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예슬이로 부터 받은 편지
며칠 전 저녁을 먹으면서 예슬이가 퀴즈를 하나냈습니다.
예슬 - 이 세상에 가장 완벽한 아이는 누구일까요?
남편 - 완벽한 아이?
예슬 - 공부도 잘하고, 말도 잘 듣고, 예의도 바르고 등등 하여튼 온통 칭찬거리만 있고 입 댈 것이 하나
도 없는 완벽한 아이요.
남편 - 글쎄???
정빈 - 아, 알겠다. 윤예슬
저 - 우와~~~ 예슬이 좋겠다. 동생이 언니라네. 세상에서 제일 완벽한 아이가.
정빈 - 언니가 맞잖아요. 이쁘고 공부도 잘하고 키도 크고 으응~~~ 말도 잘듣고 저한테도 잘해주고.
언니 맞지?
저 - 언니가 맞기도 한데 언니가 낸 퀴즈의 답은 아니야. 당신이 한 번 맞혀봐요.
남편 - 글쎄.... 세상에서 제일 완벽한 아이라....
고개를 갸웃거라는 남편에게 예슬이가 답을 알려 주었습니다.
"정답은 엄마 친구 딸이에요."
그 말에 남편은 얼른 이해가 가지 않은 듯
"엄마 친구 딸? 누구?"
그래서 제가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꼭 집어 구체적인 누가 아니고 엄마 친구 딸, 그러니까 당신을 기준으로 하면 아버지 친구 딸이되는 거죠. 보통 그러잖아요. 엄마 친구 딸은 이번에 1등 했대더라, 영어 경시대회에서 상 받았대더라, 엄마 친구 딸은 말도 어찌 그리 잘 듣는 지 입댈 거 하나 없대더라, 엄마 친구 딸은 이쁘기는 또 얼마나 이쁜 지 나중에 대학가면 슈퍼모델해도 될것 같아, 엄마 친구 딸은 이번에 **대학에 갔대더라, 과외도 별로 안 시켰는데 저 혼자 알아서 그렇게 잘 한다더니 역시.... 엄마 친구 딸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아이래요."
"아하~~~ 엄마 친구 딸! 그거 말되네. 보통 그러잖아. 특히 모임에 갔더니 내 친구 애는 이번에 어쩌구 하는 이야기.... 엄마 친구 딸이라.... 그거 말 된다. 근데 그거 어디서 나온 말이냐?"
"인터넷에 오른 글인데 공감 댓글이 좌아악~~~~ 엄청났었어요."
그래서 지난 번 소개했던 책 중에 나오는 '그집 아이' 이야기도 해주었습니다.
그 집 아이는 공부 잘한다면서요, 그 집 아이는 말도 잘 듣죠? 그 집애는, 그 집애는....
그래서 <그 집 아이는> 10대들의 <공공의 적>이라는 이야기를요.
남편은 늘 부족해 하는 마음이 있었답니다. 예슬이의 공부에 대해서. 초등학교 들어가고 난 뒤 한 때에는.
스스로 아주 똑똑하고 공부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남편인지라
'왜 내 딸이 공부를 못한단 말이야? 전교 1등은 못해도 반에 1등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냐?'
그러다가 급기야는 제게
'당신 공부 잘했다는 말 거짓말이지? 날 닮은 게 아니면 당신 닮았을텐데.... 나는 진짜 공부 잘했거든. 그러니 당신 솔직히 이야기해봐. 당신 닮은 거 맞지?'
이러기도 하고.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야? 아무리 자신이 하고 싶은 거 시킨다고 하지만, 그리고 하고 싶을 때가 되면 한다고 하지만 그게 도대체 언제인데? 계속 이래도 되는 거 맞아? 누구 집 아이는 몇 등을 하고 누구 딸은 이번에 무슨 상을 받았고 .... 이런 이야기 들을 때면.... 난 뭐 이야기 할 게 있어야지. 당신 잘 알아서 할거라는 거 알지만, 그래도 너무 느긋한 거 아니냐는 거지?'
이렇게 한 때 남편은 조급증에 시달리며 저를 달달 볶기도 했었답니다.
하지만 혼자 그렇게 난리(?) 아닌 난리를 쳐대다가 제 풀에 꺾였다고 할까요.
예슬이는 편지에서처럼 최선을 다하고 있답니다. 저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의 필요와 선택에 의해 공부에 몰입해 보는 것. 가끔은 마음만큼 되지 않아 엄마 어깨에 기대 울기도 하지만 그렇게 보내는 지금이 예슬이의 삶에 큰 거름이 되어주리라 믿기 때문입니다.