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선생님들, 보호관찰받는 아이들의 좋은 멘토가 되어주세요.

착한재벌샘정 2007. 7. 8. 01:05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오늘 대구는 흐리고 무더웠는데 모두들 건강하신지요?

저는 그 동안 많이 바빴습니다. 그 중에서 제게 가장 뜻 깊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7월 4일은 제게 참으로 오래 가슴에 남을 날이 되었습니다.

대구광역시교육청 주관으로 <영남ㆍ제주지역 교사 특별범죄예방위원 연수>가 4일부터 5일까지 팔공산 대구은행연수원에서 있었습니다. 4일은 정말 비가 억수같이 왔었는데 멀리 제주에서부터 부산, 울산 등 경남과 경북, 대구에서 오신 189분의 선생님들과 전국시도 교육청 장학사, 그리고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 보호관찰소 관계자들까지 참석한 아주 큰 행사였습니다.

 

‘특별범죄예방’, ‘보호관찰’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어떤 연수인가 짐작이 가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 연수에서 강의를 하기로 한 후부터 저의 마음은.... 글쎄요.... 뭐라 글로서 표현이 안 되네요.

제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지는 아무도 짐작을 하지 못할 겁니다. 기억하시죠? 저희 아이.... 여러분들은 기억해주셔야 하는 거 아시죠?

강의 준비를 하고 실제 강의를 하고, 그리고 집으로 돌아 와 그날을 선뜻 정리하지 못하고 며칠을 보내면서 제 가슴에 담고 있는 아이의 무게가 얼마나 큰 지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해온 멘토 활동을 이야기 하면서 우리 탁이(제게는 늘 이렇게 우리 탁이입니다.  마치 아이의 이름이 우리 탁이인 것 처럼요.)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잖아요. 강의하기로 한 그날 제가 폰에 다운 받은 음악은 우리 탁이가 참 좋아하던 노래들이었습니다. 아이가 제게 불러 주었던 노래, 아이의 폰 벨소리, 컬러링 등등. 그 동안 애써 외면하던, 그 노래들이 흘러나오면 라디오를 꺼버렸던 저였습니다. 하지만 강의를 하겠다 마음을 먹으면서 그 노래들을 다시 듣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저 스스로 놀랐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많은 것들을 잊어가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며칠을 혼자 놀라고 당황하면서 보냈어요.

아이와의 추억을 담아 놓은 폴더를 셀 수 없이 열어보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저와 만났던 아이들에 관한 것들을 꼼꼼히 담아 둔 파일들이 있거든요. 예슬이와 정빈이 키우면서 육아일기를 썼듯이 아이들과의 시간에 대해 최대한 많은 것들을 남겨 놓으려 애를 썼었습니다. 우리 탁이를 그렇게 보내고 난 뒤 탁이와의 시간을 기록해 놓은 것을 정리해보니 원고지로 1,113장이나 되더군요. 그리고 수 없이 많은 사진들.

이렇게 우리 탁이가 받았던 상장도 정화공주가 제게 보낸 문자도 사진으로 찍어 저장해두었답니다.

 

 

그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아이를 추억하며 보내느라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원고를 보내기로 한 6월 22일. 그날은 매니저정과 만나기로 한 날이기도 하고 우리 탁이 아버지 제삿날이라 우리탁이 어머니와도 만나기로 약속을 한 날이었기에 그날을 보내고 나면 원고를 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우리탁이의 어머니는 아직도 가끔 저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아이의 어머니는 저를 만나면 아이를 마음껏 추억할 수 있다면서 마치 저를 아이를 대하듯 예뻐 해주시며 잘해주지 못해 전전긍긍하실 정도랍니다. 우리탁이는 저에게 어머니와의 인연을 선물로 주고 간 거라 생각이 든답니다. 생각해보면.... 평생을 모르고 살아갈 수도 있는 사람인데.... 아이를 생각하면 한없이 마음이 아프지만 감사한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를 추억하는 두 엄마로서 만나는 시간은 눈물과 웃음이 뒤섞인 시간이랍니다.

꼬박 밤을 새워 쓴 원고를 새벽에 보내고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들 계획을 세웠지만 좀처럼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더군요. 아픔이 새록새록 커지기만 하는 것이.....

