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수능모의고사 치고 모네의 그림을 만나러 서울에 가다

착한재벌샘정 2007. 6. 11. 15:17
 고3 예슬이는 어제, 일요일 아침 7시 20분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갔다가 오후 6시 43분에 대구로 돌아왔습니다.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가니 아이는 아주 기분이 좋아보였습니다. 차 안에서는 서울에서의 이야기를 하느라 아이의 목소리는 아주 들떠 있었어요.

예슬이는 어제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모네전을 다녀왔습니다.

 

 

(사진은 모네전 홈피 메인 화면입니다. 저처럼 상황이 안 되시는 분들은 모네전 홈피로 구경가세요. http://www.monet.kr)

 

- 지민이와 모네전 가고 싶어요.

- 그래? 언제?

- 일요일에요.

_ 좋겠다 다녀와.

- 차비 등등 비용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 저금 찾지 말고 필요 경비 청구해.

- 네. 고맙습니다.

지난 8일 학교에 있는데 문자가 왔더군요. 모의수능도 치고 곧 기말고사도 있고 해서 기분전환으로 좋겠다 싶어 흔쾌히 허락을 했습니다. 주변에서는 참 여유 있는 고3이라고, 그리고 고3 엄마라고 이야기들을 했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이고 이 맘 때쯤 지치기도 할 테니 기분 전환이 필요할 거라 생각했기에 정말 흔쾌히 허락을 했답니다.

곧 대학원 기말고사를 치는 남편이 시험 준비를 하면서 한 말이 생각나더군요.

“시험 기간이 되면 뉴스도 왜 그렇게 재미있는 게 많은 지....”

저의 고3 시절을 생각해 보아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왜 그렇게 하고 싶은 것들이 많던 지... 영화도 그 때 더 많이 보러 갔었고 잘 읽지 않는 연애 소설도 만화도 그 때는 왜 그렇게 재미나고 또 읽을 책들이 많았던 지.... 하지 말라는 것도 그 때 제일 많이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군요.

9월까지 전시를 하니 방학 때 가도 되겠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지금 아이가 무엇을 하고 싶은 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3학년 올라와 그동안 정말 열심히 달려왔으니 잠시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휴식도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게 된 서울행은 예슬이에게 아주 좋은 시간이 되어 주었다고 합니다.

“시립미술관까지는 걸어갔어요. 처음 들어갔을 때 조금 더 자세히 볼 걸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 보고 한 번 더 보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아쉬웠어요. 모네전 말고도 여러 전시가 있어 그것도 참 좋았어요. 그리고 겨울에 고흐전 한대요. 수능 끝나고 쯤이라던데... 어머니 생각이 났어요. 그 때는 같이 가요.”

“인사동에도 갔었는데 거기에 통역 자원봉사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일본 관광객이 통역을 부탁하니 어디선가 자원봉사자가 오대요. 그런 일을 한은 것도 참 보람되고 좋아보였어요. 자기 실력도 쌓고 남에게 도움이 되는 자원봉사도 할 수 있고. 아참, 왕건할 때 나왔던 탈랜트도 만났어요. 저보고 아주 착하게 생각다면서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사진도 같이 찍었는데 보여드릴게요.”

“이거요. 예쁘죠? 도자기로 만든 반지에요. 거북이가 너무 귀엽죠? 인사동에는 정말 볼게 너무 많았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예슬이의 이야기는 이렇게 길게 이어졌습니다. 그런 예슬이에게 제가 한 마디 했습니다.

“모의고사 때문에 전화가 많이 오....네....”

저는 참 조심스럽게 입을 뗐는데 예슬이의 대답은 무덤덤했습니다.

“다들 어려웠다니 저 또한 어려웠던 거 맞을 거고.... 그렇다고 모의고사 결과에 연연해한들 뭐하겠어요? 앞을 봐야지요. 울고 불고 한다고 인터넷에도 난리던데 그런다고 변하는 게 뭐가 있겠어요? 아직 남은 시간이 있으니.... 앞으로 잘해야지요.” 

 

6월 수능모의고사를 치고 난 뒤 며칠 저희 집 전화가 아주 바빴습니다.

