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 아이들 간식과 초간단 굴국밥
중간고사를 치느라 3주 만에 집에 온 예슬이와 가족이 함께 토요일에 현풍 5일장에 갔었습니다.
가운데 있는 두 사람이 남편과 예슬이인데 예슬이가 아빠보다 키가 크답니다.^^
5일장은 저희 집 최고의 간식인 고구마를 사는 곳이거든요. 저희 가족은 물고구마를 좋아하는데 요즘은 물고구마를 구하는 것이 쉽지가 않아요. 그래도 남편의 발품 끝에 늘 맛있는 물고구마를 사곤하지요. 한 박스씩 사 온 물고구마는 이렇게 못쓰는 냄비에 돌을 넣은 뒤 고구마를 구워내는 '아빠표 군고구마'가 되기도 하고
찐 고구마가 되기도 해요.
늘 저보다 물건 고르는 안목이 뛰어난 남편의 선택으로 토종밤을 사왔는데, 그 맛이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랍니다.
크기는 조금 작아도 어찌나 알차고 맛이 있는지요. 밤을 삶을 때는 소금을 약간 넣으면 맛도 좋고 껍질이 잘 까진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 가을에 빼 놓을 수 없는 저희 집 간식은 시골 감나무에서 따온 단감입니다.
상점에서 파는 감에 비해 모양도 색깔도 조금 떨어지지만 약을 전혀 치지 않는 진짜 웰빙 간식이랍니다. 저희 아이들이 감을 나무 좋아해 원래 있던 감나무로는 부족해서, 또 홍시는 오래 보관하기도 힘들고 해서 단감나무를 더 심었는데 감도 약을 치지 않으면 이렇게 된답니다. 약을 전혀 치지 않으면 가게에서 파는 흠집 하나 없는 먹음직스러운 감이 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저희 집 감이 보기에는 이래도 맛은 정말 일품이랍니다. 느긋한 일요일 오후 거실에 배를 깔고 엎드려 패션 잡지를 보면서 남편이 깎아주는 감을 받아먹는 기분이란. 남편은 워낙 자상한 사람이라 한 입에 쏙 들어가도록 잘라서 준답니다. 아이들과 저는... 남편 표현을 빌면 제비새끼 셋이 먹이 물고 온 어미를 향해 입을 벌리는 것 같다네요.
아이들의 간식으로 슈퍼에서 과자를 사 본 적이 없는 저희 집이랍니다. 남편과 제가 먹거리에는 많이 까다롭거든요. 특히 남편이 저보다 훨씬 신경을 쓴답니다. 그래서 그런 지 두 아이 모두 이제까지 가장 기본적인 예방 주사 외에는 맞히지 않고 있지만 아주 건강하답니다. 수두 예방 접종도 하지 않았고 독감도 예방 주사를 한 번도 맞힌 적이 없어요. 제철 음식을 잘 먹이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이지요. 보약 대신에 과일을 먹이자는 것도 저희 부부가 의견 일치를 본 것이고요. 저희 집에는 비타민 보충제 하나 없거든요. 음식으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에서.... 음식을 잘 먹고 어느 정도 아픈 것은 병원이나 약의 도움 없이 이겨내도록 그냥 두자는 것도 일치. 아이들은 몇 년 째 감기 한 번 하지 않고 튼튼하게 잘 커주고 있답니다. 작년 1년 동안 병원비가 17,000원 정도였어요. 정빈이는 지병이 있어 예슬이처럼 키워도 되는지에 대해 조금 갈등이 있긴 했지만 지병인 심장병 말고는 크게 힘들게 하지 않고 잘 자라 주었고 이제는 허벅지가 예슬이를 능가할 정도로 튼튼하고 건강해져서 동네 분들도 정빈이를 몰라보실 정도랍니다.
“이 애가 아프다던 그 애 맞아요?”
라고 물어 오시는 분들도 계실 정도랍니다. 정빈이에게 뭘 제일 잘하느냐 물으면 잘 먹고 잘 잔다고 대답을 한답니다. 지금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 일요일이라고 목욕 깨끗하게 하고 벌써 잠자리에 들었거든요.