 

늘 최선을 다하지만 이 번 강의는 정말 잘 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시려 하시는데.... 그 분들께 정말 아이들이 희망이라는 것을, 그 아이들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야기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고민고민을 하던 끝에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전하고 싶은 것을 짧은 시간에 제대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래서 이 사진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강의 시작할 때의 사진입니다. 사진속의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찢어진(보이지는 않지만) 스키니바지에 흰 부츠를 신고 서 있는 사람이 저입니다. 저의 터질 듯한 허벅지에 허걱!!! 하시는 분들 계실 겁니다.ㅎㅎㅎ스키니바지, 요것이 몸매 요상하게 만들더군요. ㅋㅋㅋ이 순간을 위해 특별히 동네 양품점에서 산 옷을 입고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선생님들 저를 한 번 봐 주십시오. 저의 옷차림을요.”

강당 안은 엄청나게 술렁이더군요.

“어떠신가요? 아마 많은 선생님들 지금 이런 생각하고 계실 겁니다. 강사 꼬라지하고는! 이게 보통 자린가? 이런 자리에서 강의를 하는 사람이라면 샤넬라인의 치마 정장은 아니더라도 재킷 정도는 입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게다가 머리는 또?,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죠? 저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쯧쯧쯧 단정하게 묶기라도 하지, 하고 말입니다. 이런 차림의 강사 어떠신가요? 저에 대한 신뢰? 이 사람의 강의 들을만하겠다는 생각? 별로 안 드시죠? 바로 선생님들이 만나게 될 아이들이 지금 선생님들이 저를 보고 생각하시는 것처럼, 이 자슥 꼬라지하고는, 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아이들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아이들을 그대로 받아주실 수 있어야 한다는 부탁을 꼬옥 드리고 싶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잣대로 다른 사람을 봅니다. 상대방이 나의 잣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사람을 쉽사리 판단하기도 하고요. 이 옷은 제가 선생님들에 대한 예의가 없어서 입은 것이 절대 아닙니다. 오늘 저의 이 차림새는 강의를 위한 일부분이라는 것을,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라는 것을 아신다면 처음 저를 보았을 때와는 달리 이런 차림의 저도 이해가 될 것입니다. 특히 이 부츠, 아마 제일 용서가 안 되지 않을까 하는데요, 저는 비가 오는 날을 아주 싫어합니다. 발이 빗물에 젖는 것을 정말 싫어하거든요. 이 여름에 부츠를 신은 이유는 아침부터 억수같이 내리는 비에 발이 젖는 것이 싫기 때문입니다. 저는 비가 오는 날이면 어느 계절이든 이렇게 어린 날 장화처럼 부츠를 신습니다. 이렇게 상대방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알게 되면 그 사람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선생님들이 손을 잡아주어야 할 많은 아이들을 선생님들이 조금 더 알고 가까워진다면 꼬라지하고는, 이라는 말씀대신 따뜻하게 그들을 안아주실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기에 오늘 이런 자리에 이런 차림으로 여러분 앞에 서게 된 것입니다. 여기 계신 선생님들은 저를 모르시지 않습니까? 단지 지금 제가 보여드리는 이 모습만으로 저를 판단하고 계시겠지만 지금부터 저의 강의를 들으시면서 조금씩 저에 대해 알아가다 보면 저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질 거라 생각합니다. 그것처럼 선생님들이 만나게 될 아이들도 선생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많이 변할 거라는 것을 꼭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날 저의 강의는 그렇게 시작이 되었습니다.

 

제가 꼭 전해드리고 싶었던 것은 아이들의 현재가 아니라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변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져 주셨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장 눈앞에 아이가 보여주는 모습만이 아닌 그 아이의 안에 있는 그 무엇에 대한 믿음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담아 준비한 것이었습니다.

 

멘토 활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부터 소파를 사게 된 이야기에서부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이어졌고, 2005년 11월에 방송되었던 <멘토 희망을 찾는다- 학교 밖의 멘토들>중 저와 정화공주와의 부분만을 편집한 DVD를 약 20분간 보여드렸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되었다는 것으로 인해 많은 부분이 설정된 상황이라 생각하시고 신뢰가 크게 높지는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것을 촬영하는 6개월 동안 저희를 따라다니던 담당 PD와 많이 다투었던 것이 바로 그 부분이었어요. 방송을 위해서는 조금 더 극적인 것이 필요하니 이렇게 이렇게 설정해서 찍어보자는 PD의 주문과 그저 저희들 모습을 그대로만 보여주고자 했던 저희들의 고집으로 인해 갈등이 적지 않았었는데 사람들에게는 방송은 많은 부분이 <설정>된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답니다. 어쩌겠어요. 아쉽지만 일일이 해명을 할 수도 없고.....

