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초등졸업반 정빈이의 겨울방학 계획

착한재벌샘정 2009. 1. 1. 23:37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 정빈이의 겨울 방학 계획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 강의를 갔다가 들은 이야기입니다. 모 고등학교 선생님이 중학교에 들어갈 아이의 선행학습을 위해 자기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에게 중학교 들어갈 즈음에 어떤 학원에 다녔는지를 물어 유명하다는 학원에 전화를 걸어 수학 7-가 반에 등록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자기 학원에는 수학 7-가는 개설하지 않는다고, 그건 이미 다 뗀 아이들이 대부분이라 겨울방학에는 수학 7-나반만 개설되어 있다고 하더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중학교 과정이 아닌 고등학교 과정인 수학 10-가, 나를 하고 있는, 아니 이미 한 번 다 하고 복습하고 있는 아이들도 많다면서 너무 한심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해서 당황스러웠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의 선행학습이 어디까지여야 하는 가에 대해 의견이 많습니다만 저희들의 계획은 이렇습니다.

정빈이 방에 있는 2개의 책장입니다. 

            

 

옆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을 감시(?)하고 있는 정빈이가 정빈이 방이라고 하지 말고 ‘빈이 방’이라고 해달라고 거의 협박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씁니다, 저는.

그리고 제 작업실에 있는 책장 2개입니다. 방이 워낙 좁아서 책장이 다 나올 수 있는 거리가 안나옵니다. 두 방 모두.ㅋㅋ

 

 

정빈이 친구들이 '너거 집은 도서관 같다'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진주 동생네로, 도서관으로, 아름다운 가게로 끊임없이 책을 보내지만 만만찮은 양인 것은 사실입니다. 저희 집에는 이것 말고도 제 작업실에 책장이 3개 더 있고 안방에 2 개, 거실에 1 개, 예슬이 방에 큰 책장이 2개가 더 있거든요. 예슬이가 방학하여 내려오는 바람에 정빈이가 그 방에서 물러나(?) 다시 작은 방으로 가야했답니다. 작은 아이의 설움이지요. ㅜㅜㅜ

정빈이 방에는 우리말 책이 더 많고 제 작업실에는 영어책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이번 겨울 방학에는 이 네개의 책장에 있는 책을 전부 읽는 것이 첫 번째 계획입니다. 우리말 책은 이미 한 번 이상 읽은 것이지만 중학교 들어가기 전에 다시 한 번 읽게 하려고요. 영어 책은 예슬이가 읽던 것으로 70%정도가 처음 읽게 되는 책입니다. 그리고 집에 있는 책 외에 방학동안 읽을 책으로 선택한 것은 <교과서 원리캠프 시리즈>와 <손에 잡히는 과학교과서 시리즈>입니다.

2학기 기말고사를 준비할 때 문제집 대신 교과서 캠프 시리즈 중 ‘정치’, ‘문화’, ‘경제’를 읽게 했는데 그동안 사회에 가지고 있던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었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해서 시리즈 중 다른 책들을 방학동안에 읽을 책으로 선택 했습니다.  과학을 좋아하는 정빈이에게는 조금 쉬운 듯도 하지만 초등학교 과정을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읽게 할 계획입니다. 교과서 캠프 시리즈는 수학, 미술 등 다른 과목도 있기도 하고 중학교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적지 않게 가지고 있는 정빈이에게 심리적인 부담감을 덜어줄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중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대해 궁금해하면서도 걱정을 하고 있거든요. 교복을 입는다는 것도 그렇고요. 주변에서 중학교 대비반이다, 배치고사 특강반이다 열심인 것도 그렇다네요.