“이번 시험 그렇게 어려웠다는데.... 예슬이는 어때?”

“잘 쳤대? 몇 점 나왔어?”

“언어가 아주 어려웠다는데 예슬이는 어땠어? 수리 나형도 어려웠고 사탐도 어려웠다는데 그거 다 예슬이가 치는 것들이잖아?”

제 친구를 비롯해 가족 친지까지.

“모두 우리 예슬이를 생각하는 마음들이 커서 그러시는 거야. 네가 열심히 하는 거 아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세요.”

“걱정 안 해. 너의 말처럼 마지막에 웃으면 되니까. 모의고사가 아닌 진짜 수능에서 웃게 될 거니까.”

 

저는 예슬이가 친 6월 모의고사 성적도 모릅니다. 저는 모든 성적을 아이가 말하기 전까지는 물어보지 않거든요. 그저 애썼다 고생했다는 이야기만, 두 팔 벌려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 준 것이 모의고사를 치고 온 아이에게 제가 해 준 전부였습니다. 아이는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더니

“영어 듣기에서 하나 놓쳤는데 이제 알아요. 제가 똑같은 유형의 문제에서 틀린다는 것을요.”

“됐네. 그것을 알았으니.... 이런 것이 모의고사를 치는 이유라는 거 알지?”

이 번 시험을 치기 전에 수없이 했던 말이었습니다.

“모의일 뿐이야. 단지 연습, 알지? 이번 시험이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그래봤자 모의, 모의일 뿐이야. 시험 결과에 너무 연연해 하지말기 바래. 물론 결과가 좋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이 시험을 치는 이유는 난이도와 문제들의 경향을 파악해보자는 것 일거야. 그리고 틀린 문제에 대한 분석을 제대로 해서 똑같은 것에서 틀리지 않도록 하자는 것.”

어떤 사람은 그렇게 말하더군요. 이 번 시험 결과와 진짜 수능에서 점수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몇 명 수능 대박이 나는 아이 말고는 비슷하다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잘하고 있고 앞으로 더 잘할 거라 믿어요. 두 가지 이유에서요.

하나는 아이가 보여주고 있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긍정적인 생각입니다.

“어머니, 아이들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수능 치다가 뛰어내려 자살하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많은 아이들이 언어치고 난 뒤 뛰어내리는 거 공감한다고 하는 거 있죠?”

“그래?”

“제가 그랬어요. 수능 그게 뭐라고 목숨을 끊는단 말이냐. 정말 생각했던 점수가 안나오면 재수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좀 안 좋은 대학 가면 되지 않느냐고? 그게 목숨과 바꿀만한 것은 아니라고 말이에요. 근데 아이들이 저보고 이상하대요. 수능 못치면 끝장인데, 대학 못가면 끝장인데 뭐가 남아 있느냐면서. 차라리 죽는 게 낫다면서 말이에요. 저도 한 때는 그렇게 생각한 적 있어요. 2학년 기말고사 칠 때 최선을 다해보고 생각만큼 성적이 안 나오면 목매달아 죽어버리겠다고.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최선은 다하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라는 것을 알거든요.”

이런 예슬이니 제가 믿을만하죠?

그리고 또 하나는 예슬이가 제 딸이니 저를 닮아 수능 대박의 주인공이 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학력고사 대박을 터트렸었거든요. 진짜 문제들이 제가 공부한 것에서만, 쏙쏙 일부러 뽑은 것처럼 나왔었다니까요.  호호호 제 딸이니 슬이도 그럴 거라 믿습니다.

가끔 예슬이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예슬아, 넌 어머니의 희망이기도 하고 어머니의 믿음이기도 해. 넌 정말 고마울 정도로 잘 자라주었어. 요즘 너를 보면 그런 생각해. 어머니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고. 너는 어머니의 믿음에 대한 확신을 주는 정말 고마운 존재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자식은 끝을 봐야 안다고들 이야기 해. 하지만 어머니의 생각은 달라. 너에게는 그 모든 순간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어머니는 알아. 지금이 모여 너의 미래가 될 거라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