 

DVD가 돌아가는 동안 저는 무대 뒤에서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찢어진 바지 대신 깔끔한 검은 색 바지로, 가슴에 커다란 꽃이 그려져 있던 노란색 티셔츠는 베이지색 블라우스로, 그리고 그 위에는 제가 무척 아끼는 매니쉬한 멋이 풍기는, 엉덩이를 덮는 매력적(?)인 길이의 실크 조끼로 바꾸어 입었습니다. 부츠도 하이힐로 갈아 신고 머리는 뒤로 단정하게 묶었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옷을 갈아입은 뒤의 사진은 없네요.

 

그렇게 달라진 모습으로 다시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제가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머리도 단정하게 묶고요. 어떠신가요? 아까 입었던 것과는 많이 달라졌죠? 이렇게 옷만 달라져도 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지 않습니까? 이제 좀 선생 같다, 이제 강의하는 사람의 옷차림 같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왜 제가 강의 도중 이렇게 옷까지 갈아입는 이벤트를 마련을 했을까요? 선생님들 눈에 저의 옷차림이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저의 옷을 억지로 벗기고 선생님들의 마음에 드는 옷으로 갈아입힐 수는 없지만 이렇게 저 스스로 옷을 갈아입도록 만들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누군가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사람이 스스로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도록, 바로 아이들이 스스로 변해보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제가 지금 스스로 옷을 갈아입었듯이 아이들의 변화에 대한 내적 욕구가 생기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선생님들이 하실 수 있고 또 해주셔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도와주십시오. 그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신다면 언젠가는, 물론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지만, 정말 수 없이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는 힘겨운 일일지라도, 아이들은 너무도 달라진 모습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안겨 줄 것입니다. 제가 5년이라는 시간동안 4명의 아이들에게서 보았던 그것은 희망이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계신 선생님들께 부탁을 드립니다. 그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보고 그 아이들을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멘토 활동을 처음 시작하는 선생님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될까 하여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느끼게 된 몇 가지를 ‘경험을 통해 얻은 멘토 활동을 위한 준비’라는 제목으로 소개하였습니다. 꼭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멘토가 아니어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옮겨 왔습니다.

 

  1. 어떤 멘토가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 방법은 내게 어떤 멘토가 있었으면 좋을까, 에서 찾으면 된다. 내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잘 들어 주는 사람, 나를 따뜻하게 이해해주는 사람, 나에게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 사람, 내가 간혹 실패를 하거나 실수해도 너그러이 받아줄 수 있는 사람, 내 말을 듣고 나에게 무엇이 문제인 지를 찾아내 줄 수 있는 사람 등등

 

2. 함께 가야할 목표가 있어야 한다.  

이 아이와 내가 함께 해서 어디까지 도달 할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목표 설정을 꼭 필요하고 매우 중요하다. 만약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지 않을 경우 멘토 활동을 하는 동안 자꾸만 목표가 바뀌거나 축소되게 되고 멘토 스스로도 방향을 잡지 못해 힘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거창하지 않지만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아이에게 그 목표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과정을 꼭 거치도록 한다. 이 과정은 아이와 같이 가는 시간 동안 어디까지 왔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 지를 중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준이 되어 주기도 하고 아이에게 성취감을 주는 것에도 매우 큰 역할을 한다.


3. 아이가 몰입할 수 있도록 하라.

재미가 있어야 몰입이 된다. 어떤 목표가 정해지면 그곳을 향해 가지 위한 방법들이 모색이 된다. 이 때 아이의 관심을 끌 수 있고 그 관심이 지속되어 흥미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단지 오락적이거나 즉흥적인 재미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와 ‘집중’을 포함한 의미이다. 아이가 신나서 몰입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모색이 필요하다.


4. ‘그럴 수도 있지’의 위력에 공감하라.

우리는 왜 화가 날까? 아마도 우리가 알게 모르게 부여해 버린 의미와 우리 나름대로의 해석 때문일 것이다. 조금만 다르게 보면 화가 나지 않을 수도, 아니 충분히 이해할 수 도 있지 않을까?

만약 비 오는 날 길을 가다가 지나가는 자동차 때문에 흙탕물이 튀어 옷을 버렸다고 하자.

‘저런, 이런 날은 조심해서 차를 몰아야 할 거 아냐? 생각이라곤 조금도 없는 싸가지 운전수 같으니라고.’

‘저 차 안에는 숨이 넘어가는 환자가 타고 있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맞아! 얼마나 급하겠어. 그럴 수도 있지 뭐.’

아이가 보여주는 말이나 행동, 상황에 대해

‘나를 골탕 먹이려고 작정을 했군’

대신

‘많이 아픈가 보구나. 나를 향한 분노가 아니라 스스로의 상황을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럴 거야. 그렇다면 그럴 수도 있지.’