 

어쨌든(^^) 우리말 책읽기와 영어책 읽기가 방학 계획 중 가장 우선이면서 큰 것입니다. 어제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1등을, 영어 말하기에서는 처음으로 상을 타 본 정빈이는 한층 말하기에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 같고 이번 방학을 지나고 나면 그 어떤 영어책도 술술 읽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는 목표도 세워두고 있는 중입니다. 영어말하기 원고를 공개하고자 하니까 어쩐 일인 지 이번에는 싫다고 하네요.^^ 정빈이가 자신에 관한 글을 쓴다고 하면 언제부터인가 제 옆에서 지켜보게 되었어요. 자신의 일이 공개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때문일 거라 생각하는데, 글을 쓰기 전에 어떤 내용으로 글을 쓸 것이라고 이야기 하면 어떤 것을 써라, 쓰지마라 나름 이야기를 한답니다. 그리고는 옆에 붙어서 이렇게 표현하라 저렇게 하라 요구사항도 많고요.ㅎㅎㅎ 이렇게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하는 것에 있어 신경을 쓰고 있기에 저는 쓰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일들이 종종 있답니다. 아이들의 의견을 가장 우선해야 하기에 간혹 아쉽다 싶은 것들이 있어요.

말하기 대회 원고의 제목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었고 돈과 가족이 중요하지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기에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는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하는 수학 심화반 수업이 일주일에 두 번 있습니다. 수학은 정빈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입니다. 과학보다 더 좋아하는 것으로 3년째 학교 방과후 수업으로 수학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또 바이올린을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답니다.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도 하게 되었어요. 저에게 1회 레슨에 3,000원씩 받고 바이올린 강습을 하기로 한 것입니다. 일주일 용돈이 3,000원인 정빈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아주 들떠 있답니다.

“일주일에 두 번만 하면 레슨비로 육천원, 거기에 용돈까지 합하면 일주일에.... 우와~~~ 구천 원. 한 번 더하면 만이천원. 그 돈이면 오노(오락실 노래방)가서 노래를 몇 곡이나 부를 수 있는 거야? 밍크도 사고 교보가서 만화책도 사야지.”

하면서 말입니다. 제가 그동안 그렇게 열망하던 첼로를 포기하고 바이올린을 배우기로 했거든요. 도저히 시간을 내서 배우러 갈 수 없는 상황인데 정빈이는 바이올린을 계속 하고 싶어 하고 해서 생각한 것입니다. 그동안 정빈이는 바이올린을 혼자서 연습을 해왔거든요. 혼자서 연습을 하면서 누군가를 가르쳐보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도 좋겠다 싶고, 한창 용돈이 많이 들어가는 시기인지라 스스로의 힘으로 돈을 벌어보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요. 집안일도 좋겠지만 아직까지 저는 집안일은 가족의 일원이니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리고 그것보다는 자신이 가진 특별한 능력으로 그런 기회를 가지게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결정한 것입니다. 남편과 저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기는 했지만 그 때는 무보수였었는데 이제는 경제적인 가치가 부여된 일을 하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또 하나 정빈이의 계획에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건 순전히 제가 제안한 계획인데 수학 올림피아드나 과학 올림피아드 문제들을 경험해 보는 것입니다. 특수목적고를 가기 위해서도 아니고 그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것도 아니랍니다. 정빈이의 꿈은 만화가에요. 창의적인 부분을 아주 많이 필요로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보는 과정이 정빈이의 꿈으로 다가가는데 도움이 될까해서지요. 이건 단순히 경험을 해보자는 정도랍니다.^^

정빈이가 영어를 열심히 하는 이유도 만화가가 되기 위해서, 외국 여행도 많이 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워야 하는데 ‘으흠, 으흠’하여 어깨만 들썩이고 다닐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책도 번역본이 아닌 원서로 작가가 쓴 그대로 읽어볼 수 있기 위해서고요. 지금은 30쪽쯤 되는 책을 읽고 있는 중입니다. 한 살 더 먹으면서 자신의 꿈으로 다가가기 위한 걸음을 조금 빠르게 하고 있는 정빈이입니다.

정빈이의 새해 계획, 그 중 처음 두 달간의 계획이 잘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