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행복을 주는 비결
2003년 1월 나왔던 <작은 친절>이 <나에게 행복을 주는 비결>이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표지가 너무 예쁘죠? 예슬이로 부터 가장 큰 칭찬을 받았던 책입니다. 남편도 이런 책을 쓰는 마누라라면 자랑스럽다고 했었어요.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도 많이 아끼는 책인데 출판사에서도 제 마음과 비슷했던가 봐요.
어제 배달되어 온 책을 손에 쥐는 순간 처음 나왔을 때보다 가슴이 더 벅차서 혼자 한동안 책을 들고 앉아 있었어요.
새 제목, 새 표지와 함께 새로 쓴 머리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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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에 혼자 사는 아이가 있다. 세상에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있어 그 아이에게 김장김치를 보내주었단다. 그런데 그 김치를 나도 먹게 되었다. 출근해서 자리에 막 앉으려는데 김치 냄새가 폴폴 풍기는 비닐봉지를 내미는 아이. ‘혼자 먹기는 많던데요. 선생님 드시라고요.’하며 웃는 그 아이의 얼굴에서 나는 이 세상 가장 큰 행복을 보았다.
혼자 사는 살림이라 제대로 된 비닐봉지도 없었던 모양인 지 몇 번을 써서 구겨지고 윗부분이 조금은 찢어진, 그래서 제대로 묶여지지도 않은 채 내 앞에 내밀어진 비닐봉지를 보면서 나는 감동에 겨워 선뜻 손을 내밀어 그것을 받을 수가 없었다. 열여덟 여고생이 김치 냄새 풍기는 비닐봉지를 들고 버스 타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그 아이의 마음이 너무 곱고 예뻐서 고맙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게 내 목은 잠겨버렸다. 조금은 쑥스러운 듯 미소 짓는 그 얼굴에 넘치던 행복. 그 아이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비결을. 자신이 받은 따뜻한 마음을 나눔으로서 더 많이 행복할 수 있다는 삶의 비밀을 우리 예쁜 공주님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아이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자신이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줄 수 있다는 것이. 그래서 감사했다. 그 아이에게 김치를 보내 준 알지 못하는 분들의 마음과 수고에. 그 분들의 마음이 그 아이에게로 가서 더 큰 마음이 되어 내게로 전해졌다는 것을 알기에.
아이가 선물로 준 김치를 들고 세상을 다 안은 듯 퇴근 해 집으로 오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가 떡을 두고 갔단다. 사과 도넛을 튀겨 보냈던 것이 무척 맛있었다며 떡을 좋아하는 우리 집 작은 아이를 위한 마음을 담아 보낸 것이었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려 전화를 했더니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았다기에 마침 김밥 만 것이 있어 나눠 먹자니 금방 올라오겠단다. 비록 김밥 몇 줄이지만 우리 아이를 친동생처럼 예뻐해 주고 같이 놀아도 주는 그 집 아들과 마음씨 좋은 친구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있어 행복했다.
나보다 몇 살이나 아래건만 언제 봐도 내가 배우고 닮고 싶은 사람이라 그 사람을 보면 박하향이 생각난다. 입 안 가득 화~하게 퍼지는 박하향이. 약사인 그녀는 쉬는 날이라 무료급식소에서 밥하고 설거지를 하고 돌아 와 깜빡 졸고 있었단다. 일을 하고 난 뒤의 달콤한 노곤함이라나.
“감사할 뿐이죠. 비록 큰일은 아니지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게 주어졌다는 것이. 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어 못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그러니 고마울 수밖에요.”
우리 반 아이의 김치 선물 이야기에 ‘어쩜 마음이 그리도 예쁠까?’하며 눈가가 촉촉이 젖는 그녀를 보며 세상에는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음에, 이 아름다운 이웃들과 같이 살아가고 있음에 행복했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비결을. 행복의 비결을 알고 있어 더 아름다운 그녀와의 수다로 즐거우면서도 나의 눈은 자꾸만 휴대전화 쪽으로 갔다. 내 답장을 기다리고 있을 아이 생각에.
요즘 나를 무척 행복하게 해주고 있는 요술램프 지니. 멘토 활동으로 만난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아이에게 ‘요술램프 지니’라는 이름을 선물했다. 아이의 이름이 지니와 비슷하기도 하지만 알라딘에 나오는 요술램프 속의 거인 지니처럼 다른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이름이다. 아이는 이름처럼 나에게 행복을 주고 있다. 마치 요술을 부리듯. 8개월간의 만남을 통해 보여준 아이의 변화는 내게 나날이 감동을 선사했고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누군가를 위한다는 것이 결국은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비결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해준 요술램프 지니. 기말고사가 끝났는데 생각보다 못 쳐서 속상한 마음,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생겼는데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 등등이 담겨 있는 문자들. 빨리 답장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요술램프 지니군, 네가 있어 샘은 행복해.’
나는 행복해 지는 비결을 알았다. 내가 가진 것을 조금씩 나누는 것. 내 아이를 위해 만든 도넛을 이웃 집 아이들과 함께 나누어 먹을 때 내 안에 넘치는 것이 무엇인가를. 그것이 ‘행복’이다.
이 책은 ‘나에게 행복을 주는 비결’을 조금 일찍 알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을 위해 만났던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굳이 남을 돕겠다, 뭐 이런 마음은 아니었어요. 그냥 …. 그런데 그러고 나니 내가 좋더라고요.”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들의 귀에 살짝 이야기해주고 싶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비결은 ‘나눔’이라고, 작은 나눔. 거창하고 어려운 것도 아니고 멀리 있어 닿기 힘든 것도 아니라고.
작은 도움을 주고난 뒤 내 입가에 빙그레 번지던 그 미소를, 도움을 받을 때가 아닌, 주고서 내가 기쁜 행복의 비결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이 책으로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행복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