아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아이로 인해 느끼게 되는 짜증이나 분노 등이 현격히 줄어든다. 

   

5. 믿음과 희망을 가져야 한다.

아이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멘토 스스로가 먼저 희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희망은 아이에 대한 믿음에서 생겨난다. 아이에게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멘토가 너무 과하거나 잘못된 목표를 세웠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에게 왜 변하지 않느냐고 다그치거나 지레짐작으로 안 되는 가 보다 싶어 포기하고 돌아서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변화될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다른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 스스로 바뀔 수 있도록 분위를 만들어 주고, 생각할 질문들을 제시함으로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고작일 수도 있다. 변하하느냐 변화하지 않느냐는 도움을 주는 멘토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은 아이, 자신의 몫이다.

‘이게 다 너를 위한 것이야.’

‘널 위해 이렇게 애쓰고 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니?’

라는 말을 하기보다는 ‘침묵’을 통한 기다림의 시간을 가질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멘토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내가 이 아이가 절망적이라고,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뭐지?’

‘내가 너무 핑크빛 결과에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아이를 위한다는 목표가 실제로는 나만의 이론이 앞선 것은 아니었을까?’

‘목표를 좀 더 구체적이고 세분화시켜 볼 필요는 없을까?’

‘나와 아이 사이에 충분한 유대 감정이 형성되어 있는 걸까?’

‘아이가 나를 믿고 나를 따라 오고 싶어하는 걸까?’

등등

이런 질문들을 하다보면 아이의 문제보다 멘토에게서 더 많은 문제들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6. 착한 멘토 콤플렉스를 버려라.

멘토 활동을 하는 경우 아이를 ‘도와 준다’는 생각에서 절제 없이 모든 것을 허용하고 하염없이 참아주고 받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것은 제대로 된 도움이라고 할 수 없다. 아이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 멘토 활동의 목적이고 그를 위한 내적 변화 욕구도 아이 스스로가 가져야 하지만 그것을 위한 적절한 개입은 있어야 한다. 아이를 따뜻하게 감싸 안고 위로하고 듣기 좋은 이야기만 해준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차갑고 비판적인 태도로 아이들을 훈계하거나 위축시키는 일은 없어야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개입은 필수적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때론 매우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태도를 요할 때가 있다. 너무 착하기만 멘토는 아이들에게 이용을 당하거나 아이를 의존적으로 만들어 도리어 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아이의 요구를 거절해야 할 때는 분명한 태도를 취해야 하고 이 때 가장 주의할 것은 아이가 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멘토는 아이가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의자가 생기도록 도와주는 것이지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7. 멘토의 삶 속에 따뜻함과 사람을 향한 여유가 있어야 한다.

나의 삶이 너무 힘들고 지쳐있으면 그 누구도 도울 수가 없다. 

(여기서는 제가 작년 정빈이 수술 후 나무 힘들어 매니저정을 찾아가지 못하면서 아이에게 썼던 편지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8. 아이의 장점을 찾아라.

문제를 가지고 있는 아이를 만나다보면 가장 놓치기 쉬운 것이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장점, 즉 삶에서의 건강한 부분이다. 아이에게서 자꾸만 지적해야하고 고쳐야하며 해결해야할 문제들만 찾아낸다면 아이에 대해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희망이 없다고 포기하게 될 지도 모른다. 

아이의 문제를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과 심리적인 자원들을 찾아내어 활용할 수 있는 것은 꼭 필요한 작업이다.


9. 아이에게 나의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는다.

멘토는 아이에게 스스로 상황에 대한 인식을 하고 변화하고자 하는 내적 욕구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하며 좋은 삶의 모델이 되어 주어야 하지만 멘토의 것을 너무 고집하며 주입하려 해서는 안 된다.

멘토는 아이들에게 문화, 좋은 문화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열린, 허용적인 분위기를 제공하여야 한다. 


10. 최후의 방법으로

아이와의 만남에서 수퍼바이저의 도움을 받는 것은 효과적인 멘토 활동을 위해 꼭 필요하다. 그렇게 도움을 받으면 가는데도 도저히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는 나 아닌 다른 멘토에게 아이를 연결시켜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본질적으로 희망이 없는 아이는 없다. 단지 내가 그 아이를 제대로 도와주지 못할 뿐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겸허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멘토의 도움으로 아이가 좋은 변화를 나타내면 그 보다 좋은 것은 없지만 꼭 나로 인해 아이가 좋아져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벗어나면 도리어 아이를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40장의 ppt자료 중 마지막은 이것이었습니다.


멘토 활동이 나에게 너무 선물 -- 이해와 용서

누군가 해야 한다면 내가 하자.


