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여름방학을 위한 비용 483,700원
고3 예슬이가 아주 짧은 여름방학중입니다. 19일부터 보충수업을 한다니 놀토, 일요일, 제헌절까지 다 포함시켜서 5일간의 방학입니다. 토요일부터 오늘까지 저는 예슬이와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아주 행복했습니다. 친구도 많고 친구들과 함께 해야 할 것도 많은지라 예슬이의 짧은 여름방학은 정말 초를 쪼개어야 할 지경이랍니다. 실컷 놀기도 모자라는 이 짧은 방학에 숙제는 또 왜 그렇게 많은지 거의 과목마다 숙제가 가득가득하네요. 오늘은 오전에는 독서실 가서 숙제하고 제 퇴근 시간에 맞춰 집으로 와서는 둘이서 대신동 시장으로 쇼핑을 갔습니다. 책가방도 하나 사고 시원한 신발(일명 조리)도 샀답니다. 내일 제헌절에는 어제, 그제와는 달리 하루를 몽땅 가족이랑 보내겠다는군요. 남편과 저는 입이 귀에 걸려 뭘 할까 행복한 고민 중이랍니다.
고3이 되어 보낸 한 학기 동안 예슬이는 정말 최선을 다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모의고사 성적이 말해주었고요.
2002년 5월 20일 조선일보 한 면 전체에 저희 가족 기사가 났었던 적이 있었어요. ‘기다리는 부모....’ 출간으로 인한 인터뷰 기사였는데.... 그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예슬이의 수학 점수 55점이 공개가 되었었지요. 기자가 점수까지 공개한 것에 부모로서 무척 속이 상하고 맘이 상했었는데 예슬이는 도리어 저를 위로(?)했었습니다. 사실인데 뭘 그리 맘 상해하느냐고 그러지 말라고 자기는 괜찮다고.
그랬던 예슬이가 지금은.... 반에서 1,2등(과목별로 또는 전체 합산 등수로)을 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수고했어. 그동안 정말 최선을 다 해준 네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 고마워. 아후우~~~ 진짜 너무 기특하다 우리 딸.”
방학 한 첫 날 식탁에 마주 앉은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더니 예슬이가 이러는 겁니다.
“맞아요. 기특하죠? 저도 그래요.”
“여름방학 잘 보내야 하는데... 학교 안가는 며칠 정말 신나게 놀고 계획 잘 세워서....”
“걱정하지 마세요. 잘 할 자신 있어요.”
예슬이네 학교에서 월등한 성적으로 전교 1등을 하는 아이가 아는 언니 딸이에요. 예슬이와 2개월 차이로 태어난 그 아이는 집안끼리도 잘 알다보니 알게 모르게 비교가 많이 된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할머니들이 어찌나 비교를 하시는지....
“예슬이는 도대체 왜 맨날 놀리기만 하는 거야. 지수는 벌써 글자도 읽을 줄 안다는데.... 요즘은 영어도 시작했다더라. 학교 애들한테는 그리 관심이 많더구만 어찌하여 지 자식 교육에는 이리 무심한 지... 내가 답답해서 정말....”
그 아이는 정말 늘 1등을 하는 아이였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 그 아이가 예슬이 학교로 잔학을 오자 주변에서는 적지 않게 예슬이에게 이렇게 묻곤 했던 모양입니다.
“너 진짜 스트레스 받겠다. 그 애 어릴 때부터 집안 끼리 아는 애라면서? 얼마나 많이 비교하겠니?”
그런 말에 예슬이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그 아이와 저를 절대적으로 비교하면 안 되죠. 저와는 살아온 과정이 다른 걸요. 그 아이가 공부에 몰두하고 있을 때 저는 그 못지않은 다른 것들을 하면서 왔거든요. 그것이 비록 성적이라는 것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저는 절대 그 아이보다 제가 못하다는 생각은 안 해요. 그래서 별로 스트레스 받지도 않아요. 어른들은 자꾸만 비교를 하시는데.... 글쎄요. 그것까지는 제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저는 저대로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그 아이는 그 아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하며 살아가는 거고 저는 저대로의 삶이 있어요. 오로지 성적 하나만으로 우리를 비교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가 예슬이를 기특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런 점입니다. 예슬이는 자신을 믿고 자신의 삶에 대한 스스로의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예슬이의 성적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이렇게 잘 하는 아이 진즉에 엄마가 다 잡아 시켰으면 얼마나 좋아. 그러면 서울대도 문제없을 텐데. 남들 다 한다는 고3에 이렇게 성적이 쑥쑥 오른다는 건 정말 대단한 거잖아요. 안 내려가면 다행이라는 고3에.”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슬이는 그동안 자신이 선택했고 그래서 좋기도 했고 때론 실패도 했던, 공부가 아닌 다른 많은 것들을 거쳐 왔고 맨 마지막에 공부라는 것을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하거든요. 얼마나 지독하게 공부하는지 몰라요. 잠이 온다고 자신을 몸을 꼬집어서 낸 상처는 도저히 셀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제가 하는 일은 상처에 약을 발라주면서
“정말 꼬집지 않고는 못 베길 때는 보이는 팔 다리 말고... 으음~~ 차라리 배를 꼬집어라, 배를. 이러다가 이 쭉쭉 몸매 대학가서 미니스커트도 못 입게 생겼어. 특히 머리는 안돼, 알았지? 머리는 세균 감염되거나 하면 정말 큰일 나. 두피가 얼마나 두꺼운데 여길 꼬집어서 이렇게 상처를 내냐? 나중에 상처가 심했던 곳은 머리카락도 안 나요. 그런 일은 없어야 될 거 아냐. 그리고 너무 잠이 오면 그냥 자. 어머니가 잠들고 나면 너 어머니 몰래 일어나서 공부하지? 사람이 잠은 자야 한다니까. 그리고 수업시간에도.... 긴 말하면 잔소리가 될 테니까 하여튼 배를 꼬집어 알았지?”
