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아이들

과학시간에 소설책을 읽어요.

착한재벌샘정 2008. 10. 22. 13:10

이번 주부터 아이들은 과학시간에 소설책을 읽고 있습니다.

 

2004년 이 학교로 온 후 계속하고 있는 수행평가인데 작년까지는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책을 구해 읽었지만 올해부터는 학교 예산으로 40권을 구입해서 학생들의 개인적인 부담을 없애주었습니다.

과학실 책장이에요. 1번부터 40번까지 번호가 적혀 있어 각 반의 학생들이 자신의 출석번호와 같은 책을 읽습니다. 

 

 

 

 

  

이 수업은 6시간 프로젝트 수업으로 계획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주어진 3개의 과제를 하는 것이지요. 이 수업을 하게 된 동기와 목적을 설명하는 글이 있는 책과 과제를 하기 위해 읽을 책, 두 권을 한 조로 준비를 해 두었습니다. 십대, 이 책은 제가 학교에 40권 선물을 하였습니다.

 

 책이 290쪽이나 되고 해야할 과제가 3개이다 보니 솔직히 아이들에게는 바쁘고 할 게 무척 많은 수업이랍니다.^^

 

2학기 사람의 생식에 관한 수업 도입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요.

교과서의 한 부분입니다.

 

이런 것을 왜 배워야 하는 지, 학습 목표를 자신의 삶과 연관시켜 교과 수업에 관한 관심과 동기를 부여하고 성에 관한 가치관을 적립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계획된 것입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과제를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한꺼번에 이룰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 동안의 결과를 돌아보아도 기대 이상의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답니다.

이 바쁜 시간에 수업 시간에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하실 지 모르지만, 또한 전문계고등학교니 가능하다 하실지도.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 또한 오랜 시간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보았지만 그곳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그것을 해야한다는, 하고 싶다는 목표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가장 필요했고 그리고 가장 빠른 길이었음을 경험했답니다. 며칠 전 교장선생님들 연수 원고에 이런 글을 썼었습니다. 

<아이들의 공부를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혀야 한다고 하면 많은 엄마들이 이렇게 대답한다.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어요? 나중에요, 나중에. 일단 대학은 들어가 놓고 책을 읽던 지 뭘 하던 지 해야지.”

대학에 들어가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데 그건 대학을 들어 간 후에 하겠단다.>

아이들 스스로가 왜 배워야 하는 가를 알려주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이 수업에 관해 편지를 썼습니다. 비가 촉촉이 오는 아침에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 동안 참 행복했었어요.


사랑하는 경북여정 공주님들에게


고마워 예쁜 아가씨들.

50분 동안 열심히 책을 읽어주는 너희들을 보면서 선생님이 참 고마워. 50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기에 집중해서 책을 읽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열심히해주는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지 않을 수가 없어. 50분 전부를 책읽기에 열중하지는 못하지만 나름 애써주는 사람들 또한 고마워. 그 노력이 선생님을 기쁘게 해준다는 거 알고 있니?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은 이 처럼 고마운 선생님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 그리고 또 하나 너희들에게 하고 싶은 작은 부탁이 있기 때문이야.^^

독서가 취미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 하지만 선생님은 이렇게 말하고 싶어. 책을 읽는 것은 그저 숨을 쉬듯이 우리 삶의 일부분이어야 한다고 말이야. 너무 큰 부담을 주는 걸까? 선생님은 살아오면서 책 읽기를 통해 인생이 너무나 많이 달라진 사람이기에, 그것을 직접 경험해 본 사람이기에 너희들에게 간곡히 부탁을 하는 거야. 수행평가를 위해 읽는 책이지만 이 시간들을 통해 책 읽는 것을 너희들의 삶의 일부분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으면 해.

물론 이미 책 읽는 것이 삶의 일부분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아. 그 사람들에게는 <멋지구나!>라는 찬사를 보낼게. 50분 동안 <이름 없는 너에게>를 계속해서 책 읽은 것이 어려운 사람들은 잠이 오기 시작할 즈음에 <십대, 지금 이 순간도 삶이다>를 읽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 책은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어 긴 시간 몰입해서 읽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거든. 수행평가라는 부담도 없고 하니 잠시 휴식의 의미로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매 시간 두 권의 책을 모두 내 놓는 거야.

선생님이 이 수업을 계획한 이유는 두 가지야. 이미 책을 통해 과제를 낸 이유는 말 했으니 잘 알 테고 다른 하나는 책을 읽는 습관을 들여 보자는 것이야. 재미있는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책도 읽는, 그 책을 읽는 동안 덮어 버리고 싶은 유혹도 이겨내고 50분 동안 책읽기에 몰입해 볼 수 있는 경험을 해보기를 바라는 거야. 책을 읽는 자세도 참 중요해. 편안한 자세로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른 자세로 앉아 정독을 하는 습관도 이 기회를 통해 가져 보기를 바란단다. 엎드려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들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 자기하고의 싸움이라면 너무 거창한 걸까? 

선생님은 우리 경북여정의 아가씨들이 멋지다는 거 알아. 그래서 조금 더 멋진 사람들이 되었으면 하는 욕심을 내보는 거지. 기대는 아무에게나 하는 것이 아니거든. 그 사람 안에 그것을 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일 때만 기대를 하게 되지. 선생님은 경북여정의 예쁜 아가씨들에게서 그 가능성을 보고 느끼고 그리고 믿음을 가지고 있어. 책을 읽음으로서 지금보다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어. 수행평가를 위해 읽는 이 한권의 책이 출발점이 되어 우리 경북여정 모든 아가씨들의 삶에 책이 늘 가까이 있기를, 그리고 더 나아가 다양한 책읽기를 통해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그것을 통해 멋진 미래를 꿈꾸고 꼭 이루며 살기를 바란다.

꿈은 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꿈을 위해 걸어가는 구체적인 노력의 시간들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이 가을 책 읽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어 과학 선생님을 많이 행복하게 해주는 너희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마음을 전한다. 늘 건강하기를....

2008년 10월 22일 과학 선생님이 쓴다. 

 

50분 동안 책을 읽는 것이 힘든 아이들도 있답니다. 독서 능력이 개인차가 크니 당연히 그럴 수 밖에요. 그래서 잘 하는 아이들에게는 칭찬을, 그리고 30분을 넘기면서 눈이 스스르 감기는 아이들을 위한 격려와 부탁의 편지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