그리고 저의 강의도 끝이 났습니다.

밤 10시가 되어서야 끝이 난 그날의 일정을 뒤로 하고 연수원을 출발하려는데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면서 아이들이 생각나더군요. 고마움의 눈물이었습니다. 너무도 예쁘게 자라준 아이들. 비록 이 세상에 없지만 저를 계속해서 멘토 활동을 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우리 탁이, 3월에 입대하여 열심히 근무하고 있는 요술램프지니, 매니저정 그리고 정화공주. 그 아이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더군요. 그리고 저절로 ‘난 참 복도 많은 사람이야. 아이들을 하나같이 얼마나 잘 만났는지.... 진짜 복도 많지’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그래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지금 당장 통화가 가능할 것 같은 매니저정에게요. 고맙다는 말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런데 안 받는 겁니다. 예전 같으면

‘이 자슥이 10시가 넘었는데 뭘 하고 있는 거야?’

이랬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랍니다.

‘벌써 자나? 아침형 인간이 되겠다고 생일 선물로 자기 계발서를 사달라고 하더니.... 일찍 자나보네.’

하는 생각을 하면서 문자라도 보낼까 하던 생각을 접었지요. 괜히 잘 자는 아이 깨워서는 안 될 것 같아서요.

그 다음 날 7시쯤에 문자가 날아왔어요.

- 선생님 무슨 일이세요? 어제 잔다고 못 받았어요. ㅜㅜ

- 무슨 일은? 보고 싶어서 전화했지.

- 일찍 자라고 했으면서 9시 넘어서 보고 싶다고 전화를!!ㅎㅎ 저 일 나간다고 요즘 일찍 자요.

-어제는 그 시간에 밖에 있었어.  집에 가는 길에 보고 갈까 해서 ㅋㅋ

-전 피곤해서 자고 있었어요 ㅎㅎ 우방 수영장에서 알바요.

-수영장? 늘씬한 아가씨 많이 보겠네. 좋겠다 ㅋㅋ

- 아가씨 no 아줌마 ok ㅜㅜ 일이 너무 힘듭니다

-갑자기 네가 만들어 준 볶음밥이 먹고 싶네 ㅎㅎ(강의 중에 매니저 정의 볶음밥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매니저정이 제가 자기 집에 갈 때마다 만들어줬던 볶음밥이거든요.)

 -도시락 해드릴까요?? ㅎㅎ 근데 통이 이쁜게 ㅜㅜ

-도시락? 응 해줘

-근데 일 때문에ㅜㅜ 언제 쉬면 그 때 싸서 학교로 들고 갈게요

-도시락! 너무 감동이다. 넌 정말 마음이 따뜻하고 멋진 애야. 맘만으로도 너무 고마워

 저희들의 문자는 이렇게 이어졌답니다.

-선생님 수업 없으세요?

(시험감독하느라 문자 못보고 감독갔다와서 답글ㅋㅋ) 

-수업 이제 끝났어. 답글 금방 안 가면 수업 들어간 거야. 알지?

-저도 일 때문에 문자 늦을 거예요

그날 문자는 오전 수업이 끝날 때 까지 이어졌답니다.(이 문자들은 매니저정의 허락없이 공개하는 것이라 미안한 마음이지만 이해해줄거라고 믿어요) 

도시락을 싸 오겠다는 아이의 마음 너무 따뜻하고 예쁘지 않으세요? 이렇게 이쁜 아이들이랍니다.

그날 오셨던 189명의 선생님들께 매니저정의 문자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멘티가 될 아이들 안에 있는 이 따뜻한 마음을, 희망을 꼭 세상으로 이끌어내 주십사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189명의 아이들이 선생님의 손을 잡게 되겠지요. 그 아이들의 손을 놓지 말아주십시요. 

 

그날 행사 주관하느라 고생하신 김갑상 장학사님을 비롯한 대구교육청의 많은 분들 수고하셨습니다. 신인철교육부학교폭력대책팀장님과 오기열연구사님도 서울서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고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예쁜 꽃다발까지 선물로 주신 황진숙연구사님도 너무 감사해요.

20년 넘게 교사생활을 하면서도 교육청과 이렇게 큰(?)인연을 맺기는 처음이네요.

그리고 바쁜 와중에도 DVD자료 만들어 준 대구방송국의 김실화PD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너무 바빠 문자도 전화도 안 되니 이렇게라도 고마움을 전할게요. 

참, 장학사님 제가 강의를 위해 옷까지 사느라 돈도 많이(?) 썼는데 강의료 듬뿍 주셔야 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