이런 부탁이 전부입니다.
대학 입학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학이 시작이라 생각하고 어떤 대학을 가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자신이 간 곳에서 어떻게 공부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예슬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꼭 이루면서 살아갈 것이라 믿습니다. 이런 예슬이의 여름방학 계획과 그에 따른 비용들입니다. 고3을 둔 엄마들 요즘 가장 큰 이야기 거리가 일명 ‘방학 특강’입니다. 이곳이 지방이다 보니 서울 선생님들에게 고액 과외 받기에 관심들이 아주 많더군요. 4번, 8번에 일이백은 보통이라고들 하기도 하고. 그것도 과목당 해야 하고 논술 또한 여름방학에 집중적으로 시간과 노력, 돈을 함께 투자해야 한다고.
그런 와중에 예슬이의 여름방학 계획은 아주 간단합니다.
19일부터 하는 학교 보충수업, 그 비용으로 128,100원과 교재 값, 50,000원.
모의고사에 틀린 문제 집중 공략을 위한 일주일에 한 번 2시간씩 수학 과외 200,000원.
영자신문 한 달 구독료 16,000원
논술을 위해 읽으려고 산 책값 89,600원, 해서 총 합계 483,700원입니다.
방학 특강 고액 과외 이야기를 전했더니 예슬이는 스스로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합니다. 1월에 처음으로 엄마에게 학원 실어나르기를 경험케하더니 이번 방학에는 그런 수고 할 필요가 없다네요. 그 때의 사탐학원 수업이 도움이 많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혼자 할 수 있다면서요.
솔직히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예슬이의 방학 비용도 계산해보니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네요.
기본적으로 학교 보충수업에 제일 충실을 기하고, EBS 강의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합니다. 영어 듣기에서 이상하게 하나씩 놓친다며 그를 위해서는 새벽에 요가 할 때 AFN 시청하는 것을, 시사와 영어, 그리고 글쓰기를 함께 해결하는 방법으로 영자 신문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영어 소설 읽기도. 영어와 논술 둘 다에 도움이 되겠다면서. 또한 논술을 위해서 잘 쓰여 진 신문 사설을 원고지에 옮겨 적는 작업도 해보기로 했습니다. 잘 쓰여 진 글을 많이 읽는 것도 필요하고 원고지 쓰기도 오류 없이 해야 하는 것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원고지에 옮겨 적기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원고지 쓰기를 암기하는 것 보다는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잘 된 글을 옮겨 적다보면 저절로 체득이 될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책도 읽을 계획이고요.
하루의 생활 계획은 이렇습니다.
5시 30분에 일어나서 영어방송 들으면서 요가하기.
오후 8시 20분까지 보충수업 및 자율학습 하기 - 보충수업이 끝나는 3시 이후 자습시간에 계획한 일들을 하루 계획으로 세분화시켜서 스스로 체크하면서 하기.
9시부터 신천 걷기 운동을 하고 와서 잠자기.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너무 많이 하는 게 아닌 가 싶기도 하고 그 시간에 잠을 좀 더 잤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하루종일 책과 씨름하니 스트레스도 풀겸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제일 중요한 건 예슬이 스스로가 세운 계획이고 충분히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하기에 그려려니 하려고요.
EBS 방송은 PMP에 다운받아서 자신이 듣고 싶은 시간에 듣는데 아주 유용하다고 하네요. 예슬이 말에 의하면 텔레비전 좋아하는 아이들은 PMP 사주는 거 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드라마다운 받아 와서 야자시간에 그거 보는 아이들도 꽤 있다면서. 최신형은 DMB 기능까지 있어 다운 받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교실에 앉아 텔레비전을 볼 수도 있다는군요. 예슬이는 그런 기능 있으면 괜히 유혹만 생긴다면서 제일 기능이 간단하고 가격도 저렴한 것으로 사달라고 해 대형할인점의 행사용품으로 나온 것을 구입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다운받아 공부하기에는 아무 지장이 없답니다. EBS 방송을 아주 잘 활용하고 있는 예슬이에게 PMP는 많은 도움이 되어 주고 있다고 합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한 예슬이는 아주 많이 예뻐졌답니다.
어제 오늘 셀카를 찍어 제게 보내 준 사진이랍니다. 어때요? 제가 팔불출인 건 맞지만 진짜 이쁘죠?
스스로를 가꾸어가는 삶을 살고 있는 예슬이에게 칭찬과 격려, 부탁드려요.
아, 저희 집의 귀염둥이 정빈이의 이야기가 요즘 뜸했죠?
정빈이의 이번 여름 방학 계획입니다.
“키 크고 몸 유연해지기. 땡!”
173인 언니만큼 커야한다는 약간의 강박증이 있는 정빈이의 이번 방학 계획 중 가장 큰 것은 키 크기기이고 체력 검사에서 유연성을 측정하는 앞으로 굽히기의 결과가 겨우 7cm였다면서 몸의 유연성을 기르는 것이라고 하네요. 그 둘 말고는 더 이상 없다면서 <땡>을 아주 강조하더군요.
키 크기 위해서는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제일이고 유연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요가를 배워 보고 싶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오늘도 9시도 안 되어서 쿨쿨~~~ 정말 잘 자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