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장어구이
그들의 말, 100% 이해한다. 나의 유난히 큰 얼굴에 비해 너무나 작은 아이의 얼굴. 딸이라는 내 말 뒤에 늘 따라오는 말, ‘아빠를 닮았나 봐요.’
“며칠 아프고 났더니 피부가 너무 거칠어진 것 같아 마스크 팩이 좋다기에 그걸 해보고는 또 한 번의 진실을 확인했다니까요. 내 얼굴이 얼마나 큰 지 팩이 뺨 중간까지 밖에 안 오는 거예요. 더 문제는 얼굴이 아래위 양 사방으로 전부 크니 눈과 입 부분, 구멍 나 있는 부분이 안 맞아 옆으로 그것도 엄청 찢어야 하는 거 있죠? 다음에 할 때는 두 개를 한꺼번에 해야겠어요.”
평소 나의 큰 얼굴을 구박(?)해대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나 때문에 늘 김새하는 선배는 너무나 진지하게 인정하는 내 말에 배를 잡고 넘어가며 마스크 팩이 나 같은 ‘얼큰이’들을 위해 크기별로 여러 가지 나와야겠단다. 글쎄, 그러면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제일 작은 것으로 사지는 않을까?
먹는 식성에서 조차 작은 얼굴만큼 남편을 쏙 빼닮은 아이. 주말여행을 갔다 오는 길에 ‘장어구이’가 먹고 싶다고 아예 누워버렸다. 하지만 같이 간 친구는 어른인 자기도 못 먹는 장어를 아이가 먹는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단다.
그렇다고 칠성시장까지 가서 장어를 사오는 것도 여의치 않고 외식을 하기도 그렇고. 이럴 때를 위한 히든카드는 냉동 장어.
펄펄 뛰는 민물장어 좋은 줄 다 알지만 내가 마음 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면 ‘웰빙’ 아니겠는가? 웰빙이라는 말은 처음 영국에서 생겨난 것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느니 차라리 '경제적 여유'를 다소 포기하는 대신 '정신적 건강'을 되찾자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되는 것처럼 변질된 듯 하다. 진정한 웰빙은 값비싼 먹거리, 고급 헬스클럽으로가 아닌 세상과 물질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에서 찾아야 하리라.
구운 마늘과 텃밭에서 따온 향내 짙은 깻잎에 쌈 싸서 먹는 장어구이. 4,000원도 안 들고 차린 상이지만 주먹만한 얼굴의 가족들이 즐거이 맛있게 먹는 걸 바라보는 얼굴 큰 아줌마는 행복하기만 하다. 큰 내 얼굴만큼이나.
◇재료=장어 250g, 깻잎, 깐 마늘 15개, 생강술(또는 청주 1큰술), 통깨 조금, 올리브유 조금, 양념장(고추장 3큰술, 고춧가루 3큰술, 진간장 1큰술, 설탕 1큰술, 다진 파 1큰술, 파슬리가루 1큰술, 다진 마늘 1작술, 참기름 2작은술)
◇만들기=①냉동장어는 자연해동 후 엷은 소금물에 씻은 후 5cm 정도의 길이로 잘라 생강술에 재워 둔다.
②준비한 재료로 양념장을 만든다.
③장어에 양념을 고루 바른 후 30분 정도 둔다.
④마늘은 넓게 2~3쪽으로 자른 뒤 올리브유를 두른 프라이팬에 구워 따로 준비해 둔다.
⑤마늘을 구워 낸 프라이팬에 장어를 넣고 익힌다.
⑥불은 끈 뒤 2㎝정도의 채 썬 깻잎을 넣고 섞은 뒤 구워 둔 마늘과 쌈으로 먹을 깻잎과 함께 접시에 담아낸다.
2004년 9월 14일 매일신문 요리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