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쟁이 보리(정빈이가 쓴 독후감)
<뿌웅 보리방귀>라는 책을 읽고 쓴 독후감입니다.
제목 : 요술쟁이 보리
나는 보리밥을 싫어했는데, 쌀밥은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에 먹는다고 해서 조금 부끄러웠다.
보리밥을 먹고 나서 물놀이를 해보진 않았지만 거품이 터지면 정말로 구린내가 날까 궁금하기도 하고 또 정말 해보고도 싶었다. 진짜로 해보면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나는 보리 미숫가루랑 보리 개떡 또 보리고추장을 한번도 먹어 본적이 없어서 옛날이 이렇게 좋은 줄은 꿈에도 몰랐고 보리 집 인형과 여치 집을 딱 한번만이라도 정말 만들어 보았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나는 보리만 가을에 심는 줄 알았는데 벼도 베고 콩도 털고 고구마를 캐니 정말 놀라웠다.
나도 한번 보리를 밟아보고 싶다. 공도 한번 차보고 싶었다. 야단을 안치니까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보리를 매어 보지는 못했지만 그런데 “손이 시려 워.”라는 말을 듣고 지금이었더라면 얼마나 추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는 냉이, 꽃다지, 씀바귀, 민들레, 광대나물, 개불알풀, 이런 봄나물을 반찬하면 맛있다고 해서 군침이 돌았다. 나물 반찬을 먹으면 힘이 솟을 것 같았다
시골에서 보리밭에서 새를 보지는 못했지만 소리를 들어보니까, 정말 아름다웠다.
보리밭에 벌레가 많아서 소름이 돋았다. 특히 왕거미, 파리매, 각다귀, 무당벌레 애벌레, 노린재가 특히 싫다.
보리피리가 재미있게 보여서 나중에 아버지께 만들어 달라고 할 것이다.
보릿고개에서 우리 집 쌀이 떨어졌을 때 칡뿌리도 한번 캐어서 먹고 소나무 껍질도 재미있게 벗겨먹고 풀을 잘 뜯어다가 나물죽을 쑤어 먹어 보았으면 좋겠다.
보리가 아주 잘 되어서 구워 먹어 보았으면 좋겠다. 또 깜부기를 먹어서 입이 한번 검~ 했으면 좋겠다.
보리타작할 때에 모내기하는 것, 마늘 캐는 것, 양파 뽑는 것, 콩밭 매는 것. 까지 다 보고 싶다. 우리가 보통에 아침에 바쁜 것과는 조금 다른 성질인 것 같다. 왜냐하면 아침에는 어머니께서 바쁘시면서 나를 챙겨 주는 것이고 논에서 하는 것은 농사일과 야채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준이 좀 많이 다른 것 같다.
까끄라기 때 목욕하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우리아버지께서 농부였다면 아마도 우리 아버지께서 무지 재미있게 목욕을 할 것 이다. 우리아버지는 재치 있는 분이기 때문이다.
햇보리를 밥을 해서 먹으면 맛있어서 먹고 싶다. 요새 내가 감기 때문에 입맛이 뚝 떨어 졌는데 다시 솟아오를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빼빼한데 너무 많이 먹어 살이 찔 것 갔다. 그러면 우리 어머니께서는 내가 살이 쪄서 좋아 할 것 같다.
나는 여러 방귀 중에서 소리 없는 방귀인데 큰일 났다. 다른 친구들이 도망을 갈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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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빈이가 전국초등학생 독후감 대회에 응모를 한다는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가 17일에 있었는데 정빈이의 글은 상을 타지 못했습니다.
정빈이는 많이 실망을 했었습니다.
제가 정빈이에게 대회에 나가보라고 권할 때는 이렇게 상을 타지 못할 것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상이라는 것이 언제나 응모를 하기만 하면 타게 되는 것은 아니고, 그것을 경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결과보다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경험과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그랬기에 정빈이가 글을 쓰는 동안 단 한번도 보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원고를 보낼 때도 보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쓴 글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는 저를 다스리기 위해서이기도 했습니다.
혹시라도 아이의 글을 보면 이렇게 고치는 것은 어떨까? 등등의 말로 욕심을 낼 것 같아서요. 제 자신을 믿을 수가 없었다고 하면 솔직하겠지요.
아이의 글을 다듬고 고쳐주고 싶은 마음.
물론 글쓰기 지도라는 명목으로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평소 재미삼아 쓰는 글이라면 그럴 필요가 있을지 모르지만 응모하는 글이니 만큼 그러지 말아야지 싶었습니다.
그래서 글을 읽지 않은 채 먼저 보내고 난 다음 처음으로 정빈이의 독후감을 읽어 보았습니다.
'정빈이만이 쓸 수 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군요.
그래서 무척 기특하고 기뻤습니다.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눈치채셨죠? 오타!
읽으시면서 그러신 분 계실겁니다. 전국대회에 나간다는 글에 오타가 있다니?
아직 일기를 쓰다가도 받침이 어떤 거냐고 물을 때도 있는 아이이니 당연한 일이라면 너무 간 큰 엄마인가요?
상을 못 탄 서운한 마음에 당분간을 글을 쓰지 않겠다는 폭탄(?) 선언을 한 정빈이입니다. 하지만 이미 쓰기 시작한 장편(?)소설이 있어 곧 다시 글 쓰기를 계속할 거라 믿습니다.
정빈이가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글쓰기를 할 수 있도록 많은 마음의 격려 보내세요.
정빈이의 보리에 관한 글을 올리면서 쌀에 관한 같이 생각해보아야 할 좋은 글이 있는 칼럼이 있어 소개합니다. 아래 주소의 칼럼으로 가셔서 <쌀은 민족의 영혼>이라는 카테고리의 글들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