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끔 오더라도 여기를 잊으시면 안되는 거 아시죠?
여러분 정말 오랜만이죠? 무더위에 모두들 건강하신지요?
그동안 블로그를 찾지 못해 저 또한 마음이 많이 아팠답니다. 제가 이곳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 그리고 이곳을 찾아주시는 여러분들께 얼마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지 아실런지요.
저는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건강이 좋지 않아 많이 힘들었습니다. 지금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닌지라 조심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동안의 일을 간단히 전하겠습니다.
7월 18일 방학을 하면서 공통과학 실험 연수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20일부터 몸에 이상이 생겨 연수를 정말 살살 다닐 수 밖에 없었어요. 침을 수 백대 맞아도 보고 피부과 병원도 몇 군데나 찾아가 보고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치료를 했지만 크게 호전이 되지를 않아 지금도 조심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몇몇 강의에도 가야했습니다. 그 중 교육부 주관의 학교 폭력예방 정책연구학교 워크숍이라는 것이 대구에서 있었고 제가 사례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건강이 여의치를 않았지만 교사로서 참으로 욕심이 나는 것이라 온몸에 발진이 있는 상태에서 참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보이는 곳에는 그리 심하지 않아 남들 눈에는 그리 흉하지는 않았답니다.
전국 97개 연구 학교 관계자들이 참여한 워크숍이었는데 그 강의 후 많은 곳에서 강의 부탁이 들어 와 조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교육청 강의를 끝내고 수고했다고, 수고는 많았는데 강의료가 너무 적어 미안하다는 장학사에게
"네, 진짜 적던데요."
했더니 너무 놀라시데요. 아마 모범 답안은 이랬지 않을까 싶어요.
"강의료가 문제겠습니까. 이런 기회를 주신 것만도 감사하죠."
뭐 이런....
근데 저는 너무 솔직하게 너무 적더라고, 다음부터는 좀 많이 달라고, 이렇게 주면 다음 부터는 안할거라고 까지 했으니.... 제가 그 때를 이야기하면 다들 혀를 끌끌 찹니다. 어찌 그러냐고.ㅎㅎ
오늘 가야산 연수원을 비롯해, 수요일 서울, 금요일 대구, 다음 금요일에는 마산, 그 다음 금요일에는 부산, 그 다음 주 목요일에는 대전교육청으로 출장을 가야합니다. 일과를 마치거나 수업을 앞 당겨 하고 가야하기 때문에 쉽지가 않습니다. 건강을 이유로 모두 거절을 해야하나에 대해 많은 고민도 해 보았습니다. 저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그래도 저 자신이라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물론 저의 건강이 제일인 것을 기본으로 하여 교사로서의 삶, 작가로서, 그리고 또 다른 저의 꿈들. 그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제게 제일 중요한 것은 교사인 저였습니다. 결국 제게 제일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래서 학생을 중심에 두고 나니 많은 것을 접을 수 있게 되더군요. 책 원고, 방송 출연, 공부 등등
그렇게 접어야 하는 것들이 저만의 일이 아니라 출판사 등 많은 일과 많은 사람들과 얽혀 있는 일들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잠시 접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강의를 와 달라는 전화가 오면 수업에 방해가 안되는 날을 골라 일정을 잡고 멀고 가깝고를 떠나 달려가고 있는 중입니다. 제 건강을 걱정하는 남편이 기사 노릇을 해주기도 합니다. 학교 일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는 하지만 먼 길 간다면 어떻게서든 데려다 주려 애를 쓰는 남편이 너무나 고마울 따름입니다. 심지어는 저녁 7시 10분부터 강의를 해주었으면 하는 학교도 있고 도저히 안되면 놀토에라도 와 주었음하는 학교도 있어 제가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오늘 강의를 하고 돌아 오는 길에 남편이 그러더군요.
“네가 그런다고 과연 선생님들의 생각이 바뀔까? 그리고 야 임마 차 기름값도 안 나와.”
