기하고 즐겁습니다.   

정빈이의 다음 수업도 엄청 기대된답니다. 진해와 광주로 출장을 다녀 온 다음이라야 하니 주말이나 다음 주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만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일이, 그를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가를 처음 알았다는 정빈이는 수업 준비를 할 시간이 생겨 다행이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