선생님이 2학기에 새로 오셔서 기초 조사를 하는데 좋아하는 음식에 밥, 된장, 고기라고 적고 싫어하는 음식에 피자와 치킨이라고 적었더니 바뀐 거 아니냐고 묻는 친구들이 많더라네요.
예슬이는 가끔 불만을 표시하기도 해요. 집에 물 말고 마실 거라곤 없다고. 어쩌다 물 아닌 것을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면서요. 음료수나 우유, 주스 등을 사는 일이 거의 없거든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식혜를 많이 했었는데 요즘은 제가 좀 게을러져서 물만 끓여 둡니다. 시댁에서 직접 농사지은 메밀과 보리를 볶아다 놓았거든요. 차를 좋아하는 남편이 녹차, 보이차, 메밀차, 칡차 등등 아주 열심히 맛있는 차를 먹여주기도 하고요.
아이들 간식, 아이들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고구마와 밤, 감만으로도 저희 아이들은 그저 없어서 못 먹는답니다. 엄마도 편하고 돈도 별로 안 들고 몸에도 좋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맞죠?
예슬이는 오늘 아침만 먹고 가버려 남편이 많이 섭섭한 모양이에요. 서운해 하면서도 가면서도 먹고 기숙사 가서도 먹으라고 밤 삶은 것과 고구마 찐 것에 밤 먹을 작은 숟가락까지 챙겨서 보냈답니다. 기차역으로 데려다 주면서도 잘 먹으라는 당부만 몇 번을 하던지요.
아이들 간식 이야기 나온 김에 먹는 거 한 가지 더요. 일요일 하루 종일 집에서 세 끼 먹을라치면 귀찮을 때 있으시죠? 시켜 먹을까, 하는 유혹이 생기는 순간을 위한 일요일 저녁 메뉴, 한 가지.
초 간단 초 스피드 굴국밥.
이제 서서히 굴이 나오기 시작하는 계절인지라 오늘 저희 집 저녁은 굴국밥이었답니다.
준비물 : 굴 250g, 불린 미역 100g, 콩나물 70g, 김 조금, 다진 마늘 1큰술, 참기름 조금, 까나리 액젓 조금, 찬밥
방법
① 멸치로 육수를 준비합
니다. 귀찮을 때는 생
략^^
②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굴
과 미역, 다진 마늘을 넣고
볶습니다.
③ 굴이 익었다 싶으면 육수
(또는 냉수)를 붓고 끓입니
다.
④ 한소끔 끓으면 콩나물을 넣
고 한 번 더 끓입니다.
(저는 콩나물 생략할 때
많습니다만 남편이 좋아
해서 오늘은 특별히(?)넣
어주었습니다.)
⑤ 다시 한소끔 끓으면 찬밥을 넣고 까나리 액젓으로 간을 한 뒤 밥이 적당히 퍼질 때까지 끓입니다.
⑥ 김을 구워 고명으로 얹으면 완성.(저는 이것도 생략할 때가 많은데 역시 남편의 요청으로. 남편이
아주 미식가인데다가 요리를 잘 하다 보니 요구 사항이 많답니다. 보통 때는 대답은 네에~~~ 하고
서는 귀가 두 개인 이유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라는 말을 적용 제 맘대로 해버리지만 오
늘은 남편의 요구사항을 다 들어 주었더니 아주 만족을 하면서 맛있게 잘 했다는 칭찬을 두 번이나
하지 뭡니까. 이 때다 싶어 코맹맹이 소리로 몇 쩜? 했더니 100점이라네요.ㅎㅎㅎ)
이 굴국밥은 다른 반찬이 거의 필요 없는 것으로
요리하기 귀찮을 때(육수, 콩나물 생략하면 라면 끓이는 시간으로 할 수 있을 듯)
찬밥이 쌓인다 싶을 때
술 마시고 온 남편을 위해 해장 음식을 해주고 싶을 때, 꽤 요긴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