그래서 제가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제가 이러지 않아도 잘하고 계시는 분들이 더 많아요. 그리고 제가 이러는 건 저와 같이 목이 마른 사람들이 있을 거란 생각에서죠. 잘 하고는 싶은데 그 방법을 몰라 마음이 너무 너무 답답한 사람들요. 그런 사람들에게는 작지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제가 처음에 마음만 앞서고 제대로 되지는 않아 얼마나 많이 힘들어 했었어요? 제가 그런 것을 구구절절 느껴봤기에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기에 이러고 다니는 거예요. 얼마나 될 지는 저도 모르지요. 요리책이 왜 있겠어요? 아무것도 없이 뭔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막막함. 하지만 누군가 먼저 해보고 시행착오도 해보고 노하우도 알아낸 것들이 담겨져 있는 요리책이 얼마나 든든하고 힘이 되는데요. 그 요리책을 본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그대로 따라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 책이 없는 것과는 많이 다르잖아요. 이렇게 하라는 방향만이라도 제시해줘도, 아니 이렇게 해보았더니 실패를 하더라는 것만 있어도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을 때가 있다니까요. 저는 그런 시행착오 시간을 많이 거쳤잖아요. 그래서 저처럼 뭔가는 해야 할 것 같은데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고 답답한 사람들에게 조금 도움이 될거라 믿기에 이렇게 먼 길 마다않고 가는 거예요. 친구를 때려 불려 온 아이의 목덜미를 철퍼덕철퍼덕 때려가며 친구 때리면 되겠냐는... 그 아이는 그 선생님께 무엇을 배울까요?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폭력도 괜찮다는... 그런 방법은 이제는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늘 이야기하지만 변해야 한다면 우리가 바로, 나 부터가 변해야 한다는 거. 그저 그런 경험을 이야기 하는 거예요. 그리고 솔직히 기름값은 나와요. 10만원 넘게 기름이 드남요? 사정 아는 사람은 다 그래요. 그 시간에 원고를 쓰면 그 몇 배는 번다고. 모르는 거 아니고 그거 욕심 안나는 것도 아니에요. 당신 알다시피 나 돈 좋아하잖아요. 하지만 좋아하는 것만을 위해 살 수는 없잖아요. 해야 하는 일이 먼저 일 때가 많아요.”
그리고 남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습니다.
"당신 참 좋은 사람이에요. 너무 고마워요. 당신 아니었음 이렇게 먼길 나 혼자 오갔으면 참 힘들었을텐데. 4시간 수업 다 하고 애들 종례까지 해주고 늦게 가는 강의라 당신과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좋았어요. 고마워요. 나 사랑해서 그런 거 맞죠?"
"늦게 가는 거라 데려다 줄 수 있지만 일찍 가야하는 건 혼자 가야하니 걱정이야. 쉬어야 되는데."
"대전과 부산은 기차타고 가면 돼요. 그런데 진짜 꼭 가고 싶은 곳이 있어요."
"어디?"
"제천요. 제천산업고 교장선생님의 모습이 터억하니 가슴에 남아 있어서.... 오라는 연락은 아직없지만 우리 학교 사정이 허락하는 날, 시험 칠때 같은 날, 꼭 가고 싶어요."
"거긴 차 가지고 가야해."
"그러니까 날짜 잘 맞춰보고요. 그 선생님께 배운 게 많아요. 그날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래서 제가 조금이라도 해드리고 싶어요."
그렇게 밤 9시가 다 되어 집에 도착하기 까지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왔답니다. 자기 일도 바쁠텐데 늘 아내의 일에 이렇게 도움을 주는 남편, 너무 고마울 따름이에요.
아참, 저희 학교 과학실이 교육청 지원을 받아 현대화공사를 했답니다. 정말 쾌적하고 멋진 과학실이 되었어요. 너무 바빠 아직 사진도 한 장 못 찍었네요. 아, 아깝다. 자랑을 마음껏 못해서 정말 안타깝네요. 지원금 타내느라 힘들었던 것은 고스란히 날아가버리고 무지 행복하답니다. 마음같아서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지만 그래도 정말 고마울 따름이에요.
아마 앞으로도 완전히 가을이 오기 전까지는 블로그를 자주 찾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제가 건강이 예전처럼 회복이되는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고 강의 일정도 빡빡하고 새 과학실에서의 수업도 저를 바쁘게 하테니까요. 제가 가끔 오더라도 여기를 잊으시면 안되는 거 아시죠